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정 "클래식 아코디언 음색 무궁무진..편견 벗어났으면"

기사등록 2017/02/22 12:38:57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아코디어니스트 전유정이 20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2.22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아코디어니스트 전유정이 20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2.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클래식 아코디언과 일반 아코디언의 차이점이 무엇인가요?"

 최근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아코디어니스트 전유정(26)은 우문에도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의 체중 3분의 1에 달하는 큼직한 클래식 아코디언을 품고 설명을 시작했다.  

 "일반 아코디언은 왼손을 놓는 부분에 코드만 있어요. 하지만 클래식 아코디언은 앞에 튀어 나온 버튼, 즉 '프리 베이스'라고 하는데요. 이걸 누르면 반음계를 낼 수 있죠. 모든 클래식 곡들을 연주할 수 있는 거예요."

 한국 사람 대부분은 '아코디언'이라고 하면, 대통령의 악사로 유명한 '아코디언의 대부' 심성락(81)을 떠올린다. 걸출한 실력과 깜찍한 외모로 '아코디언계 국민 여동생'을 예고하고 있는 전유정은 이 악기에 젊은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

 사실 '클래식 아코디언'은 젊은 악기다. 기존 아코디언을 클래식 용으로 개량한 지 약 70년이 됐다. 한국에서 클래식 아코디언 프로 연주자는 사실상 전유정 한명이다. 그녀가 가는 길이 곧 새 길이요, 클래식 아코디언의 새 역사다. 뒷날 '클래식 아코디온의 대모'라는 수식은 떼놓은 당상이다.  

 바람통을 거치는 '바람의 소리'인 아코디언은 리드 악기다. 누군가는 아코디언 연주는 머리가 좋은 사람만 가능하다고 했다. 오른손은 피아노 구조, 왼손은 코드 구조를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손이 모자라 악기 위 단축키를 써야 하는 경우까지 있어 종종 턱도 사용해야 한다. 혹자는 이로 인해 생각이 많아진다며 철학적인 악기라 명명하기도 한다.

associate_pic2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아코디어니스트 전유정이 20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2.22  [email protected]
 "맞아요. 연주할 때마다 생각과 고민할 거리가 많죠. 크게 소리를 내기 위해서 강한 타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건반을 더 길게 눌러야 하거든요. 4가지 기본 관악기를 조합해 15개 소리를 내죠. 가장 많이 쓰는 7개 배열을 단축키 같이 턱 밑 버튼으로 배치한 거예요."

 보통 사람은 아코디언과 반도네온을 헷갈려 한다. 두 악기의 생김새에 대한 차이점을 아는 사람도 반도네온은 주로 애상적이고 아련한 소리를 내는 반면 아코디언은 주로 밝고 쾌활한 음색을 낸다고 여긴다.

 전유정은 이말을 듣자마자 클래식 아코디언으로 아련한 음색을 단숨에 뽑아낸다. "클래식 아코디언이 낼 수 있는 음색은 무궁무진해요"라며 씨익 웃었다.

 스카를라티 피아노 소나타, 갈리아노 아코디언 협주곡,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과 피아노 협주곡 23번 등은 그녀가 애정하는 곡들로 클래식 아코디언의 매력들 배가시킨다.  

 전유정이 아코디언을 접한 건 중학교 3학년 겨울. 음악을 좋아하는 건축사 아버지가 아마추어 요들 앙상블 팀에 속해 있었는데, 자신의 팀에 아코디언이 포함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악기를 사오면서 그녀와 인연이 시작됐다.  

associate_pic2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아코디어니스트 전유정이 20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2.22  [email protected]
 피아노를 쳐왔던 전유정은 이 악기를 운명처럼 단숨에 연주했고 이듬해 바로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국립영재음악원, 우파국립음대를 거쳐, 그네신국립음대에 진학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현재 동 학교에서 석사과정을 수학 중이다.

 그녀의 성장 속도는 놀라웠다. 아코디언을 시작한 지 불과 11개월만에 이탈리아 란차노 국제 아코디언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쿠레프레바 콩쿠르, 2010년 클라바 콩쿠르, 2011년 발티도네 콩쿠르를 석권하며 이름을 날렸다.

 아코디어니스트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건 러시아로 유학을 떠난 첫해인 고 1때. 러시아의 젊은 아코디어니스트가 연주하는 공연장을 찾았는데 그보다 자신이 더 잘 연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을 품고 나서다.

 이후 숙소로 돌아와 '5년 계획'을 세웠다. 1년 차 러시아 국내 콩쿠르 입상, 2년 차 독주 연주회, 3년 차 국제 콩쿠르 입상, 4년차 국제 콩쿠르 우승, 5년 차 오케스트라와 협연. 그녀는 이 계획을 4년 안에 달성하며 급부상했고 아코디언 자체를 사랑하게 됐다.

 어린 나이에 러시아에서 홀로 지냈으면 외로울 법도 했을 텐데 특유의 긍정 에너지로 오히려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우울증을 앓았던 현지 교수도 그녀로 인해 극복했을 정도다.

associate_pic2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아코디어니스트 전유정이 20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2.22  [email protected]
 전유정이 힘들어한 시기는 프로 공연을 하기 시작하면서다. 학부 졸업 당시인 2009년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아코디언이라는 악기에 대한 척박한 한국의 음악 환경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클래식 아코디언 공연에 대한 선례가 없으니 힘들더라고요, 클래식 연주를 들으러 오셔서 아코디언을 들고 있으니 '목포의 눈물'이나 팝송을 연주해봐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물론 좋은 곡들이지만 클래식 공연이니 당황스러웠죠. 어려운 곡을 연주하면 재미없어 하시고. 그러다 보니 위축이 되고 한국에서는 필요 없는 연주인가라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오는 23일 금호아트홀에서 펼치는 그녀의 콘서트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한국인 아코디어니스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막판까지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선곡을 위해 고심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코디언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어요. '아코디언 소리가 이렇게 다양하구나'라고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으면 하죠. 제가 사랑해서 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결정한 아코디언을 다른 분들도 인정해주시고 그 소리를 아껴 들어주셨으면 해요."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전유정 "클래식 아코디언 음색 무궁무진..편견 벗어났으면"

기사등록 2017/02/22 12:38:57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