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최대 난제 '저출산' 극약처방 통할까

기사등록 2017/12/27 05:30:00

최종수정 2018/01/02 08:55:23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저출산은 우리사회와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이다. 지금 같은 저출산이 이어지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2750년에는 한국인이 소멸한다는 얘끼까지 나온다.

 저출산의 늪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어려운 사회와 조직문화에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의 저출산 대책을 '실패'라고 선언하면서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예고한 상태다. 고강도 대책들을 통해 일과 가정 양립이라는 패러다임 변화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첫 간담회에서 "지금까지의 저출산 대책들은 실패했다"며 "하나하나 대책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 효과보다 저출산·고령화가 확산하는 속도가 더 빨랐고 정부대책이 제대로 따라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기존의 생각과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며 "해오던 대로 하면 저출산·고령화에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등은 올해 우리나라 출생아수를 36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간 40만명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가임기(15~49세)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숫자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올해 1.06~1.07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1.3 미만이면 초저출산으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무려 16년 동안 초저출산 국가를 지속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가장 낮다. 

 문제는 낮은 출산율은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려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성장 동력을 급격히 둔화시킨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도 "이대로 가면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어 2031년 대한민국 총인구가 줄게 된다"며 "이제는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경제가 어렵다는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 근간이 흔들리는 심각한 인구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은 이유로 양성 평등 가치관의 부족과 가사분담을 제약하는 근로여건, 결혼·양육비용 등의 경제적 문화적 요인 등을 지목한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여성 일자리는 양적으로 확대됐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출산·육아에 대한 사회보험이 시작된 2000년(50.0%)부터 여성고용률은 꾸준히 증가해 2016년(56.2%)까지 6.2%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OECD 평균(62.8%)이나 남성(75.8%)에 비해선 낮다.

 근로조건도 2016년 여성의 평균 시간당 급여액은 1만2573원으로 남성의 64.6%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고용형태 역시 여성노동자 10명중 4명이 비정규직(41%)이고 여성 임원 비율은 2.4%로 OECD 29개국중 꼴찌 수준이다. OECD 평균수치는 20.5%다.

 현재 다양한 출산·육아지원 제도가 있지만 이런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법과 현실이 따로 논다는 얘기다.

 근로자들은 출산·육아지원제도를 사용하려는 사람을 개인 이기주의로 취급하고 승진에서 배제하는 등의 문화가 곳곳에 존재한다고 얘기한다.

 직장인 A씨는 "육아휴직은 동료의 업무부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중소기업은 육아휴직자의 업무 대체가 어렵기 때문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실제 동료눈치 등으로 인해 제도 출산·육아지원 활용이 어렵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2016년 일·가정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이 어려운 이유로 동료의 업무부담 증가(51.4%), 업무의 고유성(18.9%), 대체인력 채용의 어려움(13.7%) 등을 꼽았다.
 
 특히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엔 더욱 어렵다. 
 
 법정 의무제도인 출산휴가를 정규직·비정규직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응답한 사업체는 68.0%로 32.0% 사업장은 비정규직 출산휴가의 사용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밑고 맡길 수 있는 양질의 보육서비스가 부족하고 경력단절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도 저출산 배경으로 지목됐다.

 직장인 B씨는 "아이를 봐줄수 있는 친정 엄마가 있거나 보육시설이 괜찮으면 경력단절 없이 잘 근무할 것 같은데 아이를 돌봐줄 만한 환경이 아닐 때는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후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C씨는 "출산 이후에 직장을 잡으려다 보니 대부분 허드렛일인 것 같다"며 "경력단절로 인한 피해 없이 엄마로써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기업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보수적 인식부터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 박경훈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 남녀의 균등한 가사분담 등이 양호하다"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1% 늘어나면 출산율은 약 0.3~0.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정부는 부처 합동 여성일자리 대책을 내놨다. 재직중인 여성노동자의 경력단절 예방, 불가피하게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재취업 촉진, 차별없는 여성일자리환경 구축 등 크게 세가지 분야다.

 특히 경력단절 예방 대책으로는 임신노동자 지원 강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활성화, 아빠육아 참여 확산, 육아휴직 급여 인상, 직장어린이집 설치 확대 등을 제시했다.

 정부는 우선 내년중으로 임신기에도 육아휴직을 허용하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지금은 출산 전 임신기간 중에는 육아휴직을 쓸 수 없다. 법이 개정되면 임신중에도 최대 10개월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전체 육아휴직 기간인 1년 중 잔여분은 출산후 나눠 사용하면 된다.

 또한 임신기에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임신기 근로시간 2시간 단축 제도는 임신 전(全)기간으로 확대된다.

 현재는 유산 위험이 있는 임신초기 12주 이내 또는 조산 위험이 있는 출산 전 36주 이후만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연구용역과 사회적 합의를 거쳐 2019년 이같은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의 활성화도 추진한다. 현행 1년 범위에서 육아휴직 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대다수가 육아휴직을 선택하고 있다.

 정부는 1년 이내 육아휴직을 할 경우 남은 기간의 2배를 근로시간 단축 기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

 육아휴직을 6개월 했다면 남은 기간(6개월)의 2배인 1년간 근로시간 단축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육아휴직 급여도 인상한다. 

 정부는 지난 9월부터 육아휴직 첫 3개월 급여를 통상임금의 40%에서 80%로 인상한데 이어 3개월 이후 육아휴직급여도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2019년까지 3개월 이후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40%에서 50%로 인상하고 상·하한액은 각각 100만원에서 120만원,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인상시킬 게획이다.
 
직장어린이집 확충에도 적극 나선다. 고용노동부는 중소·영세사업장의 저소득 맞벌이 근로자는 사업장 내에 설치된 직장어린이집의 혜택을 받기가 곤란한 점을 고려해 거주지 인근에서 직장보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거점형 공공직장어린이집 3개소를 내년 중 설치키로 했다.

 배우자 출산휴가도 현행 유급 3일에서 10일까지 확대한다. 

 현재 배우자는 출산휴가를 5일 한도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유급 출산휴가는 3일이다. 이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유급 10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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