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교전략, '예측불가' 아닌 지리멸렬" WP

기사등록 2017/04/12 10:52:47

【메릴랜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를 이륙해 플로리다주 팜비치공항으로 향하는 대통령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17.4.7.
【메릴랜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를 이륙해 플로리다주 팜비치공항으로 향하는 대통령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17.4.7.
【서울=뉴시스】강덕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앞뒤가 맞지 않는 일관성 없는 외교정책이 동맹국가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 "미국은 예측 불가(unpredictable)한 나라가 돼야 한다"며 자신의 외교 정책 계획을 설명한 바 있다. 이는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급진주의 테러단체 등 적대적인 나라나 단체들이 미국의 정책을 예측해 이에 사전대응하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예측불가'가 아닌 일관성 없고 때론 모순적인 '지리멸렬(支離滅裂·Incoherence)'로 정의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특히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로 미국의 러시아와의 관계가 더욱 불안해지고 있고,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응해 미국 핵 항공모함 칼 빈슨호가 한반도로 향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의 일관성없는 외교정책가 극심한 위험을 동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모순적인 언행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기 전 지난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압력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핵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미국이 독자적인 행동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일 중국이 북한 문제를 풀지 않는다면 우리가 풀 것이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발언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하지만 막상 트럼프 대통령이 6~7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주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 문제를 해결하면 미국과의 무역 거래가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중국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놨다.

 트럼프는 그러더니 4분 뒤에는 트위터에 "북한은 문젯거리를 찾고 있다. 만일 중국이 (미국을)돕기로 결정한다면 정말 훌륭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돕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미국)는 중국 없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협상이 아닌 독자행동 옵션을 다시 강조했다.

 트럼프의 보좌진들도 트럼프의 외교정책을 더욱 흐리고 있다.

 WP에 따르면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뒤 백악관 보좌간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사이에 "긍정적인 케미스트리(Positive Chemistry)"가 있었다고 자부했지만, 실제로 정상회담 이후에 북한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에 어떤 협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드러난 게 없다.

 또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에 대한 보복으로 59기의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를 명령한 것도 그가 그동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며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해온 것과 상반된 결정이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에 워싱턴에 있는 각국 외교관들이 혼란에 빠졌다.

 한 외교관은 "미국이 러시아나 시리아, 중국 등에 어떤 정책을 취할지 아무도 모른다"라며 "아예 정책 자체가 없는 것 같다. 내가 미국의 정책방향에 대해 물어보면 '정책이 마련되면 말해주겠다'는 대답만 듣는다"라고 말했다.

 다른 외교관은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라며 "과거 대통령들은 결정을 내리는데 3개월이 걸렸다면, (트럼프는) 3초만에 결정을 내린다. 매우 우려된다"고 전했다.

 또 외교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 정상들과 만날 때 아무런 계획 없이 행동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후 시 주석뿐만 아니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과 회동했지만, 실체적인 결론이 나온 곳은 없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달 트럼프와 메르켈의 정상회담에서 메르켈이 관세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트럼프는 "걱정말라. 조금 후에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두루뭉술한 대답만 했다. 당시 정상회담 직후 포토세션에서 나란히 앉은 메르켈 총리를 외면하고,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악수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는 등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해 이날 회담이 녹록치 않았음을 시사했다.

 한 외교관은 "트럼프는 원고(준비) 없이 정상회담에 나온다. 논의 어젠다도 다른 정상이 제시한다"라며 "그는 그저 자리에 앉아 방문자가 말을 걸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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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7/04/12 10:52:47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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