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라이언킹' 이승엽(41·삼성)은 마지막 무대조차 이승엽다운 모습으로 23년 피와 땀이 깃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승엽은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자신의 은퇴경기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선수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국민타자로 불리며 한국 야구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승엽의 선수로서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대구 구장은 올 시즌 첫 만원 관중을 이뤘다.
관중 상당수는 이승엽의 이름 석자가 적힌 유니폼을 입었고, 삼성 선수들은 이승엽의 등번호 '36'이 적힌 특별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이승엽은 전성기 시절 늘 그의 자리였던 3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관중들의 기립박수 속에 1회초 2사 3루에 주자를 두고 첫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넥센 선발 한현희의 3구째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선제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그 동안 KBO리그에서 은퇴 경기를 가진 선수는 18명이다. 이 가운데 13명의 타자 중 은퇴 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낸 선수는 1989년 윤동균(당시 OB)과 지난달 30일 은퇴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한 이호준(NC) 단 2명뿐이다.
누구보다 화려한 은퇴 무대로 기억될만한 홈런포를 날렸지만 이승엽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3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관중들은 '이승엽 36'이 새겨진 응원 수건과 함께 목청껏 응원가를 불렀다.
그 순간 다시 한 번 이승엽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경쾌한 타격음이 울렸다.
연타석 홈런포. 시즌 24호 홈런이자 자신의 통산 467번째 아치를 그렸다. 개인 통산 1500타점에 2개 차로 접근하며 또 하나의 대기록을 달성하는 듯 했다.
이후 이승엽은 5회 2루 땅볼, 6회 1루 땅볼, 8회 유격수 땅볼로 물어났지만 만원 관중은 회를 거듭할수록 이승엽을 더욱더 연호했다.
9회초 삼성의 10-9 승리가 확정되자 대구팬들은 뜨거운 응원으로 라이언킹 이승엽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