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허브를 가다]①'양강신구+위신어우' 양날개 단 충칭

기사등록 2017/06/14 06:00:00

최종수정 2017/06/14 06:19:36

【충칭=뉴시스】중국 충칭시에서 신장 등을 거쳐 독일까지 가는 위신어우 철도의 출발점인 퇀제춘에서 9일 오전 열차에 옮겨 실을 화물이 야적장에 놓여 있다.
【충칭=뉴시스】중국 충칭시에서 신장 등을 거쳐 독일까지 가는 위신어우 철도의 출발점인 퇀제춘에서 9일 오전 열차에 옮겨 실을 화물이 야적장에 놓여 있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출범후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의 깃발을 들고 대당성세(당나라의 치세)를 당대에 구현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해왔다. 내륙의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고, 동부의 연안과 서부를 철도로 연결하고, 다시 유럽과도 길을 만들어 사해만민의 공동번영을 도모한다는 원대한 구상은 중국은 물론 '차이나 사이클'에 올라탄 아시아, 그리고 세계 각국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뉴시스는 주한 중국대사관의 초대를 받아 국내 중국 전문가그룹과 4일부터 10일까지 일대일로 전략의 허브로 부상한 중국의 충칭(重慶), 구이저우(貴州), 베이징(北京)을 둘러보았다. 첫 순서로 국가급 개발시범구인 양강신구, 유럽으로 통하는 화물열차 '위신어우'의 시험무대가 된 충칭 편을 싣는다. [편집자 주]

【충칭=뉴시스】박영환 기자 = ‘하늘은 높고 황제는 먼’ 중국 서남부의 충칭(重慶)은 사방으로 산이 병풍처럼 흐르는 꽉막힌 도시다. 멀게는 위촉오가 패권을 다투던 삼국시대부터, 가깝게는 시진핑(習近平) 정부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명사들은 이 지역을 거점삼아 왕국을 구축하거나, 잔도를 거쳐야 입성할 수 있는 이 천혜의 요지에 웅크린 채 패권을 꿈꿨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도 삼국시대의 유비나 유장에 비견되는 또 다른 얼굴의 야심가였다. 그는 '함께 잘 살자'는 공부론(共富論)을 앞세워 덩샤오핑{鄧小平)의 선부론(先富論)에 도전장을 던졌다. 개혁 개방 30여년 이후 커진 빈부 격차,  팍팍한 삶에 가위눌린 충칭 시민들은 깡패들을 대거 잡아들이고, 녹지를 늘리며, 주택을 보급하는 그에게 열광했다.

보시라이 시절 '좌'로 기울었던 충칭은 이제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고 있다.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홍가'가 울려퍼지던 도시는 서부대개발의 중심도시이자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의 거점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총생산(GDP)는 1조5720억위안(약 276조7348억원). 성장률도 11%에 달했다. 충칭은 구이저우(貴州)와 더불어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다. 

지난 9일 오후 7시, 창강(長江)과 쟈링강(嘉陵江)이 좌우로 흐르는 충칭 시내 선착장으로 통하는 길은 평일임에도 뱃놀이를 나온 시민,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강 좌우에 펼쳐진 대형 건물 벽면으로 네온사인 광고가 흐르는 가운데 유영하는 유람선 좌우편에는 담소를 나누거나 야경을 감상하는 시민들로 빼곡하다. 일부 가족단위 중국인 관광객들은 가이드를 대동하고 있다.

◇충칭 성장동력 '양강신구'

시민들의 풍요로운 삶을 떠받치는 이 도시의 성장동력은 양강신구(两江新区)다. 중국의 국가급 개발시범구인 양강신구에는 자동차, 빅데이터, 정밀화공,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도 공장을 짓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공장 가동을 2014년 9월부터 시작했다. 일본의 스즈키, 이탈리아의 피아트, 대만의 폭스콘, 한국타이어 등도 제품을 생산한다.  

'오토바이 클러스터'로 싸고 질좋은 제품을 만들어내기로 유명한 충칭은 전 세계의 노트북 생산 허브다. 미국의 휴렛팩커드, 대만의 에이서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충칭에서 생산된 노트북의 90% 이상이 유럽으로 수출되며, 전체 IT제품의 40%가량이 유럽으로 향한다. IT관련 학과 대졸자는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게 교민사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양강신구가 충칭의 오늘이라면, ‘위신어우(渝新歐)' 국제철도는  이 도시의 내일을 밝히는 '등불'에 비유된다. 위신어우란 이름은 충칭의 약자 위, 경유지인 신장 위구르 자치구, 그리고 유럽의 중국어 첫 글자를 땄다. 꽉막힌 내륙지역에 위치한 기업들은 이 화물전용 열차를 통해 제품을 유럽으로 운송한다. 열차는 중국-독일간 1만1179㎞ 거리를 14일 만에 주파한다.

방중단 일행이 충칭시를 방문한 지난 9일 오전 10시, 도심 북쪽 퇀제춘(단결촌)역 앞에는 반지 모양의 조형물이 서있다. 이 지점이 유럽으로 통하는 기차의 시발점이라는 뜻의 ‘0km’와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고리(반지)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게 중국 측 가이드의 설명이다. 

위신어우 화물전용 열차는 지난 2013년부터 본격 가동됐다. 화물 열차는 중국 서부 대개발의 핵심 도시인 충칭과 독일의 뒤스부르크를 오간다. 철마는 충칭, 고원지대인 시안, 란저우, 신장자치구,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유럽의 종착역인 독일로 향한다.  화물 운임은 배에 비해 높지만 운송기간을 열흘 이상 단축해 경쟁력이 있다는 게 충칭시의 설명이다.

지난달 말까지 중국과 유럽을 오고간 위신어우 왕복 열차만 1155편에 달한다. 올해는 위신어우 가동 이후 처음으로 연간 운행 편수가 500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충칭시 물류조율판공실 화물처의  차이잔 부처장은 “중국과 유럽을 운행하는 왕복열차 편수가 그동안 한해 380여 편에 달했다"며 "올해 말까지는 500편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철마 '위신어우'

위신어우 화물전용 열차는 기차가 지나는 국가들이 공동지분투자한 법인이 공동관리한다. 6개 국가는 서로 다른 통관 서류를 통일하고, 일부 차량에는 보온 장치를 했다. 또 한번 통관된 물품은 통관 절차를 다시 거치지 않도록 세관간 협약을 체결했다. 열차가 여러 국가를 거치면서 불거질 수 있는 문제에 공동대응하고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 역에서 출발한 화물열차는 중국의 연안과 내륙을 가로막은 발전의 격차를 허물고, 다시 중국과 유럽을 분리해온 국경의 장벽을 무너뜨린다. 철도는 노선이 지나는 지역과 관련국들이 공동번영을 꾀하는 인프라다. 충칭과 란저우 상에 철도가 건설중이어서, 완공되면 시안을 거치지 않고 바로 란저우로 이동할 수 있어 이동시간은 더 짧아질 것이라는 게 주한 중국대사관 등명부 서기관의 설명이다.

열차가 이동하는 이 길의 역사는 깊다. 집념의 사나이 장건이 한 무제의 영을 받아 대 흉노전선에서 공조할 월지국을 찾아 떠난 길은 당제국에 접어들어 실크로드가 되고, 이제는 다시 철길로 바뀌어 그 위를 번영의 철마가 달린다. 수천 년전 사천성의 대나무 제품과 비단이 흐르던 실크로드 위로는 중국산 노트북, 프린터와 유럽산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이 오고간다.

위신어우는 시진핑 주석이 제기한 '중국몽'과 떼려야 뗄수 없는 관계다. 실크로드 길을 재건하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산물이다.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육상 실크로드를 복원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권을 구현한다는 시진핑 정부의 원대한 구상이다. 시 주석이 지난 2013년 9월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한 연설이 그 시작이었다.
 
 일대일로는 그동안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었다. 일단 일대일로의 성격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일대일로를 명분으로 투자 주도의 경제성장 방식을 고수하며 중국 정부가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역대 중국 정부가 추진해온 프로젝트를 한 바구니에 다 몰아넣고 ‘일대일로’라는 브랜드를 붙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위신어우 무용론이 대두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비판은 외교, 안보, 경제를 비롯한 다양한 층위에서 제기됐지만, 물류비용이 높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게 핵심이었다. 특히 중국에서 유럽으로 노트북, 프린터 등을 실어 나르지만, 유럽에서 다시 중국으로 올 때는 자동차 부품 등을 제외하고는 수송할 상품이 아직까지 별로 없다는 것이 회의론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다.

하지만 이러한 기류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이승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장(박사)은 “위신어우가 제대로 가동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게 한국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였다”며 “하지만 이번 방중에서 확인한 소득 가운데 하나는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위신어우 열차 운송의 경제성을 빠른 속도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 박사도 “중국이 유럽과 기차를 통해 연결된다고 해서 과연 기차가 몇 대나 오고갈 지에 대한 회의감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방중길에 확인해보니 기차가 오고가는 데 따른 시너지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울러 “충칭시를 관통하는 도로도 차량으로 붐비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효율성을 따지지 않고 무턱대고 인프라를 짓고 있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인프라가 흩어진 자원을 묶어 시너지를 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등명부 주한 중국대사관 서기관은 일대일로는 이미 경제 프로젝트의 성격을 뛰어넘었다고 설명한다. 중국을 비롯한 사해만민이 어우러지며 공존공영의 길을 걷는다는 시진핑 정부의 '천하관'이 일대일로의 이면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일대일로를 단지 먹고 사는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해석하다 보면 그 역동적이면서도 다양한 성격을 포착할 수 없다고 그는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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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허브를 가다]①'양강신구+위신어우' 양날개 단 충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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