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물폭탄' 기상청 오보 반복 왜?···"예보관은 3D 분야"

기사등록 2017/09/12 16: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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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새벽부터 시간당 100mm에 가까운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11일 부산 당감동에서 서면 가는 길에 자동차들이 빗물에 침수되어 있다. 2017.09.11. (사진=SNS 켑쳐)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새벽부터 시간당 100mm에 가까운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11일 부산 당감동에서 서면 가는 길에 자동차들이 빗물에 침수되어 있다. 2017.09.11. (사진=SNS 켑쳐)[email protected]

"한국형 수치예보 모델 절실···이상기후 예측 어려워"
예보관 전문성 부족···"야근 많고 진급도 불리해 기피" 
기상청 관계자 "예보관 근무체계 유연하게 바꿔야"

【서울=뉴시스】박영주 한주홍 기자 = 지난 11일 갑작스레 쏟아진 '물폭탄'으로 부산 일대가 마비됐다. 오전 7시27분께 연제구 거제동의 한 굴다리에 차량이 고립돼 119가 6명을 구조했다. 오전 8시께에는 부산진구 범천동 안락노인정이 침수돼 노인 2명이 구조됐다. 

 오전 8시30분께는 서구 천마산터널 공사장 인근에서 토사가 쏟아져 주차된 차량 여러 대를 덮쳤고 오전 9시20분께에는 서구의 한 아파트 신축현장 인근 도로변 전신주가 쓰러져 도로가 통제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쏟아지는 폭우로 부산 지역의 유치원과 초중고 1047곳은 임시 휴업했다.

 이날 기상청은 부산을 포함한 남부지방에 시간당 30㎜ 이상의 강한 비와 최대 150㎜ 이상의 강수량을 예보했다. 하지만 부산 영도구에는 기상청 예상보다 2배나 많은 358.5㎜의 비가 쏟아졌다. 부실 예보에 부산 시민들은 무방비 상태로 폭우 피해에 노출됐다.

 기상청이 예보 적중률 문제로 체면을 구긴 사례는 부지기수다. 매년 폭염과 장마철이 되면 연례 행사처럼 '오보청', '구라청'의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기상청 예보에 신뢰성이 떨어지다 보니 오죽하면 '기상청 체육대회가 열리는 날은 어김없이 비가 온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감사원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2~2016년) 기상청의 강수 유무 적중률은 46%에 그쳤다. 비가 올 것으로 예보한 5193회 중 실제 비가 내린 경우는 3228회(62%)에 불과했다. 비가 오지 않은 경우는 1965회(38%)였다. 비가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보했으나 비가 온 경우도 1808회로 집계됐다.
【거제=뉴시스】최운용 기자 = 11일 오전 6시10분부터 경남 거제시에는 호우경보와 함께 누적 강수량 210㎜를 기록하면서 지역 도로 곳곳이 침수됐다. 사등면 두동마을 앞 도로에 폭우로 흘러내린 토사와 함께 주차중인 차량을 덮쳤다. 2017.09.11. (사진=독자 제공)  photo@newsis.com 
【거제=뉴시스】최운용 기자 = 11일 오전 6시10분부터 경남 거제시에는 호우경보와 함께 누적 강수량 210㎜를 기록하면서 지역 도로 곳곳이 침수됐다. 사등면 두동마을 앞 도로에 폭우로 흘러내린 토사와 함께 주차중인 차량을 덮쳤다. 2017.09.11. (사진=독자 제공)  [email protected] 

 올해도 기상청의 '오보 논란'은 계속됐다. 지난 7월22일 오후 5시 발표되는 다음날 예보통보문에는 서울에 '한때 비'가 온다고 했지만 23일 당일 135.5㎜의 폭우가 내렸다. 또 비가 올 확률이 오전 30%, 오후 20%였던 인천에는 92㎜의 비가 쏟아졌다.

 지난 7월16일 충북 청주에는 관측 사상 두 번째로 많은 290.2㎜의 폭우가 쏟아졌지만 기상청은 이날 충정 지방의 강수량을 30~80㎜로 예상했다. 기상청은 폭우가 청주에 쏟아지기 2시간 전까지도 예보를 수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록적인 폭염이 있었던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기상청이 예보한 폭염 종료일은 잇따라 빗나갔다. 지난해 8월12일 중기(10일) 예보를 통해 15일 기점으로 물러난다고 했던 폭염 종료는 18일로 늦춰졌다. 하지만 18일이 되자 21일 기점으로 폭염이 해제된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기상청은 폭염 종료일을 두차례나 더 늦추면서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었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상청의 예보 정확성이 빗나가는 이유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수치 예보 모델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와 영국은 기상 환경이 매우 달라서 현재 사용 중인 영국의 수치예보모델을 그대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우섭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여름철 기상 패턴이 불과 10~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바뀌어서 굉장히 예측이 어려워졌다"며 "수치 모델을 이용해서 예보를 하는 데 지금 쓰고 있는 모델이 현재 우리나라의 이상기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예보가 힘들어지는 환경에 놓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2019년부터 한국형 수치 예보 모델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며 "한국형 수치 모델을 도입할 경우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이상기후를 세부적으로 다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치 모델이라는 게 지구를 다 바둑판으로 쪼개서 그물망으로 교차점마다 계산해서 예측하는 건데 지금은 우리나라 모델이 아니다 보니 어렵다"며 "모델 자체가 변화하는 기후환경을 반영하고 그물망을 좀 좁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집중호우가 내린 11일 오전 10시 21분께 부산 중구 동광동의 한 2층짜리 주택이 붕괴됐다. 주택 거주자는 모두 대피했고, 119구조대가 옆 주택에 거주하는 노인을 대피시켰다. 2017.09.11. (사진=부산소방안전본부 제공)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집중호우가 내린 11일 오전 10시 21분께 부산 중구 동광동의 한 2층짜리 주택이 붕괴됐다. 주택 거주자는 모두 대피했고, 119구조대가 옆 주택에 거주하는 노인을 대피시켰다. 2017.09.11. (사진=부산소방안전본부 제공) [email protected]

 예보관들의 전문성 부족도 기상청의 예보 실패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12시간 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고된 근무 환경에 국민에게 좋은 소리도 듣기 힘든 예보 분야는 기상청 내에서도 꺼리는 부서로 분류된다.

 예보관실 근무는 4개조가 2교대로 움직인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근', 오후 8시부터 오전 8시까지 '야근' 형태로 12시간씩 근무 후 교대하는 방식이다. 일주일 간격으로 낮과 밤이 바뀌는 데다가 장마, 태풍, 지진 등 특이상황이 발생할 경우 비상근무까지 도맡아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기상 전문가는 "외부에서 볼 때는 예보관이 기상청의 3D 분야로 통한다"며 "연구나 정책 분야에서 근무하면 진급이 잘 되고 돈도 잘 받는데 예보는 욕밖에 안 먹으니 누가 하려고 하겠냐. 기상청 높은 보직도 예보 쪽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기상청 내 교육 시스템도 있을 텐데 예보관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간 근무하는 시스템이 없다"면서 "예보는 오래 하면서 통찰력이 생긴다. 하루아침에 이뤄지기 힘든 분야다"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10년 동안 비전문가가 기상청장을 했다"며 "전문적인 집단에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보관 역량을 지적하기보다는 능력 있는 사람을 예보관에 앉히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예보관 근무체계를 유연하게 바꿔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만 사람이 부족하다보니 쉴틈 없이 근무체계를 돌린다"며 "기상을 분석할 수 있는 여유가 지금은 부족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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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물폭탄' 기상청 오보 반복 왜?···"예보관은 3D 분야"

기사등록 2017/09/12 16:38:3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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