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 중지 가처분 신청 낸 웨스턴디지털, KKR과 새 매수 제안서 제출
【서울=뉴시스】최현 기자 =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의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당초 암초로 예상됐던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과 미국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낸 웨스턴디지털은 미국계 투자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새로운 매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도시바의 핵심 낸드 생산거점인 일본 욧카이치 반도체 공장을 공동운영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은 한·미·일 연합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가 넘어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향후 반도체 시장에서 자사에 불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21일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마자 연합에 SK하이닉스가 포함된 것에 불만들 드러내며 반대 서한을 보낸 바 있다.
한·미·일 연합에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펀드인 것을 감안하면 "주식 매각 차익을 추구하는 펀드가 장래 자금이 풍부한 하이닉스에 도시바 반도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다.
도시바의 핵심 낸드 생산거점인 일본 요카이치 공장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의 최대 우방 중 하나인 샌디스크를 지난해 인수한 바 있다.
샌디스크는 일방이 다른 쪽의 승인을 구하지 않고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독점교섭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샌디스크를 사들인 도시바가 이같은 권리를 계승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도시바 측은 웨스턴디지털을 달래기 위해 한미일 연합에 웨스턴디지털을 합류시킨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의 매각 계약이 법원 판단으로 상황이 바뀔 경우, 재협의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밑그림은 일본 정부와 도시바 측에 있어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3국 연합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 지분 51%를 인수하되 나머지 지분은 도시바가 갖는 '경영자 매수(MBO)' 방식을 제안했다.
도시바는 원전 사업 손실에 필요한 자금을 수혈 받으면서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고,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반도체와 관련된 기술 유출과 안보 위협, 그리고 고용 유지라는 조건을 맞추게 됐다.
이에 웨스턴디지털이 KKR과 새로운 매수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웨스턴디지털이 이번 인수전에서 작용할 변수는 크다.
국수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트럼프 미국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미국 원전 사업과 관련해 63억 달러의 손실을 내고 파산 신청을 한 도시바의 웨스팅하우스에 83억 달러에 달하는 채무 보증을 서고 있다.
이를 우려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과 관련해 "도시바 스스로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적의 매각처를 찾은 것"이라며 정부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트럼프 정부가 개입할 여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8월부터 도쿄증권거래소 2부 강등이 결정된 도시바는 내년 3월까지 매각 절차를 끝내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도시바는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내년 3월까지 매각 절차를 마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우선협상자에 선정되면 막판에 불협화음이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케이스에서는 아직까지 갈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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