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동성결혼 합법화 공약 철회"…가톨릭 압력에 입장 바꾼 듯

기사등록 2017/03/21 11:32:35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한다며 공약 뒤집기에 나섰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얀마·태국을 순방 중인 두테르테는 하루 전 미얀마의 필리핀인사회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을 표지모델로 내세운 최근의 타임지를 언급하며 "그것은 그들의 문화"라며 "우리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필리핀은 동성결혼에 단호히 반대하는 가톨릭 국가"라며 "여자는 남자와 결혼하고, 남자는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 필리핀의 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신이 당신에게 준 성별에 머무르라"며 "누구에게도 남녀 사이의 차이를 없앨 권한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테르테가 대선 후보 이전 다바오시 시장 시절부터 견지하던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하는 입장을 180도 뒤집는 발언이다. 두테르테는 지난 1월 선거전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하겠다"고 답했다. "남자와 여자만 서로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은 성경의 오류" "결혼은 아담과 이브, 동성애자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두테르테는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동성결혼 합법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당 측은 동성애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이 국가의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에서 가톨릭계가 갖는 정치적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하는 행동으로 분석된다. 필리핀 가톨릭 교회는 2012년까지 국가의 가족계획법 통과를 막았고, 여전히 이혼합법화를 금지하자는 움직임을 계속하는 등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1986년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전 대통령과 2001년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힘을 보탠 것도 필리핀 가톨릭계다. 지난 2월에는 두테르테에 대한 시위에 3만여 명을 동원하며 세력을 과시했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두테르테 "동성결혼 합법화 공약 철회"…가톨릭 압력에 입장 바꾼 듯

기사등록 2017/03/21 11:32:35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