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뉴시스】 김덕용 기자 = "지진에 담장이 무너져 골목길이 꽉 막혀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습니다."
2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서 만난 주민 박 모(87·여) 씨는 "지진 여파로 건물 외벽과 담장이 무너져 통행이 어려워 시청에 호소했지만 아무 대처도 없어 답답하고 불안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씨는 지난 16일부터 거동이 불편한 남편(88)과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집이 언제 내려앉을지 모를 위험한 상황이지만 남편의 몸 상태가 안 좋아 대피소로 이동하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박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남편 약을 챙겨줘야 하는데 그냥 두고 나 혼자 대피소에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흥해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곽 모(79·여) 씨는 "홍해읍 일대는 홀몸 노인들이 많은데 정부에서 이들에 대해 아무런 대처가 없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 지진 이후 무너지거나 파손된 집을 떠나지 못하는 홀로 노인들에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지진의 진앙 외곽 지역에는 70대 이상 1~2인 가구가 대부분이지만 대피소에 가는 대신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더 많다.
포항시 관계자는 "노인 등 취약계층 주민 대부분이 그냥 집에 머물고 있다"면서 "최근 여진이 잦아들면서 다시 돌아온 경우도 많다"고 했다.
시는 이번 지진으로 현재까지 크고 작은 건축물 1561곳이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파악했다. 주거대책이 시급한 가구는 500여 가구에 달한다.
시는 파손 정도가 심한 332곳에 긴급점검을 한 데 이어 사용제한, 위험 판정을 한 건물에는 추가로 정밀 점검을 벌여 조치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홀로 집에 머무는 노인의 경우 방문간호사를 파견하고 있다"며"환자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의료지원과 심리지원을 지속해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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