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초 차 패배' 되새긴 윤성빈 "숨어있던 실수 보완해 원하는 것 이룬다"

【평창=뉴시스】김희준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스켈레톤 '신성' 윤성빈(23·강원도청)이 떠올린 것은 지난 3월 평창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서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에 당한 0.01초 패배였다.

 윤성빈은 18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올 시즌 각오를 묻는 말에 올 3월 이야기부터 꺼냈다.

 윤성빈은 지난 3월 중순 평창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를 겸해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8차 대회에서 두쿠르스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당시 윤성빈은 1·2차 레이스 합계 1분41초52를 기록했다. 두쿠르스의 기록은 1분41초51. 윤성빈과 두쿠르스의 기록 차는 불과 0.01초 였다.

 윤성빈은 1차 레이스에서 50초69를 기록해 두쿠르스(50초87)를 0.18초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지만, 2차 레이스에서 실수가 나온 탓에 두쿠르스에 밀렸다. 2차 레이스에서 윤성빈은 50초83, 두쿠르스는 50초64를 기록했다.

 이용(39)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이 당시를 떠올렸다.

 이 감독은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윤성빈이 올해 3월 테스트 이벤트에서 두쿠르스에 0.01초 차로 졌다. 그 때 마음속으로 환호했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큰 차이로 이겼다면 평창올림픽 때 더 불안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행히 0.01초 차로 지는 과정에서 실수가 많았고, 훈련이 부족했다는 것을 느꼈다"며 "0.01초 차를 메우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진행했다. 지난 3주 동안 쉬지 않고 진행했다. 0.01초 차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윤성빈이 가슴 아파하고, 눈물을 흘렸는데 평창올림픽에서 복수전을 펼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윤성빈도 "올해 3월 2016~2017시즌 월드컵 8차 대회가 나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당시 0.01초 차로 졌을 때 실수를 했는데, 질 정도의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에 훈련하면서 했던 실수들이 큰 실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 뿐 아니라 숨어있는 실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그는 조목조목 자신의 실수를 짚어보기도 했다.

 가장 큰 실수가 스타트에서 나왔다고 분석한 윤성빈은 "기록으로만 보면 내가 빨랐지만, 스타트 한 뒤 썰매에 올라탈 때 동작 때문에 속도가 떨어졌다"며 "또 2번 커브에서 실수를 했다. 1차 레이스에서는 실수가 없었지만, 좋은 라인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윤성빈은 "두쿠르스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더 알게 됐다"면서도 "이번 훈련을 통해 보완했고, 월드컵 대회를 치른 후 1월 훈련을 통해 한층 보완하면 원하는 성과를 얻게 될 것이다. 오히려 테스트 이벤트에서 진 것은 홈 이점을 크게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두쿠르스를 제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윤성빈은 혹독한 훈련을 마다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하루에 두 차례만 주행 훈련을 하지만, 대표팀은 하루에 8번씩 주행 훈련을 했다. 지난 9월 말부터 3주 동안 대표팀과 함께 오전에 4번, 오후에 4번 평창 트랙을 탔다.

 윤성빈은 "성실하게 준비해왔고, 훈련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며 "월드컵 대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목표를 가지고 대회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혹독한 훈련을 해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 트랙에 대해 가장 잘 파악하고 있지만, 윤성빈은 홈 이점을 의식한 듯 말을 아꼈다.

 2016~2017 월드컵 8차 대회 당시 선수들은 입을 모아 2번, 9번 커브를 가장 난코스로 꼽았다.

윤성빈은 "모두가 꺼리는 2번, 9번 커브는 너무 잘 알려져 있어 누구도 방심하지 않고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며 "우리도 비중을 두지만, 다른 선수들이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문제를 찾고 해답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잠시 망설이더니 "다른 나라 선수들이 기사를 번역해 본다고 해서 더 이상은 말을 못하겠다"며 웃었다.

 윤성빈은 올림픽 시즌을 위해 새 썰매도 마련했다. 2016~2017시즌에도 두 대의 썰매를 가지고 다녔던 윤성빈은 지난 시즌 탄 썰매와 새로운 썰매를 오는 23일 캐나다 캘거리로 출국할 때 모두 가져가 테스트할 생각이다.

 헬멧도 새로워졌다. 당초 독일 유벡스(UVEX) 사의 헬멧을 썼지만, 세계 오토바이 헬멧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국내 제조회사 홍진HJC가 제조한 헬멧을 새롭게 받았다.

 이 감독은 "윤성빈이 썰매 2개를 가지고 다니면서 테스트를 할 것이다. 평창에서도 테스트를 했지만, 평가할 수 있는 기록이 적어 최근 3, 4년간 훈련해 온 캘거리에도 가져가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성빈이 스켈레톤을 하기 위한 신체 밸런스가 좋다. 하체 비중이 60%, 하체 비중이 40%인데 윤성빈이 밸런스가 좋은 편이다"며 "윤성빈이 탑승을 하고 리처드 브롬리 장비·주행 코치가 균형을 맞춰준다"고 덧붙였다.

 윤성빈은 "캘거리에 가서 타보고 딱 맞는 썰매를 골라 2017~2018시즌에 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헬멧에 대해 윤성빈은 "독일 유벡스 사는 스켈레톤 헬멧 쪽으로 전통이 있는 회사다. 이번에 홍진 사에서 만든 헬멧을 썼는데, 우리를 위해 만들어주신 것에 일단 감사하다"며 "하지만 한 번에 판단할 수 없다. 앞으로 테스트를 거쳐 평창올림픽 때 쓸 헬멧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방에서 벌어지는 평창올림픽에서 2015~2016시즌, 2016~2017시즌 두 시즌 연속 월드컵 랭킹 2위를 차지한 윤성빈은 강력한 메달 후보로 꼽힌다.

 그런 만큼 부담도 있지만, 이겨내겠다는 각오다.

 썰매에 입문한 지 얼마되지 않아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경험해던 윤성빈은 "지금까지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만 정식으로 치렀고, 관심 속에서 올림픽에 나가는 것은 처음"이라며 "관심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올림픽을 해봐야 알 것 같다"고 털어놨다.

 윤성빈은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스스로 부담은 가지지 않으려고 주입을 하고 있다"며 "잘 대처하고 있으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 감독은 올림픽에서 4차례 레이스를 통해 메달 색을 정하는 만큼 실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월드컵은 1, 2차 레이스만 하지만 올림픽은 총 4번을 탄다. 가장 좋은 기록을 내고도 3번 실수를 하면 메달에서 멀어진다"며 "정말 좋은 기록보다 4번을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주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3번의 좋은 주행과 한 번의 실패보다 아주 좋은 주행이 아니더라도 실수없는 4번의 주행이 필요하다"고 재차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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