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중소기업인은 "불편한 정도가 아니고 유지가 안 된다. 기회만 되면 저도 정리할 생각"이라며 아예 사업을 접고 싶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이날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 소식에 중소기업계는 대부분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인력난이라고 입을 모았다.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인력을 늘리려고 해도 인력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대안 없이 범법을 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2∼3차 벤더로부터 납품을 받아 대기업에 납품하는 1차 벤더 기업인 A씨는 "문제가 많다. 최저임금 인상보다도 여파가 훨씬 크다"며 "우선 임금이 워낙 낮다보니 근로자들이 원하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근로자 측면에서는 휴일근무라도 해서 돈을 더 벌려고 하고 회사는 사람을 많이 쓰든지 일을 그만두든지 해야 하니 당연히 손해다. 대기업도 제대로 납품을 받지 못하니 3자가 다 안 좋은 것"이라며 "정부에서 하는 정책이 거꾸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부 라인이 24시간 돌아가고 있는데 3부제를 편성하고 8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맞춰야 하니 사람을 더 써야 하는데 문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그나마 외국인 근로자도 쿼터(채용한도)에 걸리니 더 이상 쓰지 못한다. 앞으로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 올 것 같다"고 우려했다.
A씨는 "사람을 못 구하는데 근로를 더 하지 말라고 하면 공장을 줄이거나 해외로 나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벌써 제 주위에도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이미 생겼더라"며 "유예기간이 있지만 분위기상 그때까지 견디지 못하고 문 닫는 곳 나올 것이고 사실 저도 정리하고 싶다. 기회만 되면 저도 정리할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레저용품 제조업체 대표인 B씨도 "제조업 같은 경우 인력 채용을 못해 외국인 근로자를 쓰는데 추가로 더 쓰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내국인 근로자를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우선 제조업 고용을 확대하는 정부의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최저임금도 그렇고 일본 같은 경우 지역별, 업종별로 다르게 탄력적으로 하듯이 구분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건축용 자재 제조업체 대표인 C씨도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좀 더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공장 가동률에 따라 성수기·비수기 등으로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대부분 납품업체들이 주문이 안 들어오면 쉬다가 잘 나가면 (주문업체가)빨리 만들라고 해서 정신없이 만드는 식"이라며 "납품업체들의 경우 다른 곳에 제품을 팔수도 없고 재고로 갈 수도 없는 데도 대부분이어서 힘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뿌리산업이자 3D업종으로 꼽히는 주물이나 용접 등의 분야는 더욱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주물분야 업체 대표 D씨는 "중소 생산업체들은 완전히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생산을 하려면 주 52시간으로 되지도 않고 3교대를 해야 하는데 3교대를 할 인력이 없다"며 "정부에서 인력 대책을 세워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D씨는 "주물업계는 전기로를 24시간 돌려야 하는데 주 52시간으로 하면 전혀 할 수가 없다"며 "생산은 해야 하고 주 52시간만 갖고는 안되니 근로자들에게 야근으로 더 하자고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결국 중소기업을 다 범법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용접분야 업체 대표인 E씨도 "용접의 경우 자동차, 조선 등의 시황이 워낙 좋지 못한 상황"이라며 "경기가 좀 돌아오면 가을부터 조선이 조금 괜찮아진다고 하는데 일은 급하고 주 52시간으로 시간은 정해져 있어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숙련된 인력이 필요한데 구하기는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이라며 "몇 개월 지나면 제조업에 후유증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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