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줄여도 고용 안 늘어난다는 지적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中企·소상공인 못 버틸 수도
기업 반발 잠재울 '당근', 정부가 제시해야
【세종=뉴시스】이예슬 기자 =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보면 공공부문 일자리 증대 외에도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고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인상하는 안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기업과 근로자, 재계와 노동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같은 정책이 경제계에 심한 충격이 가지 않고 실현되려면 정부 지원 패키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노동시간, OECD 최장 수준…근로 단축 불가피
문 대통령은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공약했다. 임기 내 1800시간대의 노동시간을 실현하고 법정 최장노동시간인 주 52시간을 준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5년 기준 2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멕시코(246시간) 다음으로 많다. 회원국 평균인 1766시간보다는 347시간 더 일한다.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은 " 핀란드의 1인당 GDP는 한국의 1.5~2배인데 노동시간은 절반밖에 안 된다"며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보다 3~4배 생산성이 높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길고 비효율적으로 보내지는 노동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올리고 서비스나 제품의 질을 향상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라며 "일부 기업들은 사람을 붙잡아놓는 것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인력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은 주52시간 근로가 엄격히 지켜질 경우 피해가 크다고 말하지만 이에 해당하는 기업은 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 1963만명 중 143만명에 불과하고 이 중에서도 항상 68시간을 일하는 노동자는 드물다"며 "68시간 내내 시킬 정도면 근로자들이 버티기 힘든데 정말 근로시간을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만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것에는 노사 간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지만 실제로 노동시간을 단축한다고 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자 측이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해도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기업들은 인건비를 더 부담해서 고용을 더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까지 인상
또 하나의 이슈는 3년 뒤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인상하는 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에 무리가 따르는 급격한 인상일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규모를 깎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면 기업이 고용을 줄이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고용원을 없애고 차라리 사업 규모를 줄이는 편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개인소득은 확보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큰 변화가 없겠지만 GDP는 줄어들 수 있다"며 "거시경제 측면에서 보면 경제가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 능력이 줄어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고임금 근로자와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수준 격차가 너무 큰 만큼 큰 폭의 인상이긴 하지만 최저임금 1만원이 시급하게 현실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배 선임연구위원은 "대부분의 제품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우리나라에서보다 훨씬 저렴한 임금으로 만들어지는데 언제까지나 최저임금에 기초해 경쟁할 수는 없다"며 "오히려 저가격이 아니면 경쟁할 수 없는 한계산업은 구조조정을 해야지 최저임금도 못 주겠다는 기업 말을 들을 순 없다"고 비판했다.
◇경착륙 없도록 정부가 나서 '패키지 지원' 해야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이 제도화된다고 하더라도 고용의 주체인 기업이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제도가 정착화될때까지 정부가 일정 부분을 보조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근로시간단축지원금은 근로시간을 30시간 미만으로 줄일때만 지원하게 돼 있다"며 "이를 장시간 노동인 경우에 맞춰서 재설계해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려면 매년 15% 이상 올려야 하는 만큼 최저임금을 올릴 수 있도록 정부가 당근을 제시해 독려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배 선임연구위원은 "매년 평균 임금 인상률이 약 3.5%인데 최저임금이 15%씩 오르려면 실제로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며 "다양한 패키지를 통해 최저임금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세기업은 정부가 임대료를 지원해준다든가 프랜차이즈의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줄어든 수익을 본사가 고려해주는 방식이 될 수 있다"며 "사용자들이 내는 4대보험료도 정부가 일정기간 보조를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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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中企·소상공인 못 버틸 수도
기업 반발 잠재울 '당근', 정부가 제시해야
【세종=뉴시스】이예슬 기자 =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보면 공공부문 일자리 증대 외에도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고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인상하는 안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기업과 근로자, 재계와 노동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같은 정책이 경제계에 심한 충격이 가지 않고 실현되려면 정부 지원 패키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노동시간, OECD 최장 수준…근로 단축 불가피
문 대통령은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공약했다. 임기 내 1800시간대의 노동시간을 실현하고 법정 최장노동시간인 주 52시간을 준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5년 기준 2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멕시코(246시간) 다음으로 많다. 회원국 평균인 1766시간보다는 347시간 더 일한다.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은 " 핀란드의 1인당 GDP는 한국의 1.5~2배인데 노동시간은 절반밖에 안 된다"며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보다 3~4배 생산성이 높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길고 비효율적으로 보내지는 노동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올리고 서비스나 제품의 질을 향상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라며 "일부 기업들은 사람을 붙잡아놓는 것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인력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은 주52시간 근로가 엄격히 지켜질 경우 피해가 크다고 말하지만 이에 해당하는 기업은 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 1963만명 중 143만명에 불과하고 이 중에서도 항상 68시간을 일하는 노동자는 드물다"며 "68시간 내내 시킬 정도면 근로자들이 버티기 힘든데 정말 근로시간을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만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것에는 노사 간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지만 실제로 노동시간을 단축한다고 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자 측이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해도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기업들은 인건비를 더 부담해서 고용을 더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까지 인상
또 하나의 이슈는 3년 뒤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인상하는 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에 무리가 따르는 급격한 인상일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규모를 깎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면 기업이 고용을 줄이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고용원을 없애고 차라리 사업 규모를 줄이는 편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개인소득은 확보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큰 변화가 없겠지만 GDP는 줄어들 수 있다"며 "거시경제 측면에서 보면 경제가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 능력이 줄어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고임금 근로자와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수준 격차가 너무 큰 만큼 큰 폭의 인상이긴 하지만 최저임금 1만원이 시급하게 현실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배 선임연구위원은 "대부분의 제품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우리나라에서보다 훨씬 저렴한 임금으로 만들어지는데 언제까지나 최저임금에 기초해 경쟁할 수는 없다"며 "오히려 저가격이 아니면 경쟁할 수 없는 한계산업은 구조조정을 해야지 최저임금도 못 주겠다는 기업 말을 들을 순 없다"고 비판했다.
◇경착륙 없도록 정부가 나서 '패키지 지원' 해야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이 제도화된다고 하더라도 고용의 주체인 기업이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제도가 정착화될때까지 정부가 일정 부분을 보조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근로시간단축지원금은 근로시간을 30시간 미만으로 줄일때만 지원하게 돼 있다"며 "이를 장시간 노동인 경우에 맞춰서 재설계해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려면 매년 15% 이상 올려야 하는 만큼 최저임금을 올릴 수 있도록 정부가 당근을 제시해 독려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배 선임연구위원은 "매년 평균 임금 인상률이 약 3.5%인데 최저임금이 15%씩 오르려면 실제로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며 "다양한 패키지를 통해 최저임금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세기업은 정부가 임대료를 지원해준다든가 프랜차이즈의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줄어든 수익을 본사가 고려해주는 방식이 될 수 있다"며 "사용자들이 내는 4대보험료도 정부가 일정기간 보조를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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