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용암이 분출하듯 현란한 화석같은 추상화를 선보여 주목받은 작가 권현진(37)이 12회 개인전을 서울 이태원 표갤러리에서 연다.
오는 13일부터 펼치는 이번 전시는 '불가시의 가시화(Visualization of the Invisible)'를 타이틀로 '움직이는 추상화'를 보여준다. 120호 이상 대작 5점등 25점을 전시한다.
자유분방하면서도 기운생동한 작품은 우선 기법의 독특함에 있다. 수많은 색상들이 흐르고 번져 융화된 화면은 유리액자가 필요없을 정도로 단단하면서도 빛을 낸다.
이전 작업과 달리 신작은 스테인리스 스틸의 변형이 차이다. 판판했던 기존 작품과 달리 밑 배경이 되는 스테인리스와 씨름했다. 튀어나오고 구부리게 하는 듯 굴곡을 줘 색의 흐름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조각같은 회화'로 변신했다. 자동차 칠을 하는 광택도료를 사용해 색감이 더욱 영롱하게 반짝인다.
스테인리스스틸을 주재료로 택한 건 "고정된 2차원의 회화작품이지만 살아움직이는 듯한 생명력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스테인리스 스틸은 '금속의 다이아몬드'로 변형과 재가공이 쉽지 않지만 현대 추상미술을 새롭게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고 재배치되어 현대인들의 복잡한 감정적 흐름을 투영했다"고 밝혔다.
변형과 생동이 어우러져 '회화와 시적 언어'가 엮인 작품은 렌티큘러 효과(renticular effects)로 극대화되어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의 조합이 가변성을 띠고. 보는 사람에 따라 극단적인 착시와 환영을 즐길 수 있도록 자극한다.
김복영 평론가는 "이번 신작은 권현진이 그간 십여 년간 시도해온 불가시의 세계를 가시화하는 의지를 보다 더 확장하고 있다"면서 " 이 시도는 근대주의가 추구했던 가시적인 것들의 은폐와 평면으로의 환원이라는 축소지향과는 정반대의 것으로 색채로 이루어지는 가상시(virtual poetry)라는 독창적인 방법을 빌림으로써 보는 사람들에게 눈으로 보고 읽는 3차원의 영상을 선사한다는 데 차별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아닌 내면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눈을 감고 잠시 동안 빛을 봤을때 안구에 맺히는 환영들을 시각적 이미지로 그려내려는 시도를 했다"며 "하나의 통일된 양식이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동시대의 다원주의를 추상개념과 감각의 혼합이라는 의미의 현대 추상화를 실현하고 있다"고 했다.
추상회화를 시각과 촉각적 지각으로 확장시키기위해 학문도 이어졌다. 이화여대 서양화과, 뉴욕 프랫인스티튜트 페인팅(석사)을 졸업한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미디어아트(석사), 홍대 대학원 미술학 박사를 취득했다.
마치 용해되고 있는 지구의 표면처럼 보여지기도 하고 빛의 산란 같기도 한 작품은 색, 흐름, 선, 그늘,빛 등이 움직이는 듯한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다. 입체회화의 연장선으로 확장된 영상은 현란한 빛의 환영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추상회화를 재생산한다. 전시는 6월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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