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왜곡되지 않도록 진실 밝히는데 힘쓰겠다"
"군 당국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필요"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선임병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육군 22사단 소속 일병의 학교 동문·교수진들이 진상 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했다.
홍익대학교 총학생회, 국어국문학과 학생회와 교수진, 문과대학 학생회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군수도병원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K일병은 홍익대 국어국문학과 15학번인 고필주 학생"이라며 "군 당국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군대 내 사건 사고는 특정 개인에게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라며 "22사단과 국방부는 가해자를 즉각 구속·엄벌하고 명백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수진도 "고필주군처럼 선한 학생이 적응할 수 없는 곳이 군대 사회라면 결코 한 개인의 부적응 문제로 치부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단언한다"며 "도움을 요청했을 때 이를 묵살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를 취했던 부대 지휘관들의 태도 역시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철저하고 투명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사건 관련 책임자에 대해 분명하고 엄중한 처벌을 해달라"며 "정부 차원에서도 군대 내에서 불행한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국어국문학과 15학번 학생들은 "항상 곁에 있을 줄 알았는데,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생각했던 우리가 너무 미안하다"며 "우리의 기억력이 더 좋아서 너와 함께했던 추억을 더 많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일상에 너무 많이 녹아들어있는 너를 매 순간순간 생각하겠다"고 약속했다.
학생들은 "너의 죽음이 왜곡되지 않도록 진실을 밝히는 데 힘쓰겠다. 너 보내주는 방법을 잘 몰라서 이렇게라도 노력하겠다"며 "그동안 젊은 너는 심심할 틈 없이 즐거웠으면 좋겠고 아주 드물게라도 우리 생각을 하고 자주 행복했으면 좋겠다. 소중한 사람으로 당연한 대접 누리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너 말대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애도했다.
국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19일 고 일병이 국군수도병원 외진 중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에 따른 자살로 추정된다. 고 일병은 상급자에게 고충 상담을 해 '배려 병사'로 지정됐으나 가해 병사들과는 분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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