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들 "원전 안전 보장 못 해…정밀조사해야"
"월성 1호기 즉시 폐쇄…신고리 5·6호기 건설도 재검토"
내진설계 기준 재정립 필요성 제기…정치권 공방 재연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15일 경북 포항에서 역대 두 번째로 큰 지진이 발생하면서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안전한지 여부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원전은 한반도 동남권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는데 지난해 경주에 이어 포항에서도 다시 한 번 강진이 발생하면서 원전 축소 또는 탈원전 요구가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 일대에는 울진에 한울 원전 6기, 경주에 월성·신월성 원전 6기, 부산과 울산에 고리·신고리 원전 6기 등 18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다. 5기는 건설 중이다.
16일 안전사회시민연대는 "경주에 이어 인근지역인 포항에 강도 높은 지진이 또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포항과 경주 일대에 뻗어 있는 양산단층, 장사단층 등 지진대에 대한 정밀조사가 이뤄진 뒤 인근 지역의 원전을 재가동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연대는 "문재인 정부가 2083년에 원전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60년 뒤에나 목표에 다가간다는 의미"라며 "원전 제로 로드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한반도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며 "수명을 초과해 가동하고 있는 월성 1호기도 즉시 폐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지난달 말 건설을 재개하도록 하는 정책 결정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환경운동연합도 전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건설 중인 원전을 포함해 한반도 동남부 일대 원전 개수를 줄이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양산단층을 비롯한 8개의 대규모 활성단층들로 이뤄진 양산단층대가 다시 본격적으로 활동이 시작됐다면 단순히 내진설계 기준 강화한다고 해서 위험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포항 지진이 양산단층 일대에서 발생했다면 원전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지진규모는 5.5지만 진앙지에서 2.6㎞ 떨어진 한국가스공사 흥해관리소에서 측정된 최대지반가속도는 567gal로 약 0.58g에 이르는, 지진규모 7.5에 해당하는 크기"라며 "양산단층 일대의 내진설계는 신고리 3호기를 제외하고 모두 지진규모 6.5에 해당하는 0.2g"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포항 지진과 경주 지진을 포함해 양산단층대를 포함한 최대지진평가를 한 뒤 내진설계 기준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단체는 "내진설계 설정 기준은 역사지진기록과 계기지진기록, 활동성단층을 이용한 최대지진평가 등이 있는데 최대지진평가에서는 양산단층대를 비롯한 활성단층대를 평가에서 제외했다"며 "계기지진은 경주지진보다 낮은 쌍계사 지진(규모 5.1)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이후 잠잠해졌던 탈원전 관련 공방이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진앙지에서 불과 45㎞ 떨어진 월성원전을 방문해 안전 상태를 점검할 것"이라며 "탈원전을 비롯해 노후 원전을 조속히 폐쇄하고 원전 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포항 지진 현장을 방문해 "경주와 포항 등 원전밀집지역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관계당국에서 원전관리에 특별히 신경써야 한다"며 "빠른 시일 안에 양산단층에 대한 활성단층 조사를 해서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경북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전은 강도 7.5를 기준으로 지었기 때문에 상관없다"며 "강도 7.5정도면 강진인데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좌파들이 방해하려는 억지"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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