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다"…법무부 강경 입장
관계부처, '대규모 거래' 거래소 폐지하기로 가닥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자들의 반발과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등을 목표로 관련법 마련에 들어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지속해서 가상화폐 거래의 위험성을 경고해 온 법무부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다. 용어도 정확하지 않은데, '가상징표' 정도로 부르는 게 정확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11일 열린 박 장관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종합하면 정부 각 관계부처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관련 법안을 마련 중이다.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 등에 대한 논의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등 조만간 관련 정책들은 시행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거래소 폐지 방침이 알려지자 가상화폐 시세는 폭락하고 거래 당사자들이 반발하는 등 시장은 즉각 반응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 인구는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법무부는 이 같은 후폭풍이 예상됨에도 강경책 시행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거래의 위험성을 지속해서 경고해 왔지만 투자 광풍이 식지 않는 지금의 상황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가상화폐가 어떤 가치에 기반을 둔 거래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통상의 상품거래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가격 급등락이 반복되고 있고, 그 원인 역시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상 투기나 도박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에서 최근 일고 있는 거래 열기는 실체가 없는 거품이고, 국가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기보다 해악이 크다고 판단했다. 가상화폐 거래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경우, 불법거래가 의심되는 정황이 다수 있는 점 등에 대한 우려도 대책 마련의 배경이 됐다.
같은 맥락에서 가상화폐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 등 그간 거론된 완충 정책 역시 논외로 하기로 했다. 세금을 부과할 경우 가상화폐 거래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와 함께 법무부는 전격적인 거래소 폐쇄에 따른 거래 음성화, 제3국 거래 활성화 등 예상되는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하고 있다. 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 가는 '중간단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법무부는 이 같은 입장을 그간 꾸준히 관계부처에 전달했으며, 관계부처 역시 큰 틀에서 뜻을 함께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 역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상통화 취급업소 폐쇄 등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대안을 검토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박 장관은 "가상화폐 버블이 꺼졌을 때 예상되는 피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 부분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주위를 환기시키는 차원"이라며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관계기관 회의를 자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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