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우리나라는 도로 11만 ㎞로 세계 최고의 도로비율을 자랑한다. 자동차는 2000만대에 달한다. 이 도로에서는 한해 30만 마리(한국로드킬예방협회 추정)의 야생동물이 비명횡사한다.
이는 도로건설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자동차의 증가 및 과속, 산림과 녹지 훼손 때문이다. 길 위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가는 동물들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소홀히 하는 게 사실이다.
관계 기관들은 로드킬 방지를 위해 가드레일을 높이거나 철조망을 설치하는 정도다. 현재 가장 좋은 대안 중 하나는 ‘생태통로’ 확충이다.
생태통로란 도로나 댐 등의 건설로 야생동물이 서식지를 잃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야생동물이 지나는 길을 인공적으로 만든 공간을 말한다. 개발된 도로 위에 터널이나 육교 등을 설치하면 야생 동물들의 이동이 쉬워지고 서식지가 넓어져 활동이 자유로워진다. 천적이나 대형 교란에서 피난처 역할도 한다. 미국 등 선진국은 도로개설 시 생태통로 건설을 의무화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조성된 생태통로는 모두 450여개다. 생태계의 연결성 회복을 위해 1998년 시암재 생태 통로를 시작으로 양적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그러나 설치와 관리기관이 다르고 다른 업무보다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져 관리실태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생태통로 기능 50%에 불과
국립생태원의 우동걸 박사팀이 2014년 전국 415개 생태 통로에 대한 유형 분류를 한 결과 육교형 210개 중 일반형이 150개, 도시형이 48개, 풍수적 연결 및 개착식 터널이 12개였다. 터널형 188개는 일반(전용)이 55개였고, 기존 수로에 이동 턱이나 이동 선반을 설치한 사례와 유도 울타리만 설치된 경우가 133개로 나타났다.
특히 양서파충류용 생태통로 17개 중 일 반형이 10개, 기존 파이프형 수로가 7개였다. 육교형 중 도시형 48개, 터널형 중 겸용시설 133개, 양서파충류용 생태통로 중 7개는 생태통로의 기능이 부적합했다. 온전한 생태통로 기능을 한 곳은 227개로 절반에 불과했다.
포유류의 생태통로 하루 이용 빈도는 육교형이 1.6회, 터널형이 0.5회였다. 생태통로의 산림연결면적이 클수록 포유류의 이용이 높았다. 종별로는 다람쥐와 담비는 낮, 고라니와 멧돼지, 노루, 오소리, 너구리는 야간에 생태통로를 횡단했다.
터널형보다 육교형에서 이동 종다양성과 개체수가 많았고, 수목의 피도와 울폐도가 높을수록 서식지처의 복잡성 증가로 이동 종다양성과 개체수가 많았다. 전국 대상 파편화 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강원과 경북의 산림 연결성이 양호했다. 반면 충남과 전남, 경기 일대 산림은 파편화에 취약했다.
우 박사 팀은 “대부분의 육교형 생태통로는 조경수 위주의 식재로 지역의 생태계와 이질적으로 조성됐으며 1~2층의 단층구조 형성도 있어 외부교란에 매우 취약하다”며 “또 생태통로 조성 시 토양은 가능한 인근 산림토양을 활용하고 조성 후에는 수목의 생육관리와 토양 내 매토종자에 의한 외래종 침입 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로드킬 저감을 위해서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을 파악해 종별 특성에 맞는 생태통로나 펜스설치, 도로 우회 등의 적절한 저감방안이 필요하다”며 “수집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으니 로드킬 저감방안도 매년 운전자의 주의 촉구, 단순한 생태통로 설치 등에 그치는 것”이라며 야생동물 보호 관련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전수조사 등을 벌여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로드킬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생태통로 조경도 멋대로
육교형 생태통로에 식재된 수종은 야생동물이 이동하는 데 있어 은신처역할이나 이동 시 거부감이 없도록 주변식생과 유사하게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생태통로를 조성하면서 주변 식생의 종조성이나 층구조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한 조경수종 위주의 식재가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우 박사 팀에 따르면 2001년 만들어진 문경 시의 경우 스트로브잣나무로만 교목층이 조성됐으며 지금은 수관층의 95%를 차지하고 있어 천이가 진행되지 못하고 하층의 종조성도 빈약한 상태다. 강릉의 삽당령 생태통로도 스트로브잣나무와 루브라참나무가 높은 비율을 차지고 있다. 다른 생태통로 지역에서도 자작나무, 산딸나무, 오리나무 등 대부분이 조경 수종으로 구성돼 있어 주변 산림 식생과 유사도가 매우 낮다.
2005년에 조성된 봉화의 경우는 생태통로 조성 후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천이 초기종인 싸리가 관목층을 자리 잡고 있으며 일부 아까시나무가 침입, 교목층에 분포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생태통로를 조성하기 전 주변 식생구조와 종조성을 파악하고 산림식생과 유사한 종조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우 박사 팀은 지적했다.
한편 현재 자연환경 보전법에 따르면 생태통로를 설치하거나 관리하는 자는 생태통로가 적정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주기 및 방법에 따라 조사를 해야 한다. 또 자연환경 보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생태통로 조성 후 3년 동안은 계절별 1회 이상의 현장조사, 계절별 1개월 이상 감시 장비를 이용한 조사를 해야 한다.
3년 이후에는 연 1회 이상 현장조사, 연 1개월 이상 감시 장비를 작동시켜 조사해야 한다. 조사 항목은 생태통로 주변 지역에서 서식하는 야생동식물 현황, 생태통로를 이용하는 야생동물의 종 및 종별 이용 빈도, 생태통로 주변 도로에서의 야생동물 사고 현황, 생태통로 주변 지역의 탐방객 출입 현황 및 밀렵 도구 등 설치 현황, 생태통로 유도 울타리 등 생태통로 부대시설의 관리 현황 등이다.
우 박사 팀은 “생태통로 관리기관은 생태통로 설치와 관리 지침에 명시된 관리대장 양식에 맞춰 조사결과를 작성해야 한다. 또 생태통로 등급제 도입을 통해 전용 생태통로와 도로 하부구조물, 동물이동이 주목적이 아닌 주민 이용 목적의 신도시·혁신도시 일대에 설치된 생태통로 대해서는 관리 및 모니터링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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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도로건설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자동차의 증가 및 과속, 산림과 녹지 훼손 때문이다. 길 위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가는 동물들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소홀히 하는 게 사실이다.
관계 기관들은 로드킬 방지를 위해 가드레일을 높이거나 철조망을 설치하는 정도다. 현재 가장 좋은 대안 중 하나는 ‘생태통로’ 확충이다.
생태통로란 도로나 댐 등의 건설로 야생동물이 서식지를 잃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야생동물이 지나는 길을 인공적으로 만든 공간을 말한다. 개발된 도로 위에 터널이나 육교 등을 설치하면 야생 동물들의 이동이 쉬워지고 서식지가 넓어져 활동이 자유로워진다. 천적이나 대형 교란에서 피난처 역할도 한다. 미국 등 선진국은 도로개설 시 생태통로 건설을 의무화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조성된 생태통로는 모두 450여개다. 생태계의 연결성 회복을 위해 1998년 시암재 생태 통로를 시작으로 양적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그러나 설치와 관리기관이 다르고 다른 업무보다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져 관리실태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생태통로 기능 50%에 불과
국립생태원의 우동걸 박사팀이 2014년 전국 415개 생태 통로에 대한 유형 분류를 한 결과 육교형 210개 중 일반형이 150개, 도시형이 48개, 풍수적 연결 및 개착식 터널이 12개였다. 터널형 188개는 일반(전용)이 55개였고, 기존 수로에 이동 턱이나 이동 선반을 설치한 사례와 유도 울타리만 설치된 경우가 133개로 나타났다.
특히 양서파충류용 생태통로 17개 중 일 반형이 10개, 기존 파이프형 수로가 7개였다. 육교형 중 도시형 48개, 터널형 중 겸용시설 133개, 양서파충류용 생태통로 중 7개는 생태통로의 기능이 부적합했다. 온전한 생태통로 기능을 한 곳은 227개로 절반에 불과했다.
포유류의 생태통로 하루 이용 빈도는 육교형이 1.6회, 터널형이 0.5회였다. 생태통로의 산림연결면적이 클수록 포유류의 이용이 높았다. 종별로는 다람쥐와 담비는 낮, 고라니와 멧돼지, 노루, 오소리, 너구리는 야간에 생태통로를 횡단했다.
터널형보다 육교형에서 이동 종다양성과 개체수가 많았고, 수목의 피도와 울폐도가 높을수록 서식지처의 복잡성 증가로 이동 종다양성과 개체수가 많았다. 전국 대상 파편화 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강원과 경북의 산림 연결성이 양호했다. 반면 충남과 전남, 경기 일대 산림은 파편화에 취약했다.
우 박사 팀은 “대부분의 육교형 생태통로는 조경수 위주의 식재로 지역의 생태계와 이질적으로 조성됐으며 1~2층의 단층구조 형성도 있어 외부교란에 매우 취약하다”며 “또 생태통로 조성 시 토양은 가능한 인근 산림토양을 활용하고 조성 후에는 수목의 생육관리와 토양 내 매토종자에 의한 외래종 침입 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로드킬 저감을 위해서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을 파악해 종별 특성에 맞는 생태통로나 펜스설치, 도로 우회 등의 적절한 저감방안이 필요하다”며 “수집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으니 로드킬 저감방안도 매년 운전자의 주의 촉구, 단순한 생태통로 설치 등에 그치는 것”이라며 야생동물 보호 관련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전수조사 등을 벌여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로드킬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생태통로 조경도 멋대로
육교형 생태통로에 식재된 수종은 야생동물이 이동하는 데 있어 은신처역할이나 이동 시 거부감이 없도록 주변식생과 유사하게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생태통로를 조성하면서 주변 식생의 종조성이나 층구조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한 조경수종 위주의 식재가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우 박사 팀에 따르면 2001년 만들어진 문경 시의 경우 스트로브잣나무로만 교목층이 조성됐으며 지금은 수관층의 95%를 차지하고 있어 천이가 진행되지 못하고 하층의 종조성도 빈약한 상태다. 강릉의 삽당령 생태통로도 스트로브잣나무와 루브라참나무가 높은 비율을 차지고 있다. 다른 생태통로 지역에서도 자작나무, 산딸나무, 오리나무 등 대부분이 조경 수종으로 구성돼 있어 주변 산림 식생과 유사도가 매우 낮다.
2005년에 조성된 봉화의 경우는 생태통로 조성 후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천이 초기종인 싸리가 관목층을 자리 잡고 있으며 일부 아까시나무가 침입, 교목층에 분포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생태통로를 조성하기 전 주변 식생구조와 종조성을 파악하고 산림식생과 유사한 종조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우 박사 팀은 지적했다.
한편 현재 자연환경 보전법에 따르면 생태통로를 설치하거나 관리하는 자는 생태통로가 적정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주기 및 방법에 따라 조사를 해야 한다. 또 자연환경 보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생태통로 조성 후 3년 동안은 계절별 1회 이상의 현장조사, 계절별 1개월 이상 감시 장비를 이용한 조사를 해야 한다.
3년 이후에는 연 1회 이상 현장조사, 연 1개월 이상 감시 장비를 작동시켜 조사해야 한다. 조사 항목은 생태통로 주변 지역에서 서식하는 야생동식물 현황, 생태통로를 이용하는 야생동물의 종 및 종별 이용 빈도, 생태통로 주변 도로에서의 야생동물 사고 현황, 생태통로 주변 지역의 탐방객 출입 현황 및 밀렵 도구 등 설치 현황, 생태통로 유도 울타리 등 생태통로 부대시설의 관리 현황 등이다.
우 박사 팀은 “생태통로 관리기관은 생태통로 설치와 관리 지침에 명시된 관리대장 양식에 맞춰 조사결과를 작성해야 한다. 또 생태통로 등급제 도입을 통해 전용 생태통로와 도로 하부구조물, 동물이동이 주목적이 아닌 주민 이용 목적의 신도시·혁신도시 일대에 설치된 생태통로 대해서는 관리 및 모니터링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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