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NBC 러 해킹 관련 정보기관 보고서 입수에 의문 제기
【서울=뉴시스】권성근 기자 = 미국 정보기관들이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민주당 해킹 이메일을 제공한 러시아인들의 ID를 확인했다고 NBC뉴스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보기관 소속 고위관리 2명은 이날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해킹은 민주당전국위원회(DNC) 뿐만 아니라 백악관, 합동참모본부, 국무부, 미국 기업 등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들 관리는 "일부 해킹은 성공적이었으며 일부는 실패로 끝났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NBC가 어떻게 일급 비밀의 그(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건네진 (러시아 해킹) 보고서 내용을 확보했는지 모르겠다"라며 "누가 무슨 이유로 NBC에게 보고서를 흘렸나. 정치적인 동기가 있다"고 전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러시아 고위관리들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뒤 서로 축하하며 환호했다고 미 정보기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정보기관들에 의하면 트럼프 당선인 승리에 축배를 든 러시아 고위관리 중에는 러시아가 해킹을 통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인물들도 포함됐다며, 이는 러시아가 트럼프의 백악관 행을 도우려고 했다는 점을 명백히 드러낸다고 WP는 전했다.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DNI)은 5일 러시아가 미국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해킹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미 정보기관들은 또 해킹을 통해 훔친 DNC와 힐러리 클린턴 캠프 인사들의 이메일을 위키리크스에 넘긴 자들이 누군지 신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러시아 정보기관이 민주당과 공화당 선거운동 네트워크에 저장된 민감한 정보를 탈취하려고 했던 정황도 포착됐다고 WP은 전했다. 미 정보기관들이 조사를 통해 획득한 이런 민감한 정보들은 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6일에는 트럼프 당선인에게도 보고될 예정이다.
클래퍼 국장과 존 브레넌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직접 트럼프에게 보고할 예정인 가운데 트럼프가 그동안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정보기관들이 보고를 하는 동안 긴장감이 감돌 것으로 추정된다고 WP는 보도했다.
익명의 미국 관리는 "러시아인들은 지난 11월8일(미 대선)에 일어났던 일과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보기관 관리들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매우 신뢰할만한 증거를 제시한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클래퍼 국장과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이 발표했던 성명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는 내용이라고 진단했다.
당시 클래퍼 국장과 존슨 장관은 러시아 해킹의 배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고위관리들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분량이 더 짧고 기밀은 빠져 있는 보고서를 다음주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발표에도 여전히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또 지난 4일 트위터에서 러시아 배후설을 일축한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를 편들었다는 비판에 대해 단지 그의 말을 인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오바마는 러시아 해킹 관련 미 정보기관 보고서를 매우 신뢰한다면서 트럼프가 러시아 해킹을 부정한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오바마는 "트럼프가 별도로 보고를 받을 때 정보기관들이 얼마나 프로 근성이 강하고 효율적인 집단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트럼프와 정보기관 간에 형성된 긴장 관계는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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