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 리츠칼튼 호텔, 사우디 왕자·장관들의 '5성급 감옥' 된 이유는?

기사등록 2017/11/07 11:06:40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AP/뉴시스】지난 2012년 5월14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리야드에서 걸프협력위원회(GCC) 정상회담 개막을 앞두고 회원국 정상들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살만 사우디 국왕은 지난 6월 21일 예상을 깨고 그를 왕위 계승 서열 1위의 왕세자로 임명하면서 사우디 왕족들에게 왕세자에게 대해 충성을 서약하도록 지시했다. 2017.6.21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AP/뉴시스】지난 2012년 5월14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리야드에서 걸프협력위원회(GCC) 정상회담 개막을 앞두고 회원국 정상들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살만 사우디 국왕은 지난 6월 21일 예상을 깨고 그를 왕위 계승 서열 1위의 왕세자로 임명하면서 사우디 왕족들에게 왕세자에게 대해 충성을 서약하도록 지시했다. 2017.6.21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부패 혐의로 체포된 왕자와 전현직 장관들이 수도 리야드의 5성급 리츠칼튼 호텔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도저처럼 사우디 개혁을 이끌고 있는 모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도 이들의 체포가 모험이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6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반(反)부패위원회가 출범해 왕자 11명 및 전현직 장관 수십명에 대한 대거 체포를 단행한 지난 4일 오후 11시께 리츠칼튼 호텔 측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투숙객을 전부 내보냈다. 이후 왕족, 기업가, 고위 정치인들이 속속 리츠칼튼 호텔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이들이 곧 왕국 역사상 최고 수준의 수감자들이 됐다"며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면 범죄 혐의로 기소된 이후에도 강력한 권한을 유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호텔 소유주 메리어트 측은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만 밝혔으나 CNN머니는 호텔 웹사이트에 이달 말까지 492개 객실이 전부 예약된 점을 근거로 체포된 왕자와 고위 관리들이 리츠칼튼에 투숙한 정황을 포착했다. 호텔 마케팅 관계자는 다음달 1일부터 객실 예약을 재개한다고 말했다.

 리츠칼튼 호텔은 웹사이트를 통해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호텔의 인터넷과 전화선이 모두 끊겼다"고 밝혔다.

 살만 국왕의 칙령으로 지난 4일 설립된 반부패위원회는 사우디 개혁 전반을 추진하는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끈다. 갑작스럽게 단행된 이번 체포에는 세계 최대 부호에 속하는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를 포함한 왕자 11명과 미테브 빈 압둘라 국가수비대 사령관 등 유력 인사가 포함됐다. 이는 왕위 계승을 앞둔 빈 살만 왕세자가 국민의 지지를 얻고 동시에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용의자들의 계좌에 대한 전면 동결 조치를 취하면서도 이들을 초호화 호텔에 구금한 것은 빈 살만 왕세자가 취한 최소한의 예방 조치로 분석된다.

 사우디는 1935년 국가를 세운 압둘아지즈 초대 국왕이 22명의 왕비를 두고 꾸린 수많은 왕가의 합의와 동맹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왕자나 고위 정치인에 대한 가혹한 대응이 각 왕가의 충성심을 해치고 왕실 전체를 산산조각낼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한 고위 관리는 가디언에 "그(빈 살만 왕세자는)는 왕자와 장관들을 감옥에 가둘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리츠칼튼 호텔 수감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위엄있는 해결책이었다"고 말했다.

 베이루트에 소재한 아메리칸대학의 바시샤르 하이다르 철학 교수는 "빈 살만 왕세자는 (체포 및 개혁을 통해)알사우드 왕가와 선을 그었지만, 왕가의 정서에 호소한 조치로 어디서도 소외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에미레이트대학의 정치학 선임교수 압둘칼레 압둘라는 "사우디의 사회적 규범이 무너지고 있다"며 "전통적인 가족관계는 이제 전처럼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를 공평하게 대하는 문화가 마련됐고 왕자라도 유죄 판결을 받으면 감옥에 가야 할 것"이라며 "사우디 국민들은 21세기에 걸맞는 사우디를 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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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7/11/07 11:06:4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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