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 찍지 못한 청춘의 노래…밴드 '혁오' 첫 앨범 '23'

기사등록 2017/04/24 18:56:56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난 이제 어떡하지…."

 밴드 '혁오'(오혁·임동건·임현제·이인우)는 그들의 첫 번째 정규 앨범 '23'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이같이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해나가다가도 결국 "답을 내지 못했다", "아직 잘 모르겠다"라는 말로 끝맺었다.

 그들이 느낀 청춘의 막막함 혹은 막연함이 2년 만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어떻게 보면 스물 세살 때 나올 줄 알고 지었던 앨범 제목 '23'이 그들이 25살이 돼서야 나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전작인 "20'과 '22'에서는 메시지를 주되 일부러 결론짓지 않는 태도를 유지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결말을 줄 수 없어서 못 지은 앨범입니다."

 2014년과 2015년 나온 EP앨범 '20'과 '22'와 수록곡 '위잉위잉'이 대중적인 주목을 받은 건 '무한도전'의 영향이 크지만, 그들이 이 예능프로그램에 나올 수 있었던 건 반대로 그들의 음악이 그만큼 주목을 받고 있어서였다.  

 "위잉위잉 하루살이도 처량한 나를 비웃듯이 멀리 날아"간다는 그들의 한숨은 그들이 꿰뚫는 '청춘'이라는 단어를 넘어서 지지를 받았다. '혁오'는 새 앨범을 통해 "우리가 해왔던 것, 우리가 주려고 했던 메시지, 우리가 형성한 분위기에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고 했다.

 "청춘은 찬란하기도 하지만, 흘러가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흘러가는 순간을 보게 된다면, 그게 불안하고, 그래서 방황하고,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 놓이고, 이런 맥락에서 청춘에 접근한 거죠."

 쉽게 말하자면, '23'은 전작들보다 어둡다. 만남과 이별, 열정과 소모, 과거와 현재, 다짐과 후회, 그리고 사랑 혹은 우정, 슬픔과 그리움, 또 후회. 청춘이어서 더 예민하게 느껴지는 단어들이 12곡을 채운다.

  이 노래들을 작사·작곡한 오혁은 그래서 앨범 첫 번째 노래 '버닝 유스'(Burning Youth)를 이렇게 설명했다. "타오르는 열정과 넘치는 에너지의 청춘이 아닌 불타버린 청춘에 대한 노래.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된 질문이 우리의 꿈과 행복에 대한 이분법적인 대안으로 흘러갔고, 모두 다 같이 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멈췄다. 그 다음은 나도 아직 고민 중이다."

associate_pic2
 '23'의 청춘에는 절망과 희망이 함께 있고, 이 두 가지는 다른 감정으로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하나로 보인다. 이를테면, '다이 얼론'(Die alone)에서 "관계의 허무함"을 노래하지만 '서프 보이'(Surf boy)를 통해서는 "이 힘든 일들이 또 다른 일을 위한 준비운동일지도 모른다"고 홀로 위로한다.

 오혁은 "6개월간 슬럼프가 있었고, 그 동안에는 음악 작업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곡이 더 우울하게 나온 것 같다. 왜 슬럼프에 빠졌는지 많이 고민했지만, 결론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 앨범 타이틀은 두 곡이다. 3번 '가죽자켓'과 4번 '톰보이'(TOMBOY)다. '혁오'가 결론을 찾아내지 못한 그 시간이 두 노래에 고스란히 담겼다고 해석해볼 여지도 있다.

 오혁은 "슬럼프 후 마음을 다잡으면서 만든 노래가 '가죽자켓'"이라면서도 "어떤 결론이 담겨있지는 않다"고 했다. "긴장하고 고민하는 게 습관이 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나의 기둥 같은 걸 찾을 수 있는지를 노래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톰보이'는 사랑 노래다. '사랑이 끝난 후에 볼 수 있었던 모습들'이라는 전제 하에 차가운데 뜨겁고, 달지만 쓴 감정을 넣었다. 오혁은 "모든 일에 낯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하려고 하는, 사이에 껴서 고민하는 모습이 바로 '톰보이'"라고 했다.

 '혁오'의 모토는 '멋있는 음악을 열심히 오래 하자'는 것이다.

 "저희는 운이 좋게 많이 알려졌어요. 그게 좋은 점도 있다라는 것도 알았죠. 이번 앨범 만들 때는 꽤나 부담스러운 부분이었고요. 대중성을 얼마나 담아야 할지도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중성을 담는 것 또한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실패했죠. 어찌됐든 중요한 건 저희가 느끼는 불안감 안에 돈을 얼마를 벌고, 성공 하고 못하고는 들어있지 않다는 거예요."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마침표 찍지 못한 청춘의 노래…밴드 '혁오' 첫 앨범 '23'

기사등록 2017/04/24 18:56:56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