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시간표, 상원 제동에 미뤄지나

기사등록 2017/03/02 10:15:32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을 이달 말까지 공식 개시하겠다는 테리사 메이 총리의 계획이 상원의회 제동에 발목이 잡혔다.

◇ 상원, 정부 법안 수정…"EU 시민 권리 보장해야"

 영국 상원은 1일(현지시간) 정부가 제출한 'EU(탈퇴 통지) 법안'(European Union (Notification of Withdrawal) Bill)의 수정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해 찬성 358표, 반대 256표로 가결했다.

 수정안에는 정부가 영국에 거주하는 EU 시민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이를 위한 방안을 '리스본 조약 50조'(브렉시트 협상 개시) 발동 이후 3개월 안에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수정안은 제1야당인 노동당과 자유민주당, 무소속 의원들 지지 아래 통과됐다. 집권 보수당은 상원 전체 의석(804석) 가운데 과반에 크게 못미치는 252석만을 보유 중이라 힘을 쓰지 못했다.

 메이 총리는 이달 말까지 'EU 법안'에 대한 상·하원 표결을 마무리짓고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원은 지난달 보수당 주도 아래 아무런 수정 없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원안에는 메이 총리에게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과 관련한 전적인 재량권을 부여한다는 내용만이 담겨 있었다. 정부는 수정 여지를 최소화 하기 위해 법안을 간략한 단문으로 작성한 바 있다.

 메이 총리는 상원이 수정안에 담은 '영국 내 EU 시민들의 권리 보장'을 브렉시트 협상 수단으로 삼을 전략이었다. 정부는 협상 개시일에 맞춰 EU 시민의 영국 자유 이주를 중단시킬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 상·하원 '핑퐁' 공방 길어지면 협상 일정 지연  

associate_pic2
 상원 제동으로 메이 총리의 협상 시간표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상원은 하원과 달리 보수당 영향력이 제한적인 데다 친 EU파 의원들이 많아 호락호락하게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 개시 과정에서 처음으로 의회에 패배했다고 평가했다. 인디펜던트는 상원이 '법안 무(無)수정'을 촉구한 메이 총리를 격분케 했다고 지적했다.

 상원에서 가결된 수정안은 다시 하원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원 표결은 오는 14일 실시될 예정이다. 정부는 보수당이 장악한 하원이 상원 수정안을 거부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하원이 상원 수정안을 거부하면 법안은 원안대로 다시 상원으로 넘어간다. 상원이 또 다시 수정을 시도하거나 원안을 거부하면 양원 간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핑퐁' 공방이 연출된다.

 그러나 비선출직인 상원이 하원 결정을 결사 반대하는 경우는 드물다. 노동당 상원 원내대표인 스미스 경은 하원이 다음 주 표결에서 수정안을 부결한다면 상원이 싸움을 계속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보수당의 존 펜로스 하원의원은 상원 수정안은 하원의 뜻을 거스른다며 "국민들은 선출직도 아닌 상원이 왜 하원 판단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시간표, 상원 제동에 미뤄지나

기사등록 2017/03/02 10:15:32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