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필로폰 투약 후 모텔에 불을 지르고 칼부림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가 법원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상윤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과 현주건조물방화, 특수폭행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51)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10만원을 명령했다고 6일 밝혔다.
다만 기소 당시 검찰이 적용했던 '현주건조물방화죄' 대신 '현존건조물방화죄'로 인정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10일 메트암페타민 0.03g을 일회용 주사기로 투약한 후 환각 상태에서 이튿날 오전 8시10분께 투숙 중인 서울 성동구 도선동의 모텔 방에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투숙객 10명 가량이 묵고있던 모텔에 불이 번져 2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방화 후 도주 과정에서 모텔 업주의 동생 임모(50)씨가 앞을 가로막았다는 이유로 휴대용 접이식칼 2개를 휘두르고 이에 놀라 넘어진 임씨를 밟아 전치 3개월의 상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
재판 쟁점은 이씨가 모텔에 불을 지르고 임씨에게 칼을 휘둘러 다치게 할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는지, 칼 소지 경위와 임씨의 상해에 대한 연관성 여부였다.
이씨는 배심원들로부터 선처를 받을 요량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법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형법상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피고인은 형을 감경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측 변호인은 "이씨가 필로폰 투약후 누군가 자신을 해하려 한다는 환상에 시달리던 중 수건에 불을 붙이다 모텔로 옮겨붙은 것"이라면서 "이씨가 일부러 모텔에 불을 질렀다는 증거가 없고 불을 낼 이유도 없다. 이씨 자신이 방화할 것이라 예견하면서 필로폰을 투약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수폭행치상 혐의 부분은 전면 부인했다. 이씨측 변호인은 "불이 난 모텔에서 탈출하려고 환기구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칼을 썼고 이 칼을 떨어뜨릴까봐 테이프로 양손에 감았던 것일 뿐이다. 테이프를 제거하지 못한 채 모텔 방 문을 열어준 임씨를 지나쳐 뛰쳐 나가던 중 임씨 스스로 넘어져 다쳤다"며 "당시 칼을 휘둘러 해코지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을 뿐더러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으므로 형을 감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칼이 떨어질 것 같아 테이프로 감았다는 증언은 상식적으로 이해 불가한 변명이며 칼을 가지고 나와 버렸다는 것은 칼을 이용한 범행 상황을 감추기 위한 본능적 행동"이라면서 "이씨와 합의할 생각이 없는 피해자가 금전을 목적으로 자신의 피해를 거짓 증언을 이유가 없다. 물론 이씨는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검찰은 특히 "필로폰 투약을 심신미약으로 간주해 형을 경감한다면 필로폰 투약 범행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거듭 밝히며 징역 5년과 추징금 10만원을 구형했다.
이씨는 검찰 구형후 최후진술에서 깊은 한숨을 수 차례 내쉬고는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할 때 속으로 많이 망설였다. 부끄러워 많은 사람 앞에서 재판을 받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제 소리를 들어주는 변호인과 가족이 있었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피해자들에게 미안함을 갖고 있다. 많이 뉘우치고 있다. 형은 크게 중요치 않다. 화재 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나 자신을 새롭게 변화하는 계기가 됐다. 남은 삶을 가장으로서 자식으로서 책임을 다하며 모범되게 살겠다. 마약도 끊겠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아내는 "약 2년 전 마약 후 자수하고는 8개월 실형을 살고 나온 적이 있지만 착실한 남편이었고 아빠였다. 만 4세 다운증후군 아들을 홀로 키우는 것은 힘들다"는 탄원서를 내 선처를 호소했다.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놨다.
7명의 배심원 중 4명이 심신 미약을 인정했으나, 이들 역시 형 감경을 고려하지 않고 양형기준상 권고 형량(징역 3년 이상)의 범위에서 형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배심원 5명은 징역 3년6개월을, 나머지 2명은 징역 3년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현존건조물방화와 특수폭행치상 범행 당시 필로폰 투여 영향으로 환청, 망상 등 정신병적 증상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과거 필로폰 투약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다 이로 인해 환각 상태에 빠져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자신이 필로폰 투약시 환각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재산이나 신체를 해하는 등 추가 범행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했거나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을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mail protected]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상윤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과 현주건조물방화, 특수폭행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51)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10만원을 명령했다고 6일 밝혔다.
다만 기소 당시 검찰이 적용했던 '현주건조물방화죄' 대신 '현존건조물방화죄'로 인정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10일 메트암페타민 0.03g을 일회용 주사기로 투약한 후 환각 상태에서 이튿날 오전 8시10분께 투숙 중인 서울 성동구 도선동의 모텔 방에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투숙객 10명 가량이 묵고있던 모텔에 불이 번져 2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방화 후 도주 과정에서 모텔 업주의 동생 임모(50)씨가 앞을 가로막았다는 이유로 휴대용 접이식칼 2개를 휘두르고 이에 놀라 넘어진 임씨를 밟아 전치 3개월의 상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
재판 쟁점은 이씨가 모텔에 불을 지르고 임씨에게 칼을 휘둘러 다치게 할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는지, 칼 소지 경위와 임씨의 상해에 대한 연관성 여부였다.
이씨는 배심원들로부터 선처를 받을 요량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법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형법상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피고인은 형을 감경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측 변호인은 "이씨가 필로폰 투약후 누군가 자신을 해하려 한다는 환상에 시달리던 중 수건에 불을 붙이다 모텔로 옮겨붙은 것"이라면서 "이씨가 일부러 모텔에 불을 질렀다는 증거가 없고 불을 낼 이유도 없다. 이씨 자신이 방화할 것이라 예견하면서 필로폰을 투약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수폭행치상 혐의 부분은 전면 부인했다. 이씨측 변호인은 "불이 난 모텔에서 탈출하려고 환기구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칼을 썼고 이 칼을 떨어뜨릴까봐 테이프로 양손에 감았던 것일 뿐이다. 테이프를 제거하지 못한 채 모텔 방 문을 열어준 임씨를 지나쳐 뛰쳐 나가던 중 임씨 스스로 넘어져 다쳤다"며 "당시 칼을 휘둘러 해코지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을 뿐더러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으므로 형을 감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칼이 떨어질 것 같아 테이프로 감았다는 증언은 상식적으로 이해 불가한 변명이며 칼을 가지고 나와 버렸다는 것은 칼을 이용한 범행 상황을 감추기 위한 본능적 행동"이라면서 "이씨와 합의할 생각이 없는 피해자가 금전을 목적으로 자신의 피해를 거짓 증언을 이유가 없다. 물론 이씨는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검찰은 특히 "필로폰 투약을 심신미약으로 간주해 형을 경감한다면 필로폰 투약 범행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거듭 밝히며 징역 5년과 추징금 10만원을 구형했다.
이씨는 검찰 구형후 최후진술에서 깊은 한숨을 수 차례 내쉬고는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할 때 속으로 많이 망설였다. 부끄러워 많은 사람 앞에서 재판을 받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제 소리를 들어주는 변호인과 가족이 있었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피해자들에게 미안함을 갖고 있다. 많이 뉘우치고 있다. 형은 크게 중요치 않다. 화재 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나 자신을 새롭게 변화하는 계기가 됐다. 남은 삶을 가장으로서 자식으로서 책임을 다하며 모범되게 살겠다. 마약도 끊겠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아내는 "약 2년 전 마약 후 자수하고는 8개월 실형을 살고 나온 적이 있지만 착실한 남편이었고 아빠였다. 만 4세 다운증후군 아들을 홀로 키우는 것은 힘들다"는 탄원서를 내 선처를 호소했다.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놨다.
7명의 배심원 중 4명이 심신 미약을 인정했으나, 이들 역시 형 감경을 고려하지 않고 양형기준상 권고 형량(징역 3년 이상)의 범위에서 형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배심원 5명은 징역 3년6개월을, 나머지 2명은 징역 3년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현존건조물방화와 특수폭행치상 범행 당시 필로폰 투여 영향으로 환청, 망상 등 정신병적 증상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과거 필로폰 투약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다 이로 인해 환각 상태에 빠져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자신이 필로폰 투약시 환각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재산이나 신체를 해하는 등 추가 범행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했거나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을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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