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흥=뉴시스】신대희 기자 = 27일 오후 전남 장흥군의 한 장례식장에서 서울 종로구의 한 여관에서 방화로 숨진 세모녀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2018.01.27. [email protected]
막내딸 약속 지키려 첫 서울 나들이…방화로 숨져
【장흥=뉴시스】신대희 기자 = "아이들 방학을 맞아 떠난 여행길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는데…"
서울 종로구의 한 여관에서 방화로 숨진 세모녀의 장례가 27일 전남 장흥에서 치러졌다.
이날 오후 장흥군 모 장례식장에 A(35·여)씨와 초·중생 두 딸(15·12세)의 시신이 운구차에 실려 들어왔다.
이를 지켜보던 가족과 이웃들은 안타까움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일부는 주저앉아 단 한 걸음도 떼지 못해 부축을 받았다.
영정사진이 빈소에 놓여진 뒤 가족들은 제 일 마냥 가슴이 미어지는듯 오열하기 시작했다.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부인과 예쁜 두 딸을 잃은 A씨의 남편 B(40)씨는 장모를 부둥켜 안은 채 흐느꼈다.
장모는 "자네가 더 아프지"라고 B씨를 위로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어찌 이런 일이…" "막둥아, 할머니 집에는 언제 올래" 빈소 곳곳에서 통곡이 이어졌다.

【장흥=뉴시스】신대희 기자 = 27일 오후 전남 장흥군의 한 장례식장에서 서울 종로구의 한 여관에서 방화로 숨진 세모녀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2018.01.27. [email protected]
A씨와 두 딸은 지난 15일 장흥의 집을 떠났다. 개학을 앞두고 "서울을 구경하고 싶다"던 막내 딸을 위해 여행길에 나섰다.
세모녀는 지역과 수도권을 거쳐 19일 서울에 도착, 사흘 뒤 귀가할 계획이었다. 여행비를 아끼려 숙박비가 싼 숙소를 찾았고, 19일 오후 종로구 한 여관에 묵었다.
20일 오전 3시께 여관 주인과 만취한 손님 간 감정 싸움이 방화로 번졌다.세모녀가 자던 객실 바로 앞에서 불이 났다. 화마를 피할 새도 없이 참변을 당했다.
세모녀의 가정 형편은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에 거주하다 8년 전 B씨의 고향인 장흥으로 와 가정을 꾸렸다.
A씨와 B씨는 결혼식도 미처 하지 못했다. 지난해 3월 B씨가 당한 교통사고로 생활비 긴급 지원을 신청하기도 했다.
형편은 어려웠지만, 세모녀 가정은 화목했다. 이번 여행은 외지로 가는 첫 나들이여서 더욱 각별했다. 공사장을 다니던 B씨는 일 때문에 함께하지 못했다.
B씨의 형은 "정말 열심히 살고 화목한 가정이었는데, 어처구니없는 참변으로 가장만 홀로 남게됐다"며 "여행을 잘 다녀오겠다며 떠났었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B씨의 사촌도 "고부 사이도 좋았고 애들이 참 밝았다. 애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늘도 무심하지"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장흥군은 세모녀 유가족에 대한 긴급 복지 지원에 나선다.
3개월간 생계비(최대 6개월) 및 연료비(1~3월) 등 월 53만원 가량의 긴급복지와 장흥군 공직자들이 그동안 모금한 금액의 일부를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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