김성녀 "6년간 창극 희망 봐…'미투'도 결과적으로는 희망"

기사등록 2018/03/11 09:26:21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내 국립창극단 그의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내 국립창극단 그의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김성녀(68)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사무실 벽에는 공연 포스터와 함께 노랗고 흰 만원사례(滿員謝禮) 봉투가 가득하다. 매진할 때마다 스태프와 배우가 소액을 모아 나눠 담은 것이다.

오랜 공연계 전통이었으나 창극계에서는 한동안 남의 일이었다. 김 감독이 부임한 이후 '무한도전'을 시도하면서 국립창극단에도 흔한 일이 됐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지난 6년 임기 동안 창극이 다양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면서 "창극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관객과 배우 그리고 뒷광대(스태프) 덕분"이라고 흡족해했다.

대한민국 창극 사(史)는 김 감독 전과 후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2년 3월 부임한 김 감독은 관객이 들지 않는 건 물론 공연 담당 기자조차 관심도 없던 '가사(假死) 상태'의 창극에 숨을 불어넣었다.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임기가 한 차례 연장됐다. 11일이 애초 두 번째 임기 종료일이다. 하지만 후임자가 임명되는 날까지로 임기가 다시 연장됐다. 국립극장장이 장기 부재한 상황 속에서 예술감독 공백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조처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내 뜰아래 연습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내 뜰아래 연습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1. [email protected]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극장과 협의해 다른 재단법인 국립예술단체와 마찬가지로 후임이 오기 전까지 1년 내 임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이런 조치는 김 감독의 존재감 덕분에 가능했다. 지난 2012년 11월 김 감독이 부임한 이후 첫 오리지널 작품으로 선보인 '장화홍련'이 존재감을 쌓은 출발이다.

한태숙이 연출한 이 작품은 '샤워 신'을 등장시켜 시작부터 객석에 충격을 안겼다. 스릴러 창극을 표방하며, 판소리의 무게를 덜고 현대적인 드라마를 더했다.

창자(唱者)가 손짓과 몸짓 등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발림을 비롯한 판소리 요소들을 덜어낸 이 작품을 본 일부 마니아 관객은 공연 중간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 관객과 평단에서는 난리가 났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내 국립창극단 그의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내 국립창극단 그의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1. [email protected]
"일종의 쇼킹 요법이었어요(웃음). 창극단이 아마 서서히 변했으면 이런 호응은 얻지 못했을 거예요. 저 역시 예전에 창극을 안 봤어요. 그냥 판소리 요소를 모자이크식으로 늘어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판소리와 창극은 엄연히 다른 장르예요. 판소리는 판소리답게, 창극은 창극답게 해야죠. 일부에서는 창극을 망친다고 했지만, 대다수 관객이 응원해줘 실험을 계속할 수 있었어요. 관객 숫자로 응원을 해줬죠."

김 감독이 국립창극단과 함께 창극의 역사에 그은 또 다른 획은 창극의 세계 진출이다. 지난 2016년 4월 프랑스 파리의 중심 극장 테아트르 드 라 빌에서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연출 고선웅)를, 지난해 9월 싱가포르 빅토리아극장에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연출 옹켕센)을 각각 선보여 현지를 들썩이게 했다.

김 감독은 유럽 심장부에서 공연한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우리 고전을 현지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1막까지만 해도 너무 불안했어요. 그런데 인터미션에서 현지 관객이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들 때, 감개무량했죠. 아직 창극이 중국 경극이나 일본 가부키처럼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몇십 년 동안 블루칩이 될 것입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내 뜰아래 연습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내 뜰아래 연습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1. [email protected]

남편인 손진책 연출(국립극단 전 예술감독)과 함께 극단 미추를 통해 '마당놀이' 대모로 통하는 김 감독은 사실 공연계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

뮤지컬 배우 1세대이며,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다. 영화와 TV에서도 활발히 활약했다. 1인32역을 소화하는 1인극 '벽 속의 요정'이 대표작이다. 무엇보다 국립창극단·국립극단 단원 생활을 각각 4년씩 거치며 소리와 연기를 익힌 것이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으로서 자양분이 됐다.

"저는 박귀휘 김소희 오정숙 성창순 남해송 선생님에게 소리를 배웠죠. 5바탕, 가야금 병창 등을 써먹지 않지만 국악과 교수를 하고 감독을 할 수 있는 이유에요. 배우가 소리를 알면 표현이 달라요. 만약에 창극단이 판소리만 하는 집단이었으면 오지 않았을 겁니다. 소리와 함께 극을 하는 곳이니 (제가 감독을)할 수 있었죠."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내 뜰아래 연습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내 뜰아래 연습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1. [email protected]
공연예술계 대모로서 최근 공연계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에 부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까. '장화홍련' '변강쇠 점 찍고 옹녀'뿐만 아니라 최근 전방위 예술가 이자람이 연출한 '소녀가'까지 국립창극단은 여성이 중심이 된 작품들을 자주 선보여왔다.

"미투로 폭로되는 일이 연극계에만 있는 것은 아니죠. 근데 왜 연극계에서 많이 나왔나. 잃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곳은 먹이사슬처럼 얽혀 있잖아요. 하지만 연극계는 잃을 것이 없으니 솔직할 수 있었죠. 이번에 그런 일들이 은근슬쩍 묻히면 더욱 구렁텅이로 빠지는 것이에요. 확실히 조사해 단죄해야죠. 결과적으로는 희망을 봤어요. 연극계에는 성실하게 자기 일을 하는 분이 많습니다. 모두를 매도하지 말고 지켜봐 주셨으면 해요."

김 감독의 뜨개질 실력은 일품이다. '일곱 가지 마음 담긴 따뜻한 손뜨개'(2010), '배우 김성녀의 마음을 전하는 선물 손뜨개'(2014) 등 뜨개질 관련 책도 두 권이나 냈다. '성녀 마리아'로 불리며 사람들을 정성껏 챙기기로 유명한 그는 자신이 손수 뜬 목도리 등으로 마음을 전한다. 안호상 전 국립극장장은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여전히 김 감독이 선물한 목도리를 하고 다닌다. 김 감독은 "다 헤진 것을 끝까지 하고 계시더라"고 웃었다.

 김 감독은 국립창극단에 후임 감독이 오게 되면 그때부터는 배우로서 마음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제가 앞으로 제대로 연기할 기간은 최장 10년이라 생각해요. 배우를 하면서 감독도 하고, 교수도 했는데 오로지 배우에 집중하고 싶어요. 공연에서 지나가는 한 장면만 소화해도 관객 뇌리에 박힐 수 있는 존재감을 드러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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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녀 "6년간 창극 희망 봐…'미투'도 결과적으로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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