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연초부터 이란의 반정부 시위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요인으로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68달러,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62달러를 돌파해 3년여 만에 가장 수준까지 올라왔다.
시장에서는 세계 경제 회복세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글로벌 유동성 과잉 등의 요인들이 맞물려 당부간 유가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34% 상승한 배럴당 68.07 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0.61% 오른 배럴당 62.01 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2014년 12월 이후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본격화되면서 국제유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브렌트유는 22%, WTI는 17% 가량 가격이 올랐다.
지난 해 말 국제유가는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 이슈로 상승세가 제약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유가 강세를 유도할 요인들이 더 많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상하면서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유가가 상승하는 모습이다.
지난 해 12월 28일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로 현재까지 22명이 목숨을 잃었고, 최소 530명이 체포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시위 종료를 선언했지만,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시위대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의 1일 석유 생산량은 380만 배럴로 전 세계 생산의 4%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내놓을 경우 중동 지역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OPEC 최대 석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후티 반군 공습도 중동 지역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이 미국의 제재 이후 급감하고 있는 것도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유국들의 생산량 감축도 유가를 견인하는 요소다.사우디 등 OPEC과 러시아 등 10개 비(非) OPEC 산유국들은 지난해 11월 1일 18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시한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FT는 "산유국들이 올해 6월 말 감산 지속 여부를 재검토할 계획이지만 석유업계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공급 과잉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 '출구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회복에에 따른 수요 증가도 유가 상승세를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성장률이 2016년 3.2%에서 2017년 3.6%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은 이보다 높은 3.7%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급격히 위축됐던 글로벌 석유 수요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 세계 1일 석유 소비량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500만 배럴 가량 늘었다.
영국의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 어스펙츠'는 "중국의 '전략적 비축'도 주목할만 하다"며 "중국은 2017년 1억5000만 배럴의 원유를 전략적 저장 시설에 비축한 데 이어 2018년에도 130만 배럴을 추가 비축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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