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서 反이슬람 총기 난사…트뤼도 '이민 개방' 시험대

기사등록 2017/01/31 10:52:06

【핼리팩스=AP/뉴시스】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 30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이슬람 사원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17.1.31.
【핼리팩스=AP/뉴시스】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 30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이슬람 사원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17.1.31.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캐나다에서 이슬람 사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동안 난민 포용에 앞장서 온 캐나다조차 반 이민 정서에 휩싸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캐나다에서도 무슬림을 표적으로 한 증오 범죄가 계속 증가세를 탔지만 이슬람 사원에서 대형 총기 사건이 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기 난사 자체가 캐나다에서는 드문 일이다.

 30일(현지시간) CBC방송,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전날 퀘벡 시 이슬람 사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용의자 알렉산드르 비소네트(27)는 평소 소셜미디어 상으로 '반 이민, 반 무슬림' 견해를 드러내 왔다.

 시민 단체 '난민을 환영합니다'는 지역 활동가들 사이에서 비소네트가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NF)의 마린 르펜 대표를 추종하는 대학생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비소네트는 퀘벡 시 출신의 프랑스계 캐나다인으로 라발 대학에서 정치학과 인류학을 전공 중이다. 그는 페이스북으로 르펜 대표등 극우 인사들의 계정을 다수 팔로우해 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무슬림에 대한 테러 공격을 규탄한다"며 "다양성이야말로 우리의 강점이며 종교적 포용력은 우리 캐나다인들이 추구하는 소중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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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캐나다 이슬람 사원 총격 용의자인 알렉산드르 비소네트(27)가 30일(현지시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비소네트는 퀘벡 시 캡 루주 출신의 프랑스계 캐나다인으로 라발 대학에 재학 중이라고 알려졌다. <출처: 페이스북> 2017.1.31.
 트뤼도 총리는 "무슬림 캐나다인 역시 우시 사회 구조의 중요한 일부"라며 "이 같은 분별 없는 테러 행위는 우리 공동체와, 도시 국가 안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 난민, 반 이슬람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해 눈길을 끈다. 트럼프는 지난주말 시리아 등 7개 이슬람국가 출신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캐나다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난민 포용에 앞장서 왔다. 지난 2015년 트뤼도 총리 취임 이후로는 캐나다에 시리아 난민 3만9000명이 정착했다. 적극적인 난민수용, 이민 증진 정책을 펼친 결과다.

 트뤼도 총리가 직접 공항에 나가 막 캐나다에 입국한 시리아 난민 소녀에게 방한복을 입혀주는가 하면, 어린이 합창단이 이슬람 전통 노래를 부르며 난민들을 환영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캐나다에서도 급진 이슬람 세력의 테러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국가(IS)의 테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캐나다 역시 2014년 연쇄 총격 등 IS 추종자의 범죄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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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AP/뉴시스】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왼쪽)가 11일(현지시간)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서 막 도착한 시리아 난민 소녀 실비에게 따뜻한 방한용 점퍼를 직접 입혀 주고 있다 . 2015.12.14
 미국만큼 빈번하진 않지만 캐나다에서도 반 이슬람 정서가 퍼지고 있다. 전국캐나다무슬림위원회(NCCM)는 지난해 무슬림 사원 12곳 이상이 훼손되는 등 이슬람을 겨냥한 증오범죄가 증가세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이슬람 사원은 작년 6월에도 증오 범죄가 발생한 곳이다. 당시 누군가 사원 입구에 잘린 돼지 머리를 버리고 가 신도들을 경악케 했다. 돼지는 무슬림이 금기시하는 동물이다.

 모스크 훼손 범죄가 잇달긴 했지만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진 캐나다에서 반 이슬람 정서로 인한 살인이 발생한 사례는 없었다. 총기 난사 자체도 작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캐나다에선 총기 소유가 불법이다.

 퀘벡 시 이슬람 문화 센터의 모하메드 라비디 부회장은 캐나다에서도 '이슬람포비아'(이슬람 혐오)가 자라나고 있다며 언론이 이 같은 현상을 일부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비디 부회장은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에서 (테러라는) 비극이 발생했고, 언론은 '무슬림'이라는 단어만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며 무분별하게 이슬람 혐오를 자극하는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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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7/01/31 10:52:06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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