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중 1곳' 블라인드 채용 민간기업으로 확산될까?

기사등록 2018/01/01 06:00:00

구조화 면접 도입 기업 17% 밖에 안돼 현실적 어려움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출신지, 가족관계, 학력, 외모 등을 걷어내고 실력을 평가하는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이 민간기업에도 더딘 속도지만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지난달(11월6~20일) 506개 민간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출신지와 가족관계, 외모(사진) 등의 인적사항을 뺀 입사지원서를 적용한 기업은 전체의 57개(11.3%)인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88.7%에 해당하는 449개 기업은 학력, 사진, 병역, 취미, 키·몸무게, SNS, 혈액형 등의 인적사항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북을 만들어 배포하고 컨설팅과 인사교육·현장조사까지 벌였지만 확산 속도는 더딘 셈이다.

특히 나이(99%), 학력사항(86%), 사진(77.3%)을 요구하는 비율은 여전히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친인척 인사의 입김 가능성에 논란 여지가 큰 가족관계(41.9%) 요구 비율도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기업의 블라인드 채용 확산이 더딘 것은 기업들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에 따른 대안으로 채용과정의 비용, 시간, 업무량 등이 증가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다.

특히 중소기업 일수록 제대로 된 채용 역량과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번 조사결과 1000인 이상 기업의 블라인드 채용 비율은 13.6%, 1000인 미만 기업은 11.0%로 나타나 규모에 비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세부항목 중 다른 항목은 이견이 없지만 '학력'을 입사지원서에서 배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장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겐 유독 민감한 문제다.

수도권 명문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력을 배제하면 대학입시까지의 노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기 때문에 블라인드 채용이 오히려 역차별이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출신 학교를 드러내기 위한 '쇼잉(showing)' 전술,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 무력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충분한 예고 없이 블라인드 채용 절차를 진행해 그간 스펙을 쌓으려고 고생했던 사람들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학력을 배제하고 블라인드 형태로 뽑으면 실력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무능력 중심으로 경험·상황·발표·토론 등 체계화된 기법을 통해 실시하는 구조화 면접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아직 도입기업은 많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 구조화 면접 도입기업은 17.0%로 나타났고, 나머지 88.1%는 특별한 형식이 없는 비구조화 면접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박종갑 공공사업본부장은 "학력 등 인적사항을 배제하는 채용제도의 확산을 위해서는 구조화 면접도구 등 직무 중심의 평가기준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 도입의 긍정적인 효과와 채용설계 방법 등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기업들에게는 인센티브 등의 당근책을 통해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김덕호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정부는 기업의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가이드북을 배포하고, 기업에 대한 컨설팅 지원도 늘려나갈 예정"이라며 "향후 인적사항을 배제한 직무중심의 채용기준을 사전에 공개하고 채용 결과의 투명성을 높인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중장기적으로 구성원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높여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편견을 없애고,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구성이 이전에 비해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도 이미 채용 시에 인종, 성별, 연령, 피부색 등의 차별적 요소를 없애 균등고용기회를 제공하고, 직무능력중심으로 채용하는 블라인드 채용, 익명지원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대기업 127개를 조사한 결과 이사회 내 성별, 인종 다양성이 높을수록 기업의 성과(ROA, ROI)가 증가했다는 결과도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은 학연, 지연 등 기존 채용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주요한 수단"이라며 "특히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을 통해 직무능력 중심의 인사관리까지 발전한다면 기업경쟁력 제고에 큰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직무에 적합한 인재 선발을 통해 만족도를 높이면 이직률을 낮추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전력거래소의 경우 블라인드 채용 도입 이후 조기퇴사율이 80% 이상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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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8/01/01 06: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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