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된 울릉도 향나무 꿈틀…민중미술작가 손장섭 개인전

기사등록 2017/05/17 16:23:43

최종수정 2017/05/18 11:12:28

【서울=뉴시스】울릉도 향나무 Juniperus Chinensis in Ulleungdo, 2012,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145x112cm.jpg
【서울=뉴시스】울릉도 향나무 Juniperus Chinensis in Ulleungdo, 2012,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145x112cm.jpg
■학고재갤러리 6월 18일까지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에 있는 향나무는 수령이 약 2000년 정도 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다. 천연기념물 30호인 용문사의 은행나무 보다 오래되었다. 깎아내린 듯한 절벽에서 당당하게 뻗쳐올라 있는 모습은 그 뿌리가 얼마나 깊고 단단히 자리하고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이 나무를 그림으로 만나볼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민족미술인협회(민미협)초대 회장으로 1980년대 민중미술을 이끈 손장섭((76)화백의 개인전에 나온 '울릉도 향나무'(2012)는 세월을 간직한 나무의 위엄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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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손장섭은 1941년 전남 완도의 고금도에서 태어났다. 1961년에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했다. 경제적 이유로 학업 포기를 종용하는 아버지 의사에 반대하여 단신으로 서울에 남았다. 생활비 충당을 위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입시용 석고상을 만들어 화방에 납품하는 등의 일을 했다. 1963년 군에 입대했고 1965년에는 월남 파병에 지원했다. 학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전투 수당을 꼬박꼬박 모아 친구에게 송금했으나 친구가 돈을 모두 소진해버려 결국 홍대에 복학하지 못했다. 1978년 동아일보사에서《동아미술제》 창설을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1980년에는 손장섭, 주재환, 오윤, 김정헌, 성완경, 윤범모 등의 미술인이 모여 ‘현실과 발언’을 결성했다. 1981년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전향하였으며 1985년 120여 명의 미술가와 함께 ‘민족미술협의회’를 창설하여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1986년 봄에는 기금으로 인사동에 ‘그림마당 민’이라는 전시장을 마련하여 민중미술 화가들을 주축으로 전시를 열었다
 이 향나무는 2000년 동안 신라 우산국에서 조선 울릉도까지 모든 일을 목격했다. 그래서일까. 향나무는 마을을 지켜보는 듯한 형상으로 힘찬 붓질로 그려낸 그림은 더욱 기백이 넘친다.

 17일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는 ‘손장섭:역사,그 물질적 흔적으로서의 회화’를 타이틀로 손장섭 화백이 한평생 쌓아온 화업의 전모를 보여주는 전시를 펼쳤다.

 2000년대에 제작한 신목(神木) 시리즈와 자연 풍경화를 중점적으로 조명하고, 이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이 되는 과거의 역사화등 38점을 선보인다. 웅장한 에너지를 내뿜는 화면은 거친듯 하지만 파스텔 색조의 오묘한 색채로 독특한 분위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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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거대한 반송 Great Bansong, 2009,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130x162cm
 민중미술가이지만 손화백이 미술시장에서 살아남은 건 신목과 자연 풍경을 그리기 때문이다. 독도,울릉도,백령도 등의 섬부터 금강산,설악산,북한산,금병산 등의 산까지 전국의 산하를 캔버스에 담는다. 또한 용문사 은행나무,속리산 정이품송,울릉도 향나무,영월 은행나무 등 산하에서 특히 고목에 집중해왔다.  

 "고목을 포함한 자연을 우리의 역사를 경험하고,목격하고, 담고 있는 산 증인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유홍준 미술평론가는 "전국의 산하를 누비며 특히 그가 주목한 것은 '원주 은행나무'를 비롯한 천 년 고목의 은행나무였다"며 "손장섭은 현장의 화가라고 밝혔다. "손장섭의 작품이 민중미술과 풍경화 둘로 나누어지면서도 하나의 예술세계로 관통하는 것은 바로 이 점, 연륜 있는 노목과 늠름한 산을 통하여 우리가 현실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움직일 수 없는 손장섭의 개성이자 예술적 매력"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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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월의 함성 April Revolution, 1960, 종이에 수채 Watercolor on paper, 47x65cm
 손화백의 그림은 흰색을 섞은 오묘한 파스텔 색조가 두드러진다. 부드러운 느낌으로 는 이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평론가 김광우는 ‘흰색은 손장섭의 색이다’라고 했고, 유홍준 미술평론가도 "손장섭의 그림을 멀리서도 금방 알아보는 이유로 ‘아련한 은회색이 어려있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학고재 전관에서 손장섭 60여년 화업을 선보이는 대형 전시다. 1960년대에 수채화로 그린 작품, 1980, 19년대에 유화를 사용한 작품, 이후 1997년부터 아크릴을 사용한 작품을 모두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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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학고재 갤러리 손장섭 개인전
 이 가운데 1960년에 제작한 '사월의 함성'은 민중미술가로 성장한 배경을 보여준다. 서라벌 예술고등학교 3학년 되던 해에 4.19 혁명이 일어났다. 데모 현장에 나가 덕수궁 대한문 근처 골목에서 학생들이 뛰쳐나오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린 그림이다.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나 김수영 시인의 ‘민중은 영원히 앞서 있소이다’라는 시구들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당시의 격렬한 현장감을 전한다. 민중미술이 1980년대에 무르익은 것으로 알려진 것을 생각할 때 손장섭의 민중미술가로서 태동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전시 작품은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준다. '천막촌'(1960), '답십리 굴다리'(1960), '남대문 지하도'(1960) 등은 한국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삶의 터전을 담고 있다. '달동네에서 아파트로'(2009), '우리가 보고 의식한 것들'(2011) 등은 군부 독재 정권 아래 산업화를 경험한 혼란의 시기를 보여준다. 1951년생인 작가가 2017년에 이르기까지 목격하고 그린 장면은 고스란히 한국 근현대사의 기록이 됐다.

 한편, 숨은 작가를 발굴 전시하는 학고재 전시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민중미술작가들을 상업화랑으로 나오게 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상업화랑으로서는 처음으로 민중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노력을 해왔다. 오윤, 신학철, 강요배, 이종구 등 민중미술 대표 작가들의 전시를 열었다. 지난해 부터 주재환 개인전(2016), 신학철,팡리쥔 2인전(2016)에 이어 올 손장섭 개인전을 시작으로 하반기에는송창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 중 하나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기록하고 그에 대한 기억을 영속시키는 것으로 과거의 부조리한 부분을 반성하고 미래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면서 "학고재는 이같은 전시를 통해 민중미술이 그려나가고 있는시대의 풍경과 성과를 선보이고 작품의 가치를 더 깊고 넓게 살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6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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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된 울릉도 향나무 꿈틀…민중미술작가 손장섭 개인전

기사등록 2017/05/17 16:23:43 최초수정 2017/05/18 1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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