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비트코인 선물이 뜨거운 관심 속에 제도권 금융 시장에 데뷔했다.
개장가보다 가격이 20% 가량 올랐고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주식매매 일시 중단제도)'도 두차례 발동됐다. 비트코인 선물 가격 강세는 주말 동안 폭락했던 현물 가격도 끌어올렸다.
11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에서 비트코인 선물 1월물은 이날 오전 3시(미국 중부 시간·한국시간 오후 6시) 현재 1만7800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10일 오후 5시 1만5000 달러에서 거래를 시작한 비트코인 선물은 10시간 만에 가격이 18.66% 상승했다.
가격 변동성도 컸다. 현재까지 두차례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CBOE는 비트코인 시세가 장중 10% 이상 오르거나 내리면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해 2분 동안 거래를 정지시킨다. 변동성이 20%를 넘을 경우 5분 동안 중단한다.
개장후 1만6000달러 아래에서 횡보하던 선물 가격이 1만7000 달러를 뚫고 본격적인 상승을 시작하자 오후 7시30분께 첫번째 거래 중단이 2분간 발동됐다. 거래 재개 후에도 가격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오후 9시께 다시 한번 5분간 거래가 중단됐다.
비트코인 선물 가격은 10일 오후 9시40분 최고 1만8700달러까지 올랐다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어 현재 1만7000 달러 후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첫 비트코인 선물 거래에 대한 관심으로 CBOE 홈페이지에서는 접속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CBOE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웹사이트에 무거운 트래픽이 걸려 평소보다 느리게 작동할 수 있으며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안내했다. 다만 CBOE는 홈페이지 접속 장애가 선물 거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래량이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까지 거래된 선물 계약은 2647건에 그쳤다.
가상화폐 트레이딩 업체 컴버랜드의 바비 조 수석 트레이더는 "시장에 많은 참여자가 없다"며 "사람들이 아주 조심스럽게 거래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알파 샤크 트레이딩의 앤드루 킨 최고경영자(CEO)는 매수호가와 매도호가 간의 가격 스프레드(차이)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프레드가 120 달러나 된다면 나는 거래할 수 없다"며 "스프레드가 좁혀지면 거래하기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선물 가격이 오르면서 주말 동안 폭락했던 현물 가격도 상승세로 전환했다.
가상화폐정보업체 월드코인인덱스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현물 가격은 전일 종가보다 9.25% 오른 1만6442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주말 동안 1만3100 달러까지 급락했다가 반등에 성공했다.
선물거래는 미래 특정한 시점에 계약을 이행하기로 약속하는 거래다.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다는 것은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현물 가격은 선물 가격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
CBOE에 이어 세계 최대의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 상품거래소(CME)도 오는 18일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한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미국을 대표하는 두 거래소에서 관련 상품이 거래되는 만큼 기관 투자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톰 리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저 공동창립자는 "파생상품 도입은 기관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에 투자 자금을 할당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제공한다"며 "파생상품은 '지수연동형 펀드(ETF)'와 보다 유동화된 자산을 만들어 내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선물 출시로 가격 하락에 베팅이 가능해진 만큼 지금까지처럼 급격한 가격 상승이 나타나지는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이 과열됐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선물의 도입이 비트코인 가격 조정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부 헤지펀드는 하락 베팅을 기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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