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18일 오후 제주 애월초 더럭분교 음악실에서 학생들이 승무를 추며 북을 연주하고 있다. 2017.12.18.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틀려도 좋으니까 이번엔 한 번도 안 쉬고 끝까지 가보는 거예요.”
지난 4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 음악실 승무북 연습 시간. 열두 명의 아이들이 허리께 높이의 북 앞에 서 있다. 이완국(53) 지도교사가 머리 위로 북채를 모으자 왁자지껄했던 음악실은 금세 조용해진다.
연주를 준비하라는 신호다. 다들 숨을 죽인 채 양 손에 북채를 들고 선생님의 시작 구령을 기다린다.
곧이어 자진모리와 휘모리장단이 섞인 신명나는 북 가락이 음악실을 가득 채웠다. 아이들은 폴짝폴짝 뛰며 북을 내려치기도 하고 북 가장자리를 다듬이질 하듯 두드리기도 했다.
8분가량 쉼 없이 몰아치던 연주가 끝나자 다들 진이 빠진 듯 북 위로 털썩 엎드렸다.
승무북은 승무를 추며 북 연주까지 해야 해서 성인에게도 쉽지 않아보였다. ‘아이들이 어려워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완국 교사는 “처음에 암기하는 게 좀 어렵지만 신나는 가락에 맞춰 친구들끼리 즐겁게 배우다 보니 곧잘 따라하게 된다”고 답했다.
더럭분교는 지난 2005년부터 승무북 연주 동아리 ‘더럭 행복 두드림 나르샤’를 운영하고 있다. 승무북이란 장삼과 고깔을 걸치고 북을 연주하며 승무를 추는 민속 무용이다.

【제주=뉴시스】제주 애월초 더럭분교 승무북 동아리 ‘더럭 행복 두드림 나르샤’가 지난 2016년 5월 제주특별자치도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하는 월드컵우드볼대회에서 초청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 제공)
동아리를 만들고 10년이 넘도록 연주 지도를 해온 이완국 교사는 승무북 활동 이후 학생들의 자존감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말한다.
“학교가 작아서 그런지 아이들이 밖에서 다른 학교 학생들을 만나면 학교 이야기를 잘 안하려고 하고 위축도 되고 그랬죠. 그런데 승무복 동아리에서 대외 공연을 몇 번 하고 나니 어딜 가서든 ‘나 더럭분교에 다닌다’며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니더라고요.”
동아리 활동이 가져다 준 변화는 첫 공연부터 시작됐다. 지난 2005년 5월 제주도의 한 문화포럼에 초청 공연을 다녀온 다음날부터 교실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이들이 그날부터 몇 달 동안이나 쉬는 시간마다 신이 나서 공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조용하기만 했던 학교생활에 새로운 자극이 된 거죠. 그러니까 신이 나서 동아리 활동을 즐겁게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어나니 제주도를 대표해서 교육박람회 등 다양한 외부 행사에 초청도 많이 받았죠.”
이 교사는 또 “승무북 동아리는 제주라는 섬에서도 외진 시골 마을의 분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유일한 매개체이자 기회”라며 “명예퇴직을 하고나서도 승무북 지도를 쉽게 그만둘 수 없었던 이유기도 하다”고 밝혔다.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18일 오후 제주 애월초 더럭분교 승무북 동아리 ‘더럭 행복 두드림 나르샤’가 이완국 지도교사와 함께 연주 합을 맞추고 있다. 2017.12.18. [email protected]
김진희 교감선생은 승무북 동아리를 처음 봤던 순간을 지금까지도 잊지 못했다.
“작년 3월 더럭분교에 발령받아서 온 첫 날 아침부터 북 가락이 울려 퍼졌어요. 그 때가 아침 8시도 안 된 이른 시간이어서 무슨 일인가 싶어서 소리를 따라 음악실로 갔었죠. 안을 들여다보니 어린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신이 나서 춤을 추며 북을 두드리고 있더라구요.”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 좋아서 북을 두드리는 모습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며 “서로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이 어쩌면 책상 앞에 앉아 교과서만 공부하는 것보다 진짜 교육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감은 또 “우리 친구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지금의 행복을 그대로 간직하길 바란다”며 “더럭분교는 내년 본교 승격 등 많은 변화를 앞두고 있는데 승무북 동아리만큼은 계속해서 유지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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