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골수도서 목포신항까지…'세월호 참사 3년' 재구성

기사등록 2017/04/02 07:00:00

최종수정 2017/08/09 17:49:16

【목포=뉴시스】류형근 기자 = 3년만에 인양된 세월호가 1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에 입항해 반잠수선에 실려있다. 2017.04.01.    hgryu77@newsis.com
【목포=뉴시스】류형근 기자 = 3년만에 인양된 세월호가 1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에 입항해 반잠수선에 실려있다. 2017.04.01.    [email protected]
【진도·목포=뉴시스】신대희 이혜원 기자 = "살려주세요. 배가 기울고 있어요."

 지난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52분께 단원고 2학년 최모군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남도소방본부 상황실에 구조를 요청했다.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는 신고 4분 전 오른쪽으로 급변침한 뒤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바다로 가라앉고 있었다.

 세월호에는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476명이 타고 있었다.

 오전 9시35분께 맹골수도에 목포해경 경비 123정이 도착했다.

 그러나 해경은 퇴선 방송을 하지 않았고 선내에 들어가 선실 등에 갇혀있는 승객들의 탈출을 돕지 않았다.

 선내에는 오히려 '안전봉이나 물건을 잡고 대기하라'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이어졌다. 승객들이 객실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이 속옷 차림의 선장과 선원 15명은 배에서 가장 먼저 탈출했다.

 해경과 선원들이 구조 의무를 저버린 사이, 세월호는 오전 11시18분께 뱃머리 일부만 남긴 채 물 속에 잠겼다.

 ◇구조·수색

 참사 초기 크레인선과 해군 구조함은 구조에 활용되지 못했다. 리프팅빔은 세월호의 무게 때문에 무용지물이었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사망·구조·실종자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민관 합동으로 수색 작업이 진행됐고, 다음날까지 18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4월18일 세월호는 완전 침몰했다.

 대책본부는 4월23일 '수색 작업이 끝난 뒤 세월호를 인양할 수 있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수중 수색 6개월이 지나면서 실종자 발견 소식이 뜸해졌다.

 같은 해 10월28일 세월호 4층 중앙 여자화장실에서 발견된 단원고 여학생 이후 사망자는 295명, 미수습자는 9명으로 남았다.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선박이 31일 오후 1시30분 목포 신항 철재부두에 접안을 완료했다.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선박이 31일 오후 1시30분 목포 신항 철재부두에 접안을 완료했다.  [email protected]
대책본부는 세월호 공식 수색 209일 만인 11월11일, 미수습자 9명을 남겨둔 채 수색 종료를 선언했다. 선체 붕괴 우려, 잠수사 안전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지연된 선체 인양 준비   

 해양수산부는 2015년 4월22일 세월호 선체 인양을 공식 발표하고, 같은 해 7월 인양업체로 중국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2015년 8월19일 인양 준비작업에 돌입한 뒤 다음해 3월까지 선체 내부의 기름을 제거하고, 유실 방지를 위한 사각 철제 펜스 36개를 설치했다.

 2016년 4월5월 선수 들기 작업을 6차례 실패한 뒤 같은 해 7월26일 7번째만에 성공, 선수 부분에 리프팅빔(받침대) 18개를 끼웠다.

 이후 지난해 8월9일 배꼬리에 리프팅빔 설치 작업에 돌입했으나 해상 퇴적층이 불규칙하고 단단해 굴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9월21일 선미에 첫 리프팅빔을 설치하고 10월 1개, 11월 6개, 12월 2개를 끼웠다. 선수에도 와이어를 대체하는 빔 5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지난해 12월25일 선수 23개, 선미 10개 등 총 33개의 리프팅빔 설치 작업이 완료됐다.

 이 과정에 해수부는 선미와 맞닿아 있던 퇴적층이 단단해 선미 들기로 공정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가 객실 파손을 우려해 기존 굴착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지난해 11월11일 인양 장비도 기존 '해상크레인'과 '플로팅 독'에서 '잭킹바지선(유압펌프가 설치된 바지선) 2대'와 '반잠수식 선박'으로 바꿨다.

 날씨, 기술 보완, 뱃머리 들기 작업 중 와이어 사고로 인한 갑판 부서짐 등이 해수부가 밝힌 인양 지연 배경이다. 

 ◇시험인양부터 목포신항 접안까지

 잭킹바지선과 반잠수식 선박을 동원한 인양 준비작업을 마친 해수부는 지난 3월22일 시험인양에 착수했다.

【서울=뉴시스】26일 오전 침몰 후 3년만에 인양작업이 완료된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사고해역에서 목포신항으로 이동하기 위해 반잠수선박인 화이트마린호위에 처참한 모습으로 선적되어 있다. 2017.03.26. (사진=해양수산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26일 오전 침몰 후 3년만에 인양작업이 완료된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사고해역에서 목포신항으로 이동하기 위해 반잠수선박인 화이트마린호위에 처참한 모습으로 선적되어 있다. 2017.03.26. (사진=해양수산부 제공)  [email protected]                              
세월호는 같은 날 오후 3시30분께 해저면에서 1m 가량 떠올랐다. 이후 시간당 3m 안팎의 속도로 잭킹바지선 사이로 부상을 거듭했다.

 3월23일 오전 4시47분께 해저면으로부터 22m까지 도달하면서 녹슨 선체가 육안으로 확인됐다.

 침몰 1073일 만에 물 위로 처참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23일에는 간섭현상(선체가 움직이면서 잭킹바지선 구조물인 도르래와 부딪힘), 열려진 좌현 선미 램프(차량 출입문·D데크)로 인해 인양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24일 오후 4시55분께 세월호는 잭킹바지선 2대와 함께 사고해역에서 남동쪽으로 3㎞ 떨어진 반잠수식 선박으로 향했고, 25일 오전 4시10분께 거치대에 무사히 안착했다.

 25일 오후 9시15분께 반잠수식 선박이 부양, 세월호 선체 전체가 해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양 시작 약 83시간만이었다.

 날개 탑 제거, 선체 고정 작업 등을 마친 세월호는 31일 오전 7시께 진도에서 반잠수식 선박에 실린 채 목포신항으로 출발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목포신항에 도착한 세월호는 고중량용 운송장비 456대의 도움을 받아 오는 6일 육상에 거치될 예정이다. 

 ◇선장 무기징역 받았지만…유병언 일가 처벌은 지지부진

 세월호 참사 책임자의 처벌은 순탄치 않았다. 참사 하루 뒤인 4월17일 대검찰청과 해양경찰청은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부)를 구성했다.

 합수부는 다음날인 18일 수사에 착수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관계자를 구속 수사했다.

 이준석 선장 등 선원 15명은 2014년 5월15일 재판에 넘겨졌다. 다음달 10일 첫 재판이 시작됐고 3심에 걸쳐 법원은 이 선장에게 무기징역을, 나머지 선원 14명에게 징역 1년6개월~12년을 확정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청해진해운이 세월호를 무리하게 중축하고 과적해 참사를 야기했다고 판단,  고(故) 유병언 회장과 그 일가를 수사 선상에 올렸다.

【진도=뉴시스】신대희 기자 = 2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서 중국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가 반잠수식 선박에 부양된 세월호 선체의 배수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47·여·왼쪽)씨와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47·여)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는 25일 오후 9시15분께 선체 전체가 해수면 위로 올랐다. 2017.03.26.    sdhdream@newsis.com
【진도=뉴시스】신대희 기자 = 2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서 중국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가 반잠수식 선박에 부양된 세월호 선체의 배수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47·여·왼쪽)씨와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47·여)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는 25일 오후 9시15분께 선체 전체가 해수면 위로 올랐다. 2017.03.26.  [email protected]
인천지검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유병언 일가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유 회장을 소환했지만 유 회장이 도피하면서 수사는 난항을 거듭했다.

 유 회장은 '변장의 귀재'로 불릴 정도로 수사기관 추적을 피했다. 검찰이 5월 유 회장의 은신처로 알려진 전남 순천 별장을 급습하기도 했지만 끝내 검거에 실패했다.

 추적은 7월 말 유 회장이 사망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종료됐다.

 유 회장은 그로부터 40일 전인 6월 중순께 순천서 변사체로 발견됐지만, 당시 경찰은 시신이 유 회장일 것이라는 생각도 못했다. 결국 검찰은 8월 유 회장을 '공소권 없음' 처리했다.

 유 회장의 자녀들도 처벌을 피하고 있다.

 492억원 횡령 및 배임 의혹을 받고 있는 장녀 유섬나씨는 프랑스에 체류 중이다. 유씨는 2014년 5월 말 프랑스 파리 자택에서 체포됐지만, 유럽인권재판소 제소 등을 통해 현재까지 송환을 피하고 있다.

 차남 유혁기씨는 수배가 내려진 상태이지만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 체류 중일 것으로 보이지만, 제3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장남 유대균씨는 청해진해운에서 35억원을 횡령하는 등 총 70억원대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확정받았다.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는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김 대표는 세월호 복원성이 악화된 상황임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거나 방치해 참사를 일으켰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정부는 2015년 11월 청해진해운과 유병언 일가에 세월호 선체 인양과 수색, 유족 보상 비용에 대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은 현재까지 미진한 상황이다.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자 처벌도 이뤄졌다. 검찰은 2014년 10월 세월호 첫 구조정인 123정 정장인 김경일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했고, 대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3년을 확정했다.

 세월호 구조 '골든타임'을 놓친 진도VTS 해경 12명은 직무유기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특조위 성과·강제 해산

【진도=뉴시스】신대희 기자 = 2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서 중국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가 반잠수식 선박에 부양된 세월호 선체의 배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양의 아버지 조남성씨가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세월호는 25일 오후 9시15분께 선체 전체가 해수면 위로 올랐다. 2017.03.26.    sdhdream@newsis.com
【진도=뉴시스】신대희 기자 = 2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서 중국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가 반잠수식 선박에 부양된 세월호 선체의 배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양의 아버지 조남성씨가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세월호는 25일 오후 9시15분께 선체 전체가 해수면 위로 올랐다. 2017.03.26.  [email protected]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활동 기간, 조사 범위·권한 등을 놓고 정부와 마찰을 빚어오다 특별법 시행 1년9개월만인 지난해 9월30일 해산됐다.

 정부·여당은 법 제정 때부터 특조위의 권한과 독립성을 축소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의 시행령안은 공무원들이 주역할을 하도록 직제를 구성했고, 세월호 참사 원인과 구조·구난 작업에 대한 조사는 정부의 조사 자료를 분석하는 것으로 범위를 제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특조위는 청문회 등을 통해 성과를 냈다.

 참사 당시 교신 음성과 영상이 조작·삭제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세월호 선체 내 철근 과적 문제도 지적했다. 또 해경이 '청와대에 보고용으로 에어포켓 공기 주입을 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 미수습자 수습·참사 원인 조사 본격화

 세월호가 인양되면서 미수습자 수습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해수부는 2일부터 두 달간 해저 수색작업을 진행해 미수습자 유골과 유실물 등이 있는지 점검한다.

 세월호 침몰 지점 해저면에는 현재 가로 200m, 세로 160m, 높이 3m 규모의 유실방지 사각 펜스가 설치돼 있다.

 해수부는 이 구역을 다시 가로 40m, 세로 20m 크기의 40구역으로 분리한 뒤 잠수사 2명이 1m 간격으로 수색하도록 할 계획이다. 세월호가 닿았던 지점은 특별구역으로 분류해 정밀 수색한다.

 해수부는 지난 1일부터 진행 중인 세월호 선체 내 펄 제거작업 중에도 미수습자 유골과 유류품이 발견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인부 80명을 투입해 손으로 펄을 제거하도록 했다.

 세월호가 육상으로 올라오면 선체 수색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해수부는 오는 6일 세월호를 철제부두로 거치할 것을 목표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세월호 선체 조사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 공표·시행되면서 발족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조사위)는 최적의 수색 방안을 고민 중이다.

 조사위는 지난달 29일 진도 팽목항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지만, 수습 방식을 사전 합의해달라는 가족들의 요구에 난감을 표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가족들이 오는 5일까지 최선의 수색안을 제시해달라고 선조위와 해수부에 요구한 만큼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면 미수습자 수색에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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