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안호균 기자 = 트럼프 행정부의 '강달러 누르기'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우리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1158.1원)보다 6.1원 내린 1152.0원으로 출발했다. 전날 4.0원 내린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세다. 오전 10시35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5.8원 내린 1152.3원에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며 지난해 말 한때 1210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잇단 구두개입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제약회사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며 "이들은 평가절하를 통해 시장을 농락했고, 우리는 얼간이들처럼 이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취임 직전 "달러화 강세가 과도하다. 달러 강세로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경쟁을 못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두번째 구두개입성 발언이다.
트럼프와 함께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도 독일과 유럽연합의 환율 정책을 정면 비판하면서 달러화는 가치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문제는 위안, 유로, 엔 등 다른 주요 통화와 비교해 원화의 절상폭이 크다는 점이다.
이달 초(9일) 175원을 넘어섰던 원·위안 환율은 최근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위안 환율은 전일(169.42) 대비 0.85원 내린 168.57원에 거래되고 있다.
우리 수출 경쟁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18원으로 4.93원 떨어져 이틀 연속 하락 출발했다. 원·유로 환율도 전일 8.42원 하락한 1240.01원에 출발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이후 아시아 증시 중 유일하게 한국 증시에는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어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들의 외환시장 개입을 억제하고 있는 점도 환율 방어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화 강세 기조가 지속될 경우 1월 11.2% 증가하며 '깜짝 반등'했던 수출이 다시 움츠러들 우려가 있다.
1월 실적이 반도체 업황 호조에 크게 기대고 있는 만큼 수출 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그동안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가장 큰 원인은 원·엔환율의 하락"이라며 "엔화 대비 원화가 강세가 되면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환율조작국' 지정 등을 통해 통화 절상 압박에 나설 위험도 큰 상황이다.
미국 재무부는 현재 우리나라와 독일, 일본, 중국, 대만, 스위스 등 6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환율조작국(심층분석 대상국) 지정 요건은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200억 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흑자(국내총생산 대비 3% 초과) ▲외환시장 개입 등인데 우리나라는 이 중 무역흑자와 경상흑자 2가지에 해당한다.
우리나라가 올해 4월 미국 재무부 발표에서 3가지 요건을 다 충족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을 변경해 압박을 가해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 교수는 "트럼프가 언급한 국가 중 독일은 유로화를 쓰기 때문에 통화 절상이 힘들고 일본은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의 맹방이라 결국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가장 큰 중국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은 1980년대 대일 무역적자가 클때도 일본과 함께 한국을 끌어들인적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안심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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