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위장전입 논란 정면돌파 하나

기사등록 2017/05/28 11:19:44

비서실장 사과에도 야권 '결자해지' 거듭 압박
 정무라인 통해 최대한 국회 설득…'공직배제 5대 기준' 수정 가능성
 불발 시 文대통령 직접 해명 가능성도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국무위원 후보들의 위장전입 논란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대통령이 직접 정면돌파를 시도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문 정국에서 드러난 국무위원 후보들의 면면이 후보 시절 제시한 '공직배제 5대 기준'에 견줘 눈감고 넘어가기에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취임 초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지 않으려는 문 대통령이지만 위장전입 논란 등으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과거 약속한 인사 기준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만큼 돌파구 마련에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를 고위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현재까지 인사청문 대상 6명 중 3명에게서 위장전입이 발견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 발표 과정에서 '자진신고'를 했지만,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언론보도로 의혹이 불거졌다.

 위장전입은 실제로 살지 않으면서 재산 증식이나 자녀 진학 등을 위해 주소를 옮겨 놓는 것을 일컫는다. 현행법상 주민등록법 위반에 해당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게 돼 있다.  

 위장전입 문제는 인사 청문회마다 단골소재로 등장했다.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낙마하는 사례도 있지만 부동산 투기 목적의 위장전입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통과하곤 했다.

 2000년 6월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청문 대상으로 지명된 300여 명 가운데 위장전입 문제로 낙마한 사례는 20여 명 가량이다. 장상 총리 후보자(2002년 7월·부동산 투기 의혹),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2008년 2월·부동산 투기 의혹),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2013년 1월·아파트 분양목적 의혹) 등이 대표 낙마 사례다.

 반면 이규용 환경부 장관(2007년 9월·자녀 진학문제), 현인택 통일부 장관(2009년 2월·자녀 학사일정) 등의 경우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청문회를 통과했다.

 때문에 청와대는 이번에 드러난 위장전입의 경우 낙마할 정도의 흠결이 아니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울러 거듭된 논란에 대해서는 비서실장을 통한 사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인사수석이 아니라 비서실장이 직접 사과를 한 것은 단순한 기준 마련과 기초적인 문제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정치적인 무게를 담아서 설명드리고 양해를 구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한 '공직배제 5대 기준'도 현실성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 '촘촘한 그물망'을 적용하려다보니 발탁할 수 있는 인재풀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에 봉착했다는 점을 설명하고 일정 부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는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위장전입과 관련해 무조건적인 배제가 아닌 성격에 따라 기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식의 기존 원칙을 수정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2000년 처음 도입된 인사청문제도에 맞춰 그 이전에 이뤄진 후보자의 위장전입의 경우 문제삼지 않겠다는 절충안을 새로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서 정밀한 검증과 더 엄격한 잣대를 세우려고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내부적으로 관련 기준을 만들어놓고 있지만 (위장전입은) 심각성·의도성·반복성과 시점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우선 주말을 활용해 정무라인을 가동, 국회와 물밑 접촉을 통해 최대한 설득을 구하는 식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별다른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채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다음주 초반께 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는 방식의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것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초 주말쯤에 인선 발표 계획이 있었지만 위장전입 이슈 등 여러가지 변수들이 생겼다"면서 "아무래도 지금까지의 진행상황들을 점검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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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7/05/28 11:19:44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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