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형 뇌물사건"…朴 책임 오히려 명확히
"최고 정치권력 대통령이 삼성 겁박한 사건"
朴 담당 재판부 '뇌물 요구' 행위 판단 관건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되면서 박근혜(66) 전 대통령 재판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오히려 엄격하게 규정한 점에 비춰 그 정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이날 열린 이 전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등 혐의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깨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 선고는 징역 5년, 박영수 특별검사팀 구형은 징역 12년이었다.
주요 혐의인 뇌물공여가 대부분 무죄로 인정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뇌물공여 혐의 중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행위를 모두 무죄로 봤다. 재단 지원은 1심에서도 무죄였지만 영재센터 부분은 전부 유죄에서 무죄로 돌아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거나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부회장 사이에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을 매개로 승마, 영재센터, 재단 지원을 한다는 묵시적인 인식과 양 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부정한 청탁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영재센터 및 각 재단 지원 행위를 뇌물공여죄로 기소한 공소사실 역시 무력화된 것이다.
정유라(22)씨에 대한 승마지원도 일부 유죄가 인정됐지만 1심과는 달랐다.
1심에서는 선수단 차량 및 마필 수송차량 구입대금 등을 제외한 공여금액 72억9427만원 유죄가 인정됐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용역대금 36억3484만원과 가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마필과 차량들의 무상 사용 이익만 승마 지원 관련 뇌물로 봤다.
이 전 부회장 등의 이같은 '뇌물공여' 혐의들은 곧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뇌물을 준 행위로 기소된 공소사실이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그것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긴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정씨 승마, 영재센터,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은 박 전 대통령의 삼성그룹 관련 뇌물수수 혐의의 주요 줄기이기도 하다.
다만 이날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단언할 수는 없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해서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일종의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요구형 뇌물사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형사법 체계는 공직부패 책임을 공여자보다 수수자인 공무원에게 무겁게 지우고 있다"며 "요구형 뇌물사건의 경우 공무원의 요구와 권력을 배경으로 한 직권남용을 동반할 때는 공여자보다 공무원에 대한 비난이 상대적으로 가중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을 겁박하고 측근인 최순실씨의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한 것"이라며 "이 전 부회장 등은 정씨 승마 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대통령과 최씨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채 뇌물공여로 나아간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 재판부인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관건으로 남게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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