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G2 충돌 피하는 '시간벌기' 성공…"협상체제 마련 큰 진전"

기사등록 2017/04/10 11:10:16

【팜비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정상회담 후 함께 걷고 있다. 2017.04.08
【팜비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정상회담 후 함께 걷고 있다. 2017.04.08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이른바 ‘세기의 정상회담’으로 명명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시급한 당면 과제들을 유보하는 ‘시간벌기’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양국 간 무역 갈등과 북핵 문제 등 폭발직전의 현안들을 시간을 두고 협상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에서 기존과는 다른 협상 체제를 마련한 것은 시 주석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이 안보와 경제, 사법, 사이버 보안, 문화 등 주요 분야의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각료 간 대화 체제를 가동키로 합의함으로써 양국 간 무역 및 군사적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양국 정상회담 후 정상들이 종합대화를 주관하고 ▲외교안보 ▲전면 경제 ▲법 집행과 사이버안보 ▲인문과 사회교류 등 4개 분야에서는 각료 간 대화채널을 구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부터 진행해온 미․중 전략․경제대화(U.S.-China Strategic and Economic Dialogue)를 확장한 것이다.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의 자문 기관인 ‘컨트롤 리스크’의 앤드류 길홈 수석이사는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개인적인 결정을 우선시하는 지도자들이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번 합의는 상당한 진전으로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갖기 전 시 주석과의 만남이 “매우 어려운(very difficult)”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마치고 난 후에는 “탁월한 관계(an outstanding relationship)”를 맺는 만남이었다고 밝혔다.

 시 주석 역시 “서로 깊이 알게 됐다. 일종의 신뢰를 쌓게 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시 주석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미․중 정상회담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트럼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중국을 겨냥한 호전적인 발언을 쏟아 냈었다. 그러나 회담장에서 나온 트럼프는 시 주석과 “탁월한 관계”를 맺게 됐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올해 11월 제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를 통해 지도부를 교체한다. 또한 국제적 압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는 북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중 간 무역전쟁은 물론 남중국해에서의 국지적인 군사적 충돌 위험마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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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비치=AP/뉴시스】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6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의 방문을 환영하는 만찬행사가 열리고 있다. 2016.04.06
 시 주석은 이런 민감한 정치적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그리고는 회담장에서 나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에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시 주석이 일단 시간을 버는 데 성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안고 있는 민감한 과제들을 우선은 뒤로 미루는 데 성공을 했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래서 아시아 담당 선임 연구원은 미․중 정상회담 직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이 자신의 등에서 떨어지는 것만을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오는 11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확보할 때까지 미국과의 갈등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과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간 경제 및 안보 이슈들이 리스크 요인들이 양국 간 무역전쟁 혹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기 전에 신속하게 공동의 해결책을 찾는 게 시급하다고 전했다.

 우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북한의 핵위협을 해결하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만찬 도중 시리아에 미사일 폭격을 단행했다. 자국 반군들에게 화학무기 공격을 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응징한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도발을 감행할 경우 북한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응징을 가할 수 있음을 시 주석 앞에서 과시한 것이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정상에게 전화를 통해 미․중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북핵 문제의 심각성 및 대응방향에 대해 중국과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는 점을 양국 지도자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미․중 정상회담 다음 날인 8일 싱가포르에 배치돼 있던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칼 빈슨함(CVN-70)을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으로 이동시켰다. 데이브 벤험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불안정한 미사일 시험프로그램과 핵무기 개발 야욕으로 북한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위협”이라고 칼빈슨함 이동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중국 초청을 받아들였다. 트럼프의 중국 국빈방문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오는 11월 개최되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 전에 이루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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