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은 도박장' 경찰-도박꾼 쫓고 쫓기는 추격전

기사등록 2017/06/12 06:00:00

【수원=뉴시스】 충북지방경찰청이 적발한 도박장. (사진=뉴시스 DB)
【수원=뉴시스】 충북지방경찰청이 적발한 도박장. (사진=뉴시스 DB)
도박 사건 특성상 신고에 의존··· 허탕도
 하우스 도박 차릴만한 장소 미리 파악 나서

【수원=뉴시스】김지호 기자 = 경찰과 도박꾼들의 '숨바꼭질'이 이어지고 있다.

 논밭, 야산 등 인적 드물고 한적한 곳에서 몰래 벌어지는 도박 현장을 적발하려는 경찰과 단속을 피해 짜릿한 손맛과 한탕을 노리는 도박꾼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1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오전 1시20분께 화성서부경찰서 소속 형사와 지역경찰관, 기동대 등 31명은 화성시 향남읍 길성리의 한 야산에 도박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허탕쳤다.

 "한 전파상 앞 야산에서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다"는 구체적인 내용의 신고였지만, 도박꾼들이 달아난 것도 아닌 허위 신고였다.

 경찰은 앞서 지난 3월30일 오후 8시께, 출동했던 장소 인근의 한 주택에 경찰력 70여명을 투입해 도박을 벌이던 일당 53명을 현장에서 붙잡았다.

 주택에는 남성 31명과 여성 22명 등 모두 53명이 수백만원대의 판돈이 오가는 일명 '도리짓고땡' 화투 도박을 벌이고 있었다.

 경찰이 현장에 들이닥치자 이들은 갖고 있던 현금을 창문틀, 장판 등 곳곳에 숨겼다. 경찰은 증거물 확보를 위해 구석구석 뒤져 돈을 압수했고, 이는 4억원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피의자들이 경찰이 나타나자 갖고 있던 돈을 꼭꼭 숨겼고, 이를 찾아낸 액수가 4억원대였다"면서 "찾지 못한 돈까지 추산하면 판돈이 10억대에 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경찰이 나타나자 도박장 밖에 있던 문방(망을 보는 사람) 1명은 달아났다가 뒤늦게 체포됐다.

 경찰은 입건한 54명 가운데 동종 전과자, 개장 일당 등 죄질이 나쁜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5명은 법원에서 1명은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다.

 화성서부경찰은 시골 지역에서 은밀한 도박이 잇따르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 최근에는 형사과 강력팀 1개 팀을 지정해 관련 첩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

 한적한 공간, 넓은 텐트를 칠만한 공간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도박판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도박 사건 특성상 신고에 의한 검거가 대다수여서 허위 신고라도 접수되면 지난달처럼 여러 인력을 투입했다가 허탕을 치기도 한다.

 도박꾼들도 도박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도박개장 조직이 운영하는 안에서 밖을 볼 수 있는 속칭 '깜깜이' 차량을 몇차례 갈아타고 가는 등 철저하게 비밀스럽게 벌어지고 있다.

【수원=뉴시스】 야산에서 도박을 벌이다 경찰에 적발된 '산도박장'. (사진=뉴시스 DB)
【수원=뉴시스】 야산에서 도박을 벌이다 경찰에 적발된 '산도박장'. (사진=뉴시스 DB)

 지난 8일 충북지방경찰도 수개월간 거액의 도박을 한 일당 45명을 붙잡아 5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충남 천안, 아산, 당진, 예산 등지의 야산에 천막을 설치해 '아도사키(줄도박)'를 벌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의 경우 5개월간의 탐문과 잠복 수사를 벌인 끝에 검거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한적한 시골, 야산뿐 아니라 주택가 등 곳곳에서 불법 도박을 즐기다가 경기남부청에 적발된 인원은 매년 4000여 명에 이른다.

 2013년에는 4170명(3명 구속), 2014년 4138명(9명 구속), 2015년 3976명(2명 구속), 2016년 3819명(구속 14명) 등으로 올해의 경우 최근까지 1172명이 검거됐고 7명이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 사건의 특성상 112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도 힘들다"면서 "다만, 평소에 관할 지역에 특성을 파악하는 등의 예방 활동을 펼쳐 불법 도박이 근절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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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은 도박장' 경찰-도박꾼 쫓고 쫓기는 추격전

기사등록 2017/06/12 06: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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