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청년부채 증가세…은행권 밀려 제2·3금융권으로
적은 소득 탓에 이자 한 번 밀리면 '빚 굴레' 빠질 우려 커
정부, 내년 초 청년 금융지원 강화 방안 마련 예정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청년가구의 빚 증가세가 심상치않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가구당 1500만원 수준이던 빚이 지난해 2400만원 선까지 크게 불어났다. 사회 첫 발을 제대로 떼기도 전에 빚더미에 신음하는 청년들이 늘어난 것이다.
31일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4년 이래 '30세 미만' 청년 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904만원(6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구의 부채는 2014년 1481만원, 2015년 1491만원, 2016년 1681만원으로 오르더니 올해 2385만원으로 '껑충' 뛰어오르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체가구의 평균 부채가 같은기간 6051만원에서 7022만원으로 971만원(16%)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청년가구의 빚 증가세는 4배 정도 빠른 셈이다.
청년들이 진 빚의 규모 자체는 다른 세대에 비해 크지 않지만 소득이 거의 없거나 적은 탓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제대로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은 주거비와 생활비 등으로 쓸 돈은 턱없이 부족한데, 신용이 낮아 은행권 대출은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제3금융권 대출로 밀리게 된다. 그만큼 이자 압박은 불어나게 되고 자칫 연체라도 시작되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더 힘들 수 밖에 없다.
최근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 4곳이 발표한 청년·대학생 금융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 부채의 심각성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출 경험이 있는 청년층은 20.1%로 5명 중 1명꼴이었는데, 이중 13%는 은행이 아닌 '고금리' 금융기관의 문턱을 밟았다. 특히 대출 경험자의 15.2%는 이자를 제 때 갚지 못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4.5%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사회적협동조합 내지갑연구소 한영섭 소장은 "청년부채 문제는 부채의 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악화되는 측면에 있다"며 "당장 청년들은 50만원, 100만원이 부족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상황에 놓이거나 사회 활동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청년부채의 문제를 인식하고 금융지원 강화방안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는 저신용·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6~8% 금리로 대출해주는 서민금융상품 '햇살론'의 공급 한도를 늘리고, 청년들의 주거 자금과 취업 준비 지원을 위해 대출 제도개선 등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청년들의 주거 자금이나 생활 자금 위주로 공급을 강화하고, 햇살론을 강화하는 위주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르면 내년 초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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