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포항지진, 다른 활성단층에 영향
"연쇄적으로 강진 발생할 수 있는 환경"
"경주·포항지진 중첩 지역 특히 위혐해"
"더 큰 지진, 당장 내일이나 1년 후 올 수도"
"규모 작은 잦은 여진, 강진 발생 줄여줘"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지난해 9월 경주에 이어 15일 포항에서도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의 '강진 발생 주기'가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수백 년 동안 잠자고 있던 강진이 1여 년 사이 두 차례 발생한 것을 두고 우리나라도 지진 활성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진 횟수가 많아지고 강진 발생 주기가 앞당겨진 만큼 이에 따른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1978년 계기 지진관측 이래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9차례였다. 이 중 5차례는 2010년 이후 발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발생한 지진은 총 252차례로 1978년 이후 가장 많았다. 1년 동안 100회 이상 지진이 나타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특히 한반도에서 역대 1·2위로 기록된 지진들은 최근 1년2개월 사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은 지난해 9월12일 오후 8시32분께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이다. 이어 15일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이 뒤따랐다.
이 같은 강진이 1년여 사이 나타난 이유는 지난 400여년 동안 활동하지 않았던 단층에 누적된 응력(스트레스)이 경주 지진으로 인해 다른 활성단층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경주 지진으로 발생한 에너지가 응력이 쌓인 포항 인근 단층에 자극을 주면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단층은 판과 판의 경계로부터 응력이 자연스럽게 전이가 돼서 쌓인다"며 "응력이 누적되면 자연스럽게 지진이 발생하는 것이지만 경주와 포항지진으로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한반도에 많은 단층의 응력이 임계치에 근접해 있다. 여기에 중규모 지진이 나면 바로 다른 단층의 응력이 증가하면서 지진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연쇄적으로 강진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라 위험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경주와 포항 지진으로 뿜어져 나온 에너지가 중첩되는 지역이 있다. 그런 곳은 특히 위험도가 상당히 크다"고 경고했다.
이희권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는 "과거 자료를 보면 한 번 지진이 발생할 경우 다른 지진이 또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단(短)주기로 볼 때 강진이 난 지역에 또 다시 강진이 나는 건 드물지만 그 근처에서 다른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도 400년 동안 큰 지진이 없다가 경주에 이어 포항까지 큰 규모의 지진이 나면서 또 다른 강진이 발생할 확률이 커진 것이다. 이전과 비슷한 규모, 어쩌면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당장 내일, 1년 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문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400년의 공백기 동안 응력이 많이 누적됐다. 그동안 작은 지진이 계속 발생해 에너지를 방출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큰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3월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으로 상황은 더 악화됐다.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발생한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의 강진으로 규모는 9.0이었다.
홍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지반이 약화되면서 지진이 잦아졌을 뿐 아니라 큰 규모의 지진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예전보다 강진이 발생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포항 지진으로 인한 여진의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17일 오전 10시까지 발생한 여진은 51회로 집계됐다. 일부 시민들은 잦은 여진이 주변 활성 단층을 자극해 또 다른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진으로 인한 새로운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작은 규모의 여진으로 단층에 쌓인 에너지를 밖으로 유출하면서 강진 발생 가능성을 낮춘다는 의견도 있다.
홍 교수는 "지진 규모 1마다 32배의 에너지가 차이가 난다. 규모 5.4와 같은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규모 4.4 지진이 한 자리에서 32번 발생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규모 2.0~3.0의 여진으로 다른 단층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한 자리에서 수천 번의 지진이 발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여진으로 본진이 방출하고 남은 에너지를 조금씩 방출하면서 그 지역의 응력을 풀어주게 된다"며 "여진으로 단층의 에너지를 풀어줌으로써 그 지역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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