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고우균(33) 메디블록(MEDIBLOC) 공동창립자 겸 공동대표(사업개발이사)는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공학도 출신이다. 그가 ‘블록체인(분산원장)’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원을 졸업한 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근무하던 지난 2009년 즈음이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이 짧은 기술용어가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을 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고 대표가 블록체인에 눈을 돌린 계기는 치과의사로 전업한 이후 찾아왔다. 3년 반 가량의 짧은 엔지니어 생활을 마치고 치의과대학원을 거쳐 치과의사로 전업한 그는 당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겪는 불편에 주목했다. 환자들은 타병원에서 제출받은 진료 기록을 대개 서류나 CD형태로 발급받아 내방했다. 하지만 중간에 이러한 자료를 분실해 진료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왕왕 발생했다. CD를 구동할 기기가 병원에 없는 사례도 있었다.
병원이나 제약회사 등도 턱없이 부족한 환자 정보에 아쉬움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병원에 고여 있는 환자 정보의 물꼬를 터서 다른 부문으로 흐르게 할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보가 흐르면 의료 생태계 전반을 적시고, 살찌울 수 있다는 게 그의 복안이었다. 고 대표가 당시 구상한 해법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스타트업이었다. 병원, 보험사, 제약사 등이 모여 정보를 거래할 멍석을 깔아주자는 취지였다.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의 '촉'을 십분 발휘했다. 그는 “환자들이 의료 기관이 관리하는 자신의 정보를 밖으로 끌어들여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며 "환자 본인의 의료 정보가 넘어가게 되면 환자 결정 하에 특정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뢰 네트워크로 불리는 블록체인 기술은 이 플랫폼에 연결된 병원, 보험사, 제약사 등의 정보 오·남용을 막는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환자 데이터가 어떤 식으로 이용되는 지 철저히 기록해 정보 공유에 따른 보안의 취약함을 제거하는 핵심 수단이었다. 그는 “그 때(2009년)는 보지 못했던 부분을 이번에 보게 되면서 의료정보랑 결합을 할 경우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평가했다.
환자들도 정보 주권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공개 키, 비밀 키 등을 통해 자신의 진료 정보의 진본 여부를 공증할 수 있다. 병원이나 보험사 등에 어느 선까지 공개할지도 정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 접종한 주사 내역부터 성인이 된 이후 병력까지, 체계적으로 자신의 의료 정보를 스스로 관리할 길이 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시계나 팔찌 등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한 심박수 등 건강 관련 정보도 체계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 환자들은 이 플랫폼에 참여한 제약사, 병원 등에 자신의 의료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수취할 수 도 있다. 이 회사가 퀀텀 블록체인 위에 꾸린 장터에서 결제는 가상화폐인 메디 토큰으로 이뤄진다.
고 대표가 치과 의사로 근무하며 당초 눈독을 들인 영역은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메디컬 챗봇’이었다고 한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으며 전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AI를 활용해 환자들에게 맞춤형 조언을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의료 정보 확보였다. 인공지능이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가 풍부해야 했지만 현실은 초라했다. 그는 이러한 데이터를 확보할 방안부터 고민해야 했다고 당시를 되돌아본다.
이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메디블록은 올 들어 두 차례 진행된 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s·ICO)에서 무려 100억여 원에 달하는 쏠쏠한 실탄을 확보했다. ICO는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주식 대신 가상화폐를 팔아 투자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을 뜻한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는 지분을 내주지 않고도 회사운영자금을 확보할 일석이조의 수단인 셈이다.
이 회사는 내년 말 블록체인을 접목한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수익원은 이 장터에 모여들 병원, 제약사, 보험사 등을 상대로 한 광고 비즈니스다. 그는 “데이터 거래 시장이 차츰 커지며 거래에서 오는 수수료로 시장사이즈가 커질 수 있다. 가장 큰 것은 광고 수익”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사는 장기적으로 네팔을 비롯한 제3세계 국가에도 진출해 의료 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메디블록의 사례는 블록체인 기술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상의 맹아를 보여준다. 일부 전문가들은 1990년대 후반의 닷컴 버블을 사례로 들며 이러한 낙관적 전망에 회의론을 제기하지만 이 모델은 이미 국내외에서 조금씩 싹을 틔우고 있다.
그 핵심에는 거대 기업이나 기관이 행사해온 정보 독점을 허무는 작업이 놓여 있다. 병원은 환자 의료정보의 관리자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이 정보를 독점하며 다양한 스타트업의 창업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미들맨이 구축한 정보의 칸막이를 허물어 이들의 지대 추구 행위를 제어하고 이윤이 더 골고루 흐르는 상생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물론 이러한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할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정보가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흐르기 위해서는 그 표준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환자의 병증을 표기하는 진료 기록부터 의사별로 각양각색이어서 풀어야할 과제가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아직은 성공사례가 드물다는 점도 '패스트 팔로워 전략'에 익숙한 국내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스타트업 경영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장애물로 꼽힌다. 기업들이 굳이 막대한 돈을 들여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블록체인 시기상조론의 단골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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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대표가 블록체인에 눈을 돌린 계기는 치과의사로 전업한 이후 찾아왔다. 3년 반 가량의 짧은 엔지니어 생활을 마치고 치의과대학원을 거쳐 치과의사로 전업한 그는 당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겪는 불편에 주목했다. 환자들은 타병원에서 제출받은 진료 기록을 대개 서류나 CD형태로 발급받아 내방했다. 하지만 중간에 이러한 자료를 분실해 진료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왕왕 발생했다. CD를 구동할 기기가 병원에 없는 사례도 있었다.
병원이나 제약회사 등도 턱없이 부족한 환자 정보에 아쉬움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병원에 고여 있는 환자 정보의 물꼬를 터서 다른 부문으로 흐르게 할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보가 흐르면 의료 생태계 전반을 적시고, 살찌울 수 있다는 게 그의 복안이었다. 고 대표가 당시 구상한 해법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스타트업이었다. 병원, 보험사, 제약사 등이 모여 정보를 거래할 멍석을 깔아주자는 취지였다.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의 '촉'을 십분 발휘했다. 그는 “환자들이 의료 기관이 관리하는 자신의 정보를 밖으로 끌어들여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며 "환자 본인의 의료 정보가 넘어가게 되면 환자 결정 하에 특정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뢰 네트워크로 불리는 블록체인 기술은 이 플랫폼에 연결된 병원, 보험사, 제약사 등의 정보 오·남용을 막는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환자 데이터가 어떤 식으로 이용되는 지 철저히 기록해 정보 공유에 따른 보안의 취약함을 제거하는 핵심 수단이었다. 그는 “그 때(2009년)는 보지 못했던 부분을 이번에 보게 되면서 의료정보랑 결합을 할 경우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평가했다.
환자들도 정보 주권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공개 키, 비밀 키 등을 통해 자신의 진료 정보의 진본 여부를 공증할 수 있다. 병원이나 보험사 등에 어느 선까지 공개할지도 정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 접종한 주사 내역부터 성인이 된 이후 병력까지, 체계적으로 자신의 의료 정보를 스스로 관리할 길이 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시계나 팔찌 등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한 심박수 등 건강 관련 정보도 체계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 환자들은 이 플랫폼에 참여한 제약사, 병원 등에 자신의 의료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수취할 수 도 있다. 이 회사가 퀀텀 블록체인 위에 꾸린 장터에서 결제는 가상화폐인 메디 토큰으로 이뤄진다.
고 대표가 치과 의사로 근무하며 당초 눈독을 들인 영역은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메디컬 챗봇’이었다고 한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으며 전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AI를 활용해 환자들에게 맞춤형 조언을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의료 정보 확보였다. 인공지능이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가 풍부해야 했지만 현실은 초라했다. 그는 이러한 데이터를 확보할 방안부터 고민해야 했다고 당시를 되돌아본다.
이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메디블록은 올 들어 두 차례 진행된 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s·ICO)에서 무려 100억여 원에 달하는 쏠쏠한 실탄을 확보했다. ICO는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주식 대신 가상화폐를 팔아 투자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을 뜻한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는 지분을 내주지 않고도 회사운영자금을 확보할 일석이조의 수단인 셈이다.
이 회사는 내년 말 블록체인을 접목한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수익원은 이 장터에 모여들 병원, 제약사, 보험사 등을 상대로 한 광고 비즈니스다. 그는 “데이터 거래 시장이 차츰 커지며 거래에서 오는 수수료로 시장사이즈가 커질 수 있다. 가장 큰 것은 광고 수익”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사는 장기적으로 네팔을 비롯한 제3세계 국가에도 진출해 의료 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메디블록의 사례는 블록체인 기술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상의 맹아를 보여준다. 일부 전문가들은 1990년대 후반의 닷컴 버블을 사례로 들며 이러한 낙관적 전망에 회의론을 제기하지만 이 모델은 이미 국내외에서 조금씩 싹을 틔우고 있다.
그 핵심에는 거대 기업이나 기관이 행사해온 정보 독점을 허무는 작업이 놓여 있다. 병원은 환자 의료정보의 관리자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이 정보를 독점하며 다양한 스타트업의 창업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미들맨이 구축한 정보의 칸막이를 허물어 이들의 지대 추구 행위를 제어하고 이윤이 더 골고루 흐르는 상생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물론 이러한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할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정보가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흐르기 위해서는 그 표준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환자의 병증을 표기하는 진료 기록부터 의사별로 각양각색이어서 풀어야할 과제가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아직은 성공사례가 드물다는 점도 '패스트 팔로워 전략'에 익숙한 국내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스타트업 경영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장애물로 꼽힌다. 기업들이 굳이 막대한 돈을 들여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블록체인 시기상조론의 단골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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