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이동 편의 규정 무시
안전사고 위험···시설 보완 시급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광주지역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점자 보도블록이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행하는 장애인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시설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광주 광산구 수완지구 수완중학교 주변 인도. 이곳에 설치된 우레탄 재질의 점자 보도블록(가로·세로 30㎝)은 대부분 뜯겨 있었다.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점자블록의 빛깔은 검게 변해 있었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블록도 많았다.
수완중 맞은편에 설치된 블록 80%가량은 잡초 등에 가려져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수완중 인근 은빛초등학교 체육관 주변 인도에 설치된 블록 바로 옆에는 지상 변압기와 개폐기가 놓여 있어 보행 시 부딪힐 위험이 커 보였다.
점자블록 반경 20㎝ 이내에는 어떤 장애물도 없어야 하고, 선형과 점형의 돌기로 보행·정지·분기점 등을 표시해야하는 규정(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수완지구대와 국민은행·어등산약국 사거리, 하나로마트 주변에 설치된 블록도 훼손된 흔적이 많았다.
낡아 떨어진 노란 블록 조각은 쓰레기·현수막과 뒤섞인 채 방치돼 있었다.
임방울대로에서 무진대로로 향하는 도로 갓길과 서구 풍암동 금당산 산책로 주변에 설치된 블록은 흐름이 끊겨 있었고, 해당 자리에는 벽돌이 놓여 있었다.
이 같은 허술한 관리에 점자블록 보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광산구 게시판에는 5건의 점자블록 정비를 요청하는 민원이 제기됐다.
장덕동 주민 김선규씨는 "2년 전부터 수완지구에 설치된 블록이 갈라지고 깨져 있었다"며 "시각장애인들과 시민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하루빨리 교체 작업을 해달라"고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도연 활동가는 18일 "시각장애인들이 안전상 문제로 점자 보도블록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애인들의 보행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블록을 매립하는 방식으로 보도를 조성하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광산구 관계자는 "열에 약한 우레탄 재질의 점자블록 표면층(재료)이 분리됐고, 관리도 허술했다"며 "늦어도 오는 11월까지 특별교부세 5억 원을 들여 수완지구 일대의 블록을 교체할 계획이다. 블록 주변 시설물의 위치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광산구에는 수완·신창·선운지구 등 총 33㎞ 구간에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