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 청와대 통해 사전조율
국정교과서 예비비 긴급 편성
개발비는 17억6000만원에 그쳐
【서울=뉴시스】백영미 기자 = 박근혜 정부 당시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시급하다며 편성한 예비비 중 절반 이상인 24억여원을 국정교과서 홍보에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당시 정부와 여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편성된 예비비 상당 부분을 홍보비로 쓰면서 내역은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됐었는데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국가 재난 등 급박한 상황에서 예비비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위)는 지난달 3일 연 제4차 회의에서 의결한 ’예비비 집행내역 조사‘와 관련, 17일 진상조사팀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보고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진상조사팀 조사 결과 교육부는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구분(안) 행정예고'가 시작된 2015년 10월12일 기획재정부에 예비비 편성을 요청했고, 이튿날인 13일 예산 배정 통보를 받았다. 당시 교육부 기조실장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비서관은 "예비비 편성이 이처럼 급히 이뤄진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장·차관이 사전에 청와대를 통해 기재부와 조율해 가능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예비비 43억 8700만원을 역사교과서 개발 예산으로 긴급 편성한 후 총 예산 중 56.6%인 24억 8500만원을 홍보비 예산으로 편성했다. 역사교과서 개발비는 홍보 예산에 훨씬 못 미치는 17억 6000만원(40.1%)만 책정했다.
당시 교육부 담당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주재 회의에서 새누리당 전 홍보 관계자인 조모씨와 한모씨, 황우여 전 장관 정책보좌관 겸 새누리당 전 홍보 관계자였던 강모씨, 청와대 행정관인 김모씨 등이 홍보 방향과 업체를 제안하면 참석한 교육문화 수석실 비서관인 이모씨, 홍보수석실 비서관인 오모씨, 정무수석실 비서관인 정모씨 등이 이를 그대로 추인했다.
교육문화 수석도 이들 제안대로 교육부 실무팀인 동숭동 비밀 TF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등이 국정교과서 홍보비를 집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교과서 홍보비로 쓰여진 예산 24억8000만원 원 중 12억원(48.4%)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 집행됐고, 나머지 12억8000만원(51.6%)은 청와대 주도로 집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국정교과서 홍보비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정부광고 업무 시행규정’,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및 ‘같은 법 시행령’을 위반했다.
교육부는 이 과정에서 사후 행정 처리에 협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 실무팀은 조모씨, 한모씨, 강모씨, 김모씨 등이 조율해 알려준 홍보영상물 제작 업체, 지상파 등과 사후 계약을맺으면서 업체 현황이나 제작자 상황, 비용의 적정성 등을 판단하지 못한 채 비용을 지급했다.
홍보비 지출은 역사교육지원 TF에서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으로 직제가 변경된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에서 이뤄졌다.
추진단은 홍보비를 지출하는 과정에서 '국무총리령'을 위반하고 홍보물 제작 등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면서 광고가 아닌 협찬의 명목으로 지상파 3사와 직접 송출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협찬 고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협찬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가 방송제작에 관여하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경비·물품·용역·인력 또는 장소 등을 제공받는 것으로 광고와 다르다.
추진단은 또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7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0조를 위반하고 지상파 중 1개사와 송출 계약 시 유관순 열사 등이 등장하는 홍보영상물 제작비 1억원을 끼워넣는 수의계약을 추진하면서 2명 이상으로부터 견적도 받지 않았다.
추진단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도 적발됐다. 홍보영상 제작 및 송출 계약은 애초 지상파 중 1개사가 제작하고 송출하는 것으로 계약됐지만, 교육부가 모르게 해당 지상파와 ‘A사(광고대행사)’가 광고대행계약을 맺어 A사가 홍보영상도 제작하고, 다른 지상파까지 해당 홍보영상이 송출되도록 했다. A사는 이 대가로 교육부에서 지상파 3사로 지급하는 송출료 중 10~12%를챙겼다.
이 과정에서 홍보 동영상을 제작하지 못하는 A사는 B사(제작총괄)로 하청을 주었고, B사는 C사(촬영)에 다시 하청을 줬다. 또 제작비가 약 5000만원(추가 자막비 3000만원·추가 영상물 제작 1억9000만원 명목) 정도 추가 지급되고 제작 단가가 상당히 부풀려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확인됐다.
추진단은 직권남용 혐의도 받고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 오모 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인터넷 배너 광고 제작에 9000만원을 지출했고, 카드뉴스 등 홍보물 제작은 당시 교육부 정책보좌관 강모씨가 알선한 업체를 통해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는데 시중가보다 상당히 부풀려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됐다.오씨는 추진단을 통해 교육부 담당자들에게 자신이 추천한 업체가 홍보물 제작 업체로 선정되도록 독려했고, 강씨는 자신이 지정한 홍보물 제작 업체를 선정하고 지정한 단가를 책정하도록 했다.
추진단은 대부분 계약액이 1억원 이상일 경우 실국장의 결재를 받도록 한 ‘교육부 위임 전결 규정’을 위반한 채 사후 결재하고 사전에 일상 감사를 받도록 한 교육부 규정도 위반하는 등 부적절한 회계 처리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위는 사안의 경중을 가려 엄정히 조치하기로 의결했다. 조사과정에서 다른 부처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확대 수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교육부는 국가예산에 손실을 입힌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법에 따라 처리하기 위해 관련자들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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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예비비 긴급 편성
개발비는 17억6000만원에 그쳐
【서울=뉴시스】백영미 기자 = 박근혜 정부 당시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시급하다며 편성한 예비비 중 절반 이상인 24억여원을 국정교과서 홍보에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당시 정부와 여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편성된 예비비 상당 부분을 홍보비로 쓰면서 내역은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됐었는데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국가 재난 등 급박한 상황에서 예비비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위)는 지난달 3일 연 제4차 회의에서 의결한 ’예비비 집행내역 조사‘와 관련, 17일 진상조사팀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보고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진상조사팀 조사 결과 교육부는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구분(안) 행정예고'가 시작된 2015년 10월12일 기획재정부에 예비비 편성을 요청했고, 이튿날인 13일 예산 배정 통보를 받았다. 당시 교육부 기조실장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비서관은 "예비비 편성이 이처럼 급히 이뤄진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장·차관이 사전에 청와대를 통해 기재부와 조율해 가능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예비비 43억 8700만원을 역사교과서 개발 예산으로 긴급 편성한 후 총 예산 중 56.6%인 24억 8500만원을 홍보비 예산으로 편성했다. 역사교과서 개발비는 홍보 예산에 훨씬 못 미치는 17억 6000만원(40.1%)만 책정했다.
당시 교육부 담당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주재 회의에서 새누리당 전 홍보 관계자인 조모씨와 한모씨, 황우여 전 장관 정책보좌관 겸 새누리당 전 홍보 관계자였던 강모씨, 청와대 행정관인 김모씨 등이 홍보 방향과 업체를 제안하면 참석한 교육문화 수석실 비서관인 이모씨, 홍보수석실 비서관인 오모씨, 정무수석실 비서관인 정모씨 등이 이를 그대로 추인했다.
교육문화 수석도 이들 제안대로 교육부 실무팀인 동숭동 비밀 TF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등이 국정교과서 홍보비를 집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교과서 홍보비로 쓰여진 예산 24억8000만원 원 중 12억원(48.4%)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 집행됐고, 나머지 12억8000만원(51.6%)은 청와대 주도로 집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국정교과서 홍보비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정부광고 업무 시행규정’,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및 ‘같은 법 시행령’을 위반했다.
교육부는 이 과정에서 사후 행정 처리에 협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 실무팀은 조모씨, 한모씨, 강모씨, 김모씨 등이 조율해 알려준 홍보영상물 제작 업체, 지상파 등과 사후 계약을맺으면서 업체 현황이나 제작자 상황, 비용의 적정성 등을 판단하지 못한 채 비용을 지급했다.
홍보비 지출은 역사교육지원 TF에서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으로 직제가 변경된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에서 이뤄졌다.
추진단은 홍보비를 지출하는 과정에서 '국무총리령'을 위반하고 홍보물 제작 등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면서 광고가 아닌 협찬의 명목으로 지상파 3사와 직접 송출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협찬 고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협찬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가 방송제작에 관여하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경비·물품·용역·인력 또는 장소 등을 제공받는 것으로 광고와 다르다.
추진단은 또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7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0조를 위반하고 지상파 중 1개사와 송출 계약 시 유관순 열사 등이 등장하는 홍보영상물 제작비 1억원을 끼워넣는 수의계약을 추진하면서 2명 이상으로부터 견적도 받지 않았다.
추진단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도 적발됐다. 홍보영상 제작 및 송출 계약은 애초 지상파 중 1개사가 제작하고 송출하는 것으로 계약됐지만, 교육부가 모르게 해당 지상파와 ‘A사(광고대행사)’가 광고대행계약을 맺어 A사가 홍보영상도 제작하고, 다른 지상파까지 해당 홍보영상이 송출되도록 했다. A사는 이 대가로 교육부에서 지상파 3사로 지급하는 송출료 중 10~12%를챙겼다.
이 과정에서 홍보 동영상을 제작하지 못하는 A사는 B사(제작총괄)로 하청을 주었고, B사는 C사(촬영)에 다시 하청을 줬다. 또 제작비가 약 5000만원(추가 자막비 3000만원·추가 영상물 제작 1억9000만원 명목) 정도 추가 지급되고 제작 단가가 상당히 부풀려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확인됐다.
추진단은 직권남용 혐의도 받고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 오모 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인터넷 배너 광고 제작에 9000만원을 지출했고, 카드뉴스 등 홍보물 제작은 당시 교육부 정책보좌관 강모씨가 알선한 업체를 통해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는데 시중가보다 상당히 부풀려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됐다.오씨는 추진단을 통해 교육부 담당자들에게 자신이 추천한 업체가 홍보물 제작 업체로 선정되도록 독려했고, 강씨는 자신이 지정한 홍보물 제작 업체를 선정하고 지정한 단가를 책정하도록 했다.
추진단은 대부분 계약액이 1억원 이상일 경우 실국장의 결재를 받도록 한 ‘교육부 위임 전결 규정’을 위반한 채 사후 결재하고 사전에 일상 감사를 받도록 한 교육부 규정도 위반하는 등 부적절한 회계 처리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위는 사안의 경중을 가려 엄정히 조치하기로 의결했다. 조사과정에서 다른 부처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확대 수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교육부는 국가예산에 손실을 입힌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법에 따라 처리하기 위해 관련자들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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