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즈' 데이먼 알반 "조카가 K팝 좋아해···한국 또 오고 싶어"

기사등록 2017/08/01 00:00:00

【이천=뉴시스】 데이먼 알반, 고릴라즈. 2017.08.01. (사진 = 워너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이천=뉴시스】 데이먼 알반, 고릴라즈. 2017.08.01. (사진 = 워너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이천=뉴시스】이재훈 기자 = "고릴라즈는 관습적인 다른 밴드들과 달리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서 휴렛과 함께 만든 밴드에요. 그래서 항상 작업이 열려 있어요."

한국 나이로 올해 쉰살이 된 브릿팝의 아이콘 데이먼 알반(49)의 파란색 눈빛은 여전히 20대의 순수함을 지니고 있었다. 무대 위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과 달리 그의 특유의 저음은 신중하게 말을 골랐고, 얼굴에는 소년 같은 수줍음이 감돌았다.

30일 밤 경기 이천 지산리조트에서 만난 알반은 그가 속한 '고릴라즈'가 최근 발매한 앨범 '휴먼즈'가 이 팀의 마지막 앨범이 아니냐고 묻자 "저희가 즐길 수 있을 때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1998년 영국에서 결성된 고릴라즈는 1990년대 '오아시스'와 함께 브릿팝의 부흥기를 이끈 '블러'의 프런트맨인 알반과 만화가 제이미 휴렛이 만든 가상의 4인조 혼성 수퍼밴드다.

푸른색 머리카락의 바짝 마른 보컬로 키보드까지 맡은 2D, 실제로 밴드를 조정하는 괴팍한 베이시스트 머독, 덩치 큰 드러머 러셀, 보컬과 기타를 맡은 오사카 출신의 소녀 누들로 구성된 가상의 이 밴드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버추얼 밴드'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고릴라즈 '휴먼즈'. 2017.08.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릴라즈 '휴먼즈'. 2017.08.01. [email protected]
이날 '2017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의 마지막날 헤드라이나로서 한국 팬들과 처음 만났다.

하지만 7년 만에 '휴먼즈'를 내놓은 이들에 대해 한편에서는 해체설도 나왔다. 앨범의 커버가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 '렛잇비'처럼 네 멤버(캐릭터)의 모습이 네 개의 칸으로 나눠져 있는 커버와 빼닮아 있는 등 다양한 요소들이 추측의 이유가 됐다.

블러와 라이벌 밴드였던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와 공개석상에서 독설을 주고받는 것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았던 알반이지만(두 사람은 화해했다) 실제 만난 그는 부드러웠다(반면 최근 여러번 내한한 갤러거는 여전히 거침없는 화끈한 매력을 자랑했다).

알반이 인터뷰 직후 진행한 고릴라즈의 '휴먼즈' 중심의 한국 첫 무대는 하지만 화끈했다. 얼터너티브 록은 물론 힙합, 일렉트로니카 등이 섞인 음악과 휴렛의 그로테스크한 애니메이션이 결합되면서 독특한 체험을 안겼다.

【서울=뉴시스】 봉은사 내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연등 밑에 있는 고릴라즈. 2017.08.01. (사진 = 고릴라즈 트위터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봉은사 내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연등 밑에 있는 고릴라즈. 2017.08.01. (사진 = 고릴라즈 트위터 캡처) [email protected]
2D의 목소리 담당인 알반은 새 앨범 '휴먼즈'에 대해 "파티 식으로 풀려고 했어요. 무서운 파티를 담은 것인데 공포스럽기 보다는 긴장감이 있는 미스터리한 파티"라고 소개했다.

고릴라즈는 가상의 밴드답게, IT 기술 등을 이용하는데도 적극적이다. '휴먼즈' 수록곡인 '새턴즈 바즈' 뮤직비디오는 360도 VR 영상 버전으로도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술의 발전이 앨범을 만드는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물음에 알반은 긍정의 의미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에는 레코드를 만들고 인기를 얻으면 후원을 얻고 다시 앨범을 낼 수 있는 다소 느린 구조였죠. 하지만 지금은 월요일에 만들고 수요일에 공개할 수 있는 구조에요. 뮤직비디오는 단숨에 1000만뷰를 찍죠. 무섭고 위험하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예술적 폭발이죠."

 
【이천=뉴시스】 데이먼 알반, 고릴라즈. 2017.08.01. (사진 = 워너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이천=뉴시스】 데이먼 알반, 고릴라즈. 2017.08.01. (사진 = 워너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1997년 블러 첫 내한공연 이후 20년 만인 지난 29일 입국한 알반은 즉시 봉은사에 가 대웅전 앞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하얀 연등을 봤다. 동묘 앞 풍물시장에 가서 100년 가량이 된 청동 심벌즈, 고승 모자, 힌두사원에 걸렸던 나무 조각 등 다양한 물품을 사기도 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고, 그가 정말 맛있었다는 삼계탕도 먹었다. "삼계탕은 에너지를 준다고 들었는데 먹으니까 실제 에너지를 더 얻는 것 같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번 앨범에는 한국이 아닌 북한의 이미지가 담겼다. 수록곡 '슬리핑 파우더'다. 뮤직비디오에는 대규모 부채춤을 추는 북한 무용수들, 한글 간판의 상점 등 알반이 2013년 말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허락을 받고 촬영한 영상이 사용됐다.

알반은 앞서 초기 멤버인 기타리스트 그레이엄 콕슨이 합류, 원년 멤버로 따지면 1999년 '13' 이후 무려 16년 만인 2015년 발매한 블러의 앨범 '더 매직 윕(The Magic Whip)'에 '평양'이라는 제목의 곡을 싣기도 했다.

알반이 지극히 낯선 도시인 평양에서 보고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쓴 트랙이다.

"다양한 삶을 봤어요. 음악을 만든 학교에 갔고, 매스 게임도 봤고, 전쟁 박물관에도 갔어요. 영상에서는 제가 본 경험이 담겼어요. 제 관점으로 본 것들이죠. 굉장히 특별한 곳이었죠."

【이천=뉴시스】 데이먼 알반, 고릴라즈. 2017.07.31. (사진 = CJ E&M 제공) photo@newsis.com
【이천=뉴시스】 데이먼 알반, 고릴라즈. 2017.07.31. (사진 = CJ E&M 제공) [email protected]
그러면서 2015년 7월 영국 맨체스터 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인 작품으로, 루이스 캐럴의'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은 뮤지컬이자 알반이 넘버를 작곡한 '원더.랜드'를 언급하며 "모든 사람들이 마치 주문에 걸린 것 같이 느껴졌다"고 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토끼굴이 존재하지 않은 현실에서 스마트폰을 토끼굴로 묘사한 뮤지컬이다. 알반은 영상을 촬영한 스마트폰을 토끼굴에 비유, 북한의 비현실적인 모습을 강조한 듯했다. 최근 북한과 관련 다양한 위험한 요소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4년 전 북한을 방문할 당시에는 자신에게 어떠한 위협적인 것도 없었다고 했다.

이번 고릴라즈 앨범에 담지 못한 40여곡이 남아 있다는 알반은 이처럼 여행을 통해서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실제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아프리카 말리, 남아메리카의 페루 등 3개 대륙을 3주 안에 돌아봤다고 떠올렸다. "세계를 돌면서 다양한 군상의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어요. 다양한 모습은 제게 흥미로 다가오죠."

한국에 머무는 동안 내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 알반은 또 한국에 오고 싶다고 했다. "다음달 조카가 한국으로 영어를 가르치러 와요. 시기가 맞았으면 같이 오려고 했죠. 조카가 K팝을 너무 좋아해서 한국말을 할 줄 알아요. 저도 어쩌면 조카를 만나기 위해 한국에 또 놀러 올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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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즈' 데이먼 알반 "조카가 K팝 좋아해···한국 또 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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