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시범사업 한달]본인보다 가족에 좌우…환자 선택권 늘려야

기사등록 2017/11/28 17:06:36

'말기 환자=수개월내 사망'…정의 재정립 검토

【세종=뉴시스】이인준 기자 = 내년 2월부터 '연명의료'가 본격 시행되지만 현재로서는 결정 주체가 환자 본인보다 가족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연명의료의 주된 도입 취지가 말기·임종기 환자 스스로 연명의료를 유보·중단에 관한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라는 점에서 제도개선이 필요할 전망이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된 '연명의료결정' 시범사업에 따라 한달간 7명에게 연명의료 유보·중단이 이행됐지만 이들중 본인 의사로 연명의료를 유보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단 2명뿐이다.

 나머지 5명은 환자의 가족이 연명의료 유보·중단을 대신 결정했다. 현실적으로 임종기에 접어들면 환자가 스스로 연명의료 유보·중단 의사를 나타낼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환자에게 의식이 없는 경우 가족의 합의와 의사 2인의 확인을 통해 연명의료 유보·중단을 결정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에서도 4건은 가족 2명 이상에게 환자가 의식을 잃기전 생에 대한 태도를 묻고 이를 전문의 2명이 확인함에 따라 연명의료결정이 이행됐다. 나머지 1건은 환자의 의사가 확인이 어려워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를 통해 연명의료 결정이 성사됐다.

 현재로서는 내년에 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 시행되더라도 이처럼 환자 본인의 선택보다는 환자 가족에 의한 결정이 우세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문제는 현행 제도가 환자 본인 스스로 연명의료 유보·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대상 질환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말기 환자의 정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COPD) ▲만성 간경화 등 4종의 질환으로 수개월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 환자를 의미한다.
 
 말기에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는 사람은 이들 4종의 질환자뿐인 것이다. 실제로 연명의료 유보·중단을 이행한 2명을 포함해 지난 한달간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11명은 모두 말기 환자였으며 암 환자와 COPD 환자뿐이다.

 복지부는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수개월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말기환자의 정의를 다시 정립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앞서 지난 8일 열린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는 연명의료결정법상 개정 필요사항을 심의한 결과,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는 대상 확대를 권고했다.

 위원회는 "환자의 의식이 명료한 상태에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수개월내 임종과정에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임종기'에 대한 정의도 재정립이 필요할 전망이다.

 현행법에는 '사망에 임박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있어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진이 임종과정에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가도 환자가 회생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며 "의료진이 환자의 임종과정에 대해 보수적으로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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