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청년들이 말하는 청년 정치인의 현주소
“기탁금제도·청년의원할당 개선…진입장벽 낮춰야”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제주는 청년 세대를 잃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관광개발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취업 선택지가 관광업 종사자와 공무원뿐인 현실에 좌절한 청년들은 떠날 수밖에 없는거죠. 영향력 있는 청년 정치인이 있었다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제주 최초로 여성이자 청년으로서 오는 6·13 지방선거에 뛰어든 고은영(34) 제주녹색당 도지사 예비후보는 지역청년들이 고향을 떠나는 현실의 원인으로 ‘청년 정치인의 부재’를 꼽았다.
제주도의회에는 현재 20~30대 연령의 도의원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청년 정치인이 드물다.
뉴시스 제주본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에서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 청년 정치인의 현주소를 들어다 봤다.
◇“정치란 우리 삶과 맞닿아 있는 일상”
이들이 정치 활동에 뛰어든 계기는 모두 닮아있었다. 삶과 정치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대학교 내 토론동아리 활동을 거쳐 정당 활동을 시작했다는 신현정(21) 제주청년녹색당 대표는 “정당이 목표로 내세우는 가치가 마음에 와닿아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정치라는 것은 대단한 사람들만이 하는 게 아니라 토론회에 가서 의견을 내는 것도, 투표하는 것도 모두 정치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학을 전공한 이효성(33) 정의당 제주도당 총무국장은 “선교활동을 할 당시 시의회에서 노숙인의료구급 예산은 싹둑 절감하면서 전시성 행사에는 예산을 쉽게 낭비하는 모습을 보고 회의감을 느껴 빈민의 삶을 조금만이라도 개선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정당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고 제주녹색당 도지사 예비후보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에 이끌려 이주했지만 삶의 터전으로써 바라보는 제주는 관광지로써의 제주와 매우 달랐다”라며 “청년으로서 어떻게 하면 제주를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정당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제주에서 살아갈 청년이 정치인으로 나서야”
그들은 제주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의 의사결정 과정에 청년 정치인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신 대표는 “예를 들어 우리 마을의 산을 개발사업자에 판다고 할 때 어쩌면 이 지역에서 더 오랜 기간 살아가야 할 청년의 의견은 듣지 않는 셈”이라며 “청년들이 정치인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제주 사회에서 우리들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배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총무국장은 “제주에서 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당사자인 제주 청년이 아니겠느냐”라며 “친척이 많고 지역 유지인 도의원이 청년만큼 청년의 목소리를 잘 대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예비후보는 “제2공항 건설이나 오라관광단지 개발 등 제주에서 추진 중인 수많은 사업들이 50년, 100년짜리 장기 계획들”이라며 “이런 개발사업은 지금 당장 이익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청소년과 청년세대의 관점에서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해 주거난이 더욱 심해지는 원인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혐오 버리고 청년층 정치 참여 위한 제도 마련해야”
주거난과 취업난 등 다양한 청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으면서 청년 정치인의 참여가 강조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사회적 인식은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고 예비후보는 “도지사나 도의원 선거 후보등록을 하려면 적지 않은 기탁금이 필요한데 이런 기탁금 제도는 청년들의 정치 진입을 어렵게 한다”며 “후보 TV토론회 경우만 해도 일정 지지율 이상을 확보한 후보만 참여할 수 있어 젊은 정당이나 군소정당 정치인들은 참여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꼬집었다.
신 대표는 “시민들이 정치혐오에 대한 마음을 버리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며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이 정치라는 생각을 한다면 더 많은 청년이 도의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각 정당들이 청년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총무국장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기성 정당들은 청년 당원들을 선거운동 동원 대상으로만 여겨왔다”라며 “각 정당들은 청년 지원 정책을 말로만 내세울 게 아니라 실제로 청년 할당 비례대표제라든가 청년 당원을 늘릴 수 있는 정당 정책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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