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 문태국 "첼로는 남자 형제같은 존재"

기사등록 2016/12/12 14:19:39

최종수정 2016/12/28 18:03:25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017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첼리스트 문태국이 12일 오전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 2016.12.12.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017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첼리스트 문태국이 12일 오전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 2016.12.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제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기 보다는, 첼로 그리고 첼로 곡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다양성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차세대 첼리스트 문태국(22)이 '2017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됐다. 내년 1월12일 신년음악회를 시작으로 총 5차례 금호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문태국은 12일 오전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상주음악가 선정 기념 간담회에서 "관객들이 일상에서 가끔, 잠시만이라도 오셔서 아름다운 음악도 듣고 같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문태국은 2004년 금호영재 독주회로 데뷔했다. 2014년 만 20세에, 세계적인 첼리스트 배출의 산실인 파블로 카잘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하며 블루칩으로 급부상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에 비해 수상 소식이 드물던 첼로 부문 우승으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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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017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첼리스트 문태국이 12일 오전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12.12.  [email protected]
 클라리넷을 좋아한 아버지와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본래 피아노부터 시작했는데 아버지의 권유로 4세부터 첼로를 켜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트리오 구성으로 가족끼리 연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셨거든요. 제가 피아노 하면 이미 피아노를 치시는 어머니가 계시니까, 없는 첼로를 하면 좋겠다 하셨어요. 하하. 피아니스트의 꿈은 잠시… 아직까지도 접어두고 있어요."  

 첼로를 선택한 것에 대해 "가면 갈수록 만족하는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첼로는 일단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흡사한 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잖아요. 소리뿐만 아니라 악기 자체의 분위기가 중후하고 따뜻하고…. 그런 점이 저는 좋은 것 같아요. 기교 면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면 바이올린 못지 않은 기교의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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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017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첼리스트 문태국이 12일 오전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 2016.12.12.  [email protected]
 현재 삼성문화재단의 후원으로 밀란 1697년산 지오반니 그란치노를 사용하고 있다. 외동 아들인 문태국은 이 첼로가 "정말 형제 같은 느낌"이라고 미소지었다. "말 안 듣는 동생 같기도 하고, 믿음직스럽고 언제든 기댈 수 있는 형 같기도 하고… 형제 같은 느낌을 가지고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남자형제 같은 존재입니다."

 첼리스트로서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에 대해 묻자 "이 나이에 이런 말씀 드리면 가소롭게 들릴 수 있지만 모든 일 사건 하나하나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 우승과 관련 전략을 물어도 "굳이 '어떻게 연주해야 어떤 결과가 나온다'는 기대보다 자신의 음악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을 한다"고만 답했다.

 문태국은 최근 '야노스 슈타커 상’의 수상자로 선정, 차세대 첼리스트임을 다시 증명했다. 야노스 슈타커(1914~2003)는 피티아고르스키, 로스트로포비치와 함께 20세를 대표한 3대 거장 첼리스트 중 한 명이다. 유가족은 고인의 뜻을 기리며 '야노스 슈타커 재단'을 설립했고, 30세 미만의 전도유망한 첼리스트를 지원하기 위해 '야노스 슈타커 상'을 제정했다. 문태국은 이 상의 제1회 수상자로 장학금 2만5000달러(약 2934만원)을 받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커리어 지원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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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017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첼리스트 문태국이 12일 오전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 2016.12.12.  [email protected]
 "내년 미국에서 일단 3월 5일에 독주회가 있습니다. 미국에선 아직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으로 남아있어요. 한국에 들어오면 전문 연주자의 소망을 가지고 열심히 연습하고 연주도 준비하고 하는데, 미국에 있을 때는 친구들과 많이 놀러 다니고, 땡땡이 칠 때도 많고, 여느 학생과 다르지 않습니다. 수업도 빠지고. 레슨요? 레슨은 빠지면 안되죠. 하하."

 문태국은 신년 연주회 이후 프로코피예프,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을 들려주는 러시안 첼로(4월20일), 절친한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과 함께 하는 '첼로 & 바이올린 듀오'(4월20일), 이미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활동한 선우예권·조진주과 함께 하는 피아노 트리오(10월12일), '첼로의 구약성서'로 통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11월16일) 등을 들려준다.

 나이를 의심할 만큼 농익은 연주와 대담한 표현력이 기대된다. 또래보다 성숙한 문태국은 최근 8세 연상의 피아니스트 노예진(30)과 웨딩 마치를 울리기도 했다. "결혼 이후 연주 생활이 많이 바뀌었다기보다는, 서로 연주가 있으면 잘 알다 보니까 잘 챙겨주고 훨씬 부담감이 덜한 거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노예진은 내년 4월 피아노를 맡아 문태국과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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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017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첼리스트 문태국이 12일 오전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 2016.12.12.  [email protected]
 큰 잠재력을 지닌 문태국은 마국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자신이 사사한 첼리스트인 로렌스 레서를 닮고 싶은 음악가로 뽑았다. 프랑스 태생의 세계적인 중국계 첼리스트 요요마 연주를 좋아하며, 영국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 연주도 많이 찾아 듣는다고 했다. 요즘 빠져 있는 연주자는 프랑스 출신 스타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이다. 클래식 외 음악도 찾아 듣는다. 20세기 미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가수 프랑크 시나트라,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 재즈 피아노 앨범을 최근 구매했다고 했다.

 무대 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달리 평상시에 '동네 청년' 같은 인상으로 팬들에게 환심을 사고 있기도 하다. 음악칼럼니스트 노승림은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공연에서 관객으로 만났는데 후드티에 운동화에 트레이닝 차림으로 왔다"며 "첼로만 손에 쥐면 접신을 한 것처럼 변신하는 두 얼굴의 아티스트"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 전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 중 2악장과 멘델스존 '무언가'로 우수에 찬 연주를 들려줬던 문태국은 마지막에 다시 열정에 찬 학생으로 돌아왔다. "지난 5월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학사 마치고 석사과정으로 하러 다시 유학을 가려고 해요. 개인적으로는 유럽 쪽으로 가서 배우고 싶은 선생님 밑에서 정말 가고 싶었던 학교에서 공부를 잘 마치는 게 가장 큰 목표죠. 계속 좋은 모습 좋은 연주 들려드리는 게 평생 가지고 가야 할 목표인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한편,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근래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 부문에 젊은 스타 음악가가 상당수 활동하는 것에 반해, 첼로부문은 상대적으로 부재했다"며 "문태국은 이런 아쉬움을 단번에 떨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타고난 재능과 숨길 수 없는 열정을 품고있어 우리 음악계의 영역을 확장하고 풍성하게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제도는 젊은 연주자가 음악작업에 집중하고, 보다 깊은 예술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발판을 위해 마련됐다. 2013년 출발, 피아니스트 김다솔·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조진주를 소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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