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LPG탱크 밸브 잠가…드러나는 허술한 제천화재 초기대응

기사등록 2017/12/23 15:23:25

최종수정 2017/12/23 16:20:48

 【제천=뉴시스】인진연 기자 =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께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수십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지연구조 논란의 중심에 선 현장의 대형 LPG탱크 모습.2017.12.22 inphoto@newsis.com
【제천=뉴시스】인진연 기자 =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께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수십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지연구조 논란의 중심에 선 현장의 대형 LPG탱크 모습.2017.12.22 [email protected]

【제천=뉴시스】천영준 기자 =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소방당국이 건물에 가스를 공급하는 LPG 탱크의 밸브를 잠그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이 센터 내부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스가 누출됐다면 건물 '붕괴'라는 더 큰 참극이 발생할 뻔했던 것이다.

 하지만 소방 인력은 탱크의 열을 식히는 데 주력했다. 인근 주차장의 차량에 불이 옮겨붙어 폭발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조치였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충북도 소방본부와 제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필로티 구조의 스포츠센터 바로 앞에는 저장 용량이 2t인 LPG 탱크가 있다.

 이 탱크는 센터 건물의 보일러에 난방용 가스를 공급하는 시설물이다.

 소방관들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탱크 주변의 차량 16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LPG 탱크가 폭발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불길이 탱크로 옮겨붙는 것을 막는 데 집중했다.

 이날 화재 관련 브리핑에서 이일 충북도 소방본부장도 "지난 9월 경기도 파주의 화재 현장에서 가스통이 폭발해 소방관 21명이 다쳤다"며 "(탱크가)터지면 상황이 심각해진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탱크의 열을 식히는 동시에 불이 붙지 않도록 안전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천=뉴시스】인진연 기자 = 21일 오후 4시께 화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한 대형 목욕탕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하고 있다.2017.12.21.(사진=제천소방서 제공)  photo@newsis.com
【제천=뉴시스】인진연 기자 = 21일 오후 4시께 화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한 대형 목욕탕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하고 있다.2017.12.21.(사진=제천소방서 제공)  [email protected]

 하지만 소방당국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과했다. LPG 탱크에서 스포츠센터로 연결된 가스 배관 밸브를 잠그지 않은 것이다.

 자칫 이 배관이 화재로 파손됐다면 가스 누출로 불이 붙을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뉴시스 취재 결과 이를 사전 차단한 것은 공무원과 가스판매업에 종사하는 관계자였다.

 제천시 소속 한 공무원은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윤주천 제천LP가스판매협회장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불이 난지 40분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이 공무원은 "불이 난 스포츠센터 바로 앞에 대형 LPG 탱크가 있는 데 불이 붙으면 위험하다"며 "가스 배관 밸브를 잠가 달라"고 윤 회장에게 부탁했다.

 직접 하고 싶었지만 당시 출장을 마치고 복귀하는 길이라 시간이 지체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윤 회장은 화재 현장에서 10분 정도 거리에서 있었다. 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현장으로 급히 달려갔다.

 온 몸에 물을 뿌린 뒤 위험을 무릅쓰고 탱크로 다가갔다. 이어 건물과 연결된 가스·기화기 배관의 밸브 8개를 모두 잠갔다.

 이 배관은 스포츠센터 건물의 각 층과 연결돼 가스가 누출되면 대형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건물이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윤 회장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LPG 탱크에 물을 뿌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LPG 탱크는 쓰러지지 않으면 가스가 누출되지 않는다"면서 "급히 달려가 밸브를 막은 것은 가스 폭발로 건물이 무너져 가스통이 넘어지면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라도 그런 전화를 받았다면 만사를 제쳐두고 현장에 달려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대형 화재가 더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를 윤 회장의 손으로 차단한 셈이다.

 이에 따라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시 초동 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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