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촛불이 된 소녀들···잊혀지는 효순·미선이의 아픔

기사등록 2017/06/13 18:02:51

【서울=뉴시스】신효순·심미선양 추모 시민분향소.
【서울=뉴시스】신효순·심미선양 추모 시민분향소.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관심 '부족'
열다섯살 중학생 무리가 단체 추모···대다수 어른들은 외면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 2002년 6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 열 명도 안 될법한 한 무리의 학생들이 또래 친구의 안타까운 죽음을 시민들에게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그 당시 '광장'은 한일월드컵에만 관심이 쏠려 있었다.

 #. 2017년 6월13일 서울 광화문광장 한 편에는 애띤 여중생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차려졌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후덥지근한 날씨는 추모객은 커녕 갈 길 바쁜 시민들의 발걸음을 더 재촉했다. 시민분향소에는 시민은 없고 흑백의 두 영정사진만 간간히 부는 바람을 맞았다. 
 
 15년 전 미군 장갑차(궤도차량)에 치여 사망한 신효순·심미선양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서울 도심 한 복판에 차려졌다. 그간 유가족도 없이 시민단체들만의 조촐한 추모제에 그쳤지만 올해는 '효순이 미선이 사망' 15주기인 만큼 예년에 비하면 성대하게 치러졌다.
【서울=뉴시스】신효순·심미선양 추모 시민분향소 찾은 학생들.
【서울=뉴시스】신효순·심미선양 추모 시민분향소 찾은 학생들.

  시민분향소도 주한미국대사관과 불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설치됐다. 그러나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민들의 '부족한' 관심은 여전했다.

 평일 낮 시간대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광화문 광장이었지만 불과 몇 달 전 수십 수백 만명이 만든 '촛불 열기'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분향소 한편에 헌화를 위해 수북히 쌓여 있는 국화꽃이 민망하게 느껴질 정도로 시민들의 발길이 뜸했다.

 간혹 부모의 손을 잡고 온 무념무상의 어린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국화꽃을 바치거나 영정 사진 앞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 정도였다. 해가 점점 기울고 있지만 짬을 내어 추모하는 직장인들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가던 길을 멈춘 건 호기심으로 분향소를 관찰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었다.

 보다못한 분향소의 한 관계자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 4차 산업혁명을 체험하러 온 학생들에게 헌화를 부탁했다. 의정부에서 단체 견학을 온 중학생 20여명은 선생님의 제안으로 기꺼이 헌화에 동참했다.

【서울=뉴시스】 주한미국대사관 옆에 세워진 신효순·심미선양 추모 시민분향소
【서울=뉴시스】 주한미국대사관 옆에 세워진 신효순·심미선양 추모 시민분향소
15년 전 효순·미선이가 사망했을 당시의 나이인 중2 남학생들이었다. 영정사진을 진지하게 바라보던 한 남학생(15)은 "사건은 자세히 모르지만 슬픈 마음으로 헌화했다"며 죽음을 애도했다. 단체 추모객으로 한동안 북적거렸던 시민분향소는 중학생들이 떠나자 다시 금새 썰렁해졌다.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졌지만 '열기'로 보기에는 무리였다.

 이날 분향소 한 가운데에는 가로 3.6m, 세로 1.2m, 높이 2.4m의 조형물이 세워졌다. 쇳덩어리만큼 무거울 법한 이 조형물의 이름은 '소녀의 꿈'이다.
 
 5년 전 시민들의 성금으로 효순·미선양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추모비를 만들었지만 정작 추모비를 세울 부지를 구하지 못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아직도 이곳 저곳을 떠돌고 있다.

 사고 현장에 추모비를 설치하고 싶었지만 부지를 마련하지 못해 임시로 서울 서대문에 있는 기독교장로회 선교교육원 마당에 보관하고 있다. 매년 사고발생장소에서 추모제를 지낸 뒤 추모비를 다시 서울로 옮겨올 수 밖에 없었다. 추모비를 트럭에 싣고 다니며 추모행사를 진행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서울=뉴시스】신효순·심미선양 추모비에 적힌 추모사
【서울=뉴시스】신효순·심미선양 추모비에 적힌 추모사
분향소의 한 관계자는 "부지 매입을 위해 계약은 간신히 했지만 매입대금이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정권이 바뀐 만큼 문재인 정부나 양주시에서 추모비를 세울 수 있는 부지와 평화공원을 건립하는데 적극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촛불모양을 형상화 한 추모비 조형물 안에는 초등학생 시절의 효순·미선양의 모습과 함께 다음과 같은 추모사가 적혀 있다. '푸르러 서글픈 유월의 언덕 애처로이 쓰러진 미선아, 효순아 손에 든 촛불 횃불로 타오를 때 너희 꿈 바람 실려 피어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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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촛불이 된 소녀들···잊혀지는 효순·미선이의 아픔

기사등록 2017/06/13 18:02:51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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