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신중' 확인한 특사단···文대통령, 남북정상회담으로 선회하나

기사등록 2018/03/06 11:42:06

【서울=뉴시스】정의용 수석대북특사(국가안보실장) 5일 오후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위원장 왼손에 친서로 보이는 서류를 들고 있다  접견과 만찬은 조선노동당 본관에 있는 진달래관에서 이뤄졌다. 남쪽 인사가 조선노동당 본관을 방문한 것은 남측 인사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8.03.05.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의용 수석대북특사(국가안보실장) 5일 오후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위원장 왼손에 친서로 보이는 서류를 들고 있다  접견과 만찬은 조선노동당 본관에 있는 진달래관에서 이뤄졌다. 남쪽 인사가 조선노동당 본관을 방문한 것은 남측 인사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8.03.05.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北 김정은, 남북정상회담 文 친서에 공감···실무준비 지시
 文대통령, 자서전에서 남북회담 '실기' 아쉬움 토로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과의 접견·만찬 결과에서 남북정상회담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연내 회담 성사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동안 북미대화 중재에 힘 써왔던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비핵화 벽'에 가로막혀 접점을 찾지 못하는 북미대화에 연연하기보다는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을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있었던 만찬 결과를 전하면서 "최고령도자 동지는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세계가 보란듯이 북남관계를 활력있게 전진시키고 조국통일의 새 역사를 써나가자는 것이 우리의 일관하고 원칙적 입장이며 자신의 확고한 의지라고 거듭 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최고령도자 동지는 남측 특사로부터 수뇌상봉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뜻을 전해듣고 의견을 교환했으며 만족한 합의를 봤다"며 "해당 부문에서 이와 관련한 실무적 조치들을 속히 취할 데 대한 강령적 지시를 줬다"고 덧붙였다.

 이는 곧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전달한 문 대통령의 친서 속에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관련된 구상이 포함돼 있었고, 문 대통령이 밝힌 정상회담 구상에 김 위원장이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만찬에서의 남북정상회담 논의 여부에 관해 "그와 관련된 논의도 포함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북 특사단의 면면을 살펴보면 문 대통령이 당장 성사가 어려워 보이는 북미대화를 염두에 뒀다기 보다는 남북정상회담을 고려한 멤버로 구성됐다는 평가다.

 '대미통'인 정 실장에게 수석특사를 맡긴 것은 미국에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상징성이 크고, 실제로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멤버로 다수 꾸려졌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수행원을 제외한 5명의 대북 특사단에는 서훈 국정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 3명이나 대북통 인사가 이름을 올렸다. 정 실장 주도의 북미대화가 여의치 않을 경우 빠르게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전환하기 위한 탄탄한 실무진을 배치했다고 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 청와대는 6일 전날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접견과 만찬 결과에 대해 "실망스럽지 않은 결과가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왼쪽 사진은 지난 2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는 모습이며 오른쪽 사진은 지난 3월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수석대북특사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는 모습. 2018.03.06.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청와대는 6일 전날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접견과 만찬 결과에 대해 "실망스럽지 않은 결과가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왼쪽 사진은 지난 2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는 모습이며 오른쪽 사진은 지난 3월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수석대북특사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는 모습. 2018.03.06.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청와대가 대북 특사 파견의 성격을 김여정 특사에 대한 답방 성격이라고 규정한 것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을 향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인줄로만 알았던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달 9일 문 대통령 접견 자리에서 스스로 '김정은의 특사'라고 밝히며 문 대통령의 평양 초청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평양 초청은 곧 남북정상회담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노무현 정부에서 북한의 북핵 6자회담 참석을 남북정상회담의 선행 조건으로 내걸었다가 적당한 시기를 놓쳐 아쉬웠다고 회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나고 보니 역시 아쉬운 게, 남북정상회담이 좀 더 빨리 이뤄졌어야 했다. 그리 될 수도 있었다"며 "6자회담이 풀려서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을 시점에 터진 미국 재무부의 BDA 동결조치가 남북정상회담까지 동결시키고 말았다"고 당시 속내를 표현했다.

 이어 "그 바람에 한 1년을 공백으로 흘려보냈다"면서 "그 공백 없이 정상회담이 열렸으면 남북관계는 훨씬 많은 진도가 나갔을 것"이라고 적었다.

 10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당시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유지한 채 여전히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가 아니면 북한과 마주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 대화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이 기약없는 북미대화 중재에 시간을 뺏기기 보다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플랜B'를 가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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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8/03/06 11:42:06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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