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선 제 8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위원장
건축사 대표…2011년부터 영화제 참여 열정
올해 '건축-걷다' 아트하우스모모 20편 상영
"아시아 건축 중심된 '건축영화제' 창립 목표"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영화와 건축이요? 영화는 건축적이고, 건축은 영화적인 것 같아요. 다른 분야이기는 하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제 8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이하 서울건축영화제) 윤재선(50·팀일오삼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집행위원장은 영화와 건축의 관계에 대해 영화 '건축학 개론'을 예로 들었다.
"'건축학개론'을 보면서 영화가 건축하는 과정과 비슷하게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성적으로 큰 틀을 짠 뒤 그 안을 디테일한 감성으로 채워넣는 거죠.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요. 건축도 그래요. 이성과 감성이 잘 결합할 때 좋은 건축을 할 수 있거든요."
'건축학개론'을 연출한 이용주 감독은 윤 위원장과 함께 대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후배다.
윤 위원장이 처음부터 영화인이었던 건 아니다. 그는 연세대에서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미국으로 유학까지 다녀온 전문 건축사다.
건축사 대표…2011년부터 영화제 참여 열정
올해 '건축-걷다' 아트하우스모모 20편 상영
"아시아 건축 중심된 '건축영화제' 창립 목표"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영화와 건축이요? 영화는 건축적이고, 건축은 영화적인 것 같아요. 다른 분야이기는 하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제 8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이하 서울건축영화제) 윤재선(50·팀일오삼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집행위원장은 영화와 건축의 관계에 대해 영화 '건축학 개론'을 예로 들었다.
"'건축학개론'을 보면서 영화가 건축하는 과정과 비슷하게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성적으로 큰 틀을 짠 뒤 그 안을 디테일한 감성으로 채워넣는 거죠.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요. 건축도 그래요. 이성과 감성이 잘 결합할 때 좋은 건축을 할 수 있거든요."
'건축학개론'을 연출한 이용주 감독은 윤 위원장과 함께 대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후배다.
윤 위원장이 처음부터 영화인이었던 건 아니다. 그는 연세대에서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미국으로 유학까지 다녀온 전문 건축사다.
국내외 유명 건축사무소를 거쳐 현재는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고, 국내 유명 사립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대외적으로 영화인으로 더 유명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서울건축영화제 초대 집행위원장인 김형섭 전 위원장의 권유로 영화제에 발을 디뎠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위원장의 대학교 선배다. 윤 위원장은 3~4회 때 집행위원으로 활동했고, 5회 때부터는 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제 확대에 기여했다. 1회 4개국 6편의 영화로 시작한 영화제는 8회인 올해에는 윤 위원장 특유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점차 편수를 늘려 20여편까지 확대했다.
"그 형(김형섭 전 위원장)이랑 대학교 때 동아리를 만든 적이 있어요. 그때도 형이 만들고 저한테 맡겼죠. 영화제도 마찬가지예요. 이번에도 저한테 맡기고 도망간 거죠.(웃음)"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건축이 얼마나 사회를 효율적으로 기능하게 하는지, 인간의 지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지, 인간의 실존적 질문에 답을 해주며 행복하게 해주는지를 생각해보는 축제다.
윤 위원장은 어떤 일을 할 때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당위가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는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건축영화제의 당위성에 대해 고민했다. 몇 달 간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건축과 영화에 대한 책을 읽으며 공부해 영화제의 방향을 찾았다. "사람들이 건축을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영화를 통해 건축이 친숙해졌으면 했습니다. 물론 건축만큼 영화도 어렵지만요."
그는 건축이 모든 문화의 집적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건축이 사회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건축과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건축계에 몸 담고 있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 건축이라는 것, 그러니까 주(住)라는 건 아파트죠. 모든 건축이 아파트로 수렴하는 겁니다. 하지만 건축이 그런 건 아니거든요. 얼마나 큰 집에 살고, 어디에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죠. 우리 영화제의 영화들은 장인(匠人)의 예술일 수도 있고, 아주 간단한 건축물일 수도 있어요. 또 홈리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건축은 다양해요. 영화를 통해 건축의 다양성, 사회의 다양성을 알리고 싶습니다."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축사협회(회장 조충기)가 주최하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지난해 ‘세대공감의 건축’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영화 상영과 더불어 다채로운 이벤트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서울건축영화제 초대 집행위원장인 김형섭 전 위원장의 권유로 영화제에 발을 디뎠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위원장의 대학교 선배다. 윤 위원장은 3~4회 때 집행위원으로 활동했고, 5회 때부터는 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제 확대에 기여했다. 1회 4개국 6편의 영화로 시작한 영화제는 8회인 올해에는 윤 위원장 특유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점차 편수를 늘려 20여편까지 확대했다.
"그 형(김형섭 전 위원장)이랑 대학교 때 동아리를 만든 적이 있어요. 그때도 형이 만들고 저한테 맡겼죠. 영화제도 마찬가지예요. 이번에도 저한테 맡기고 도망간 거죠.(웃음)"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건축이 얼마나 사회를 효율적으로 기능하게 하는지, 인간의 지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지, 인간의 실존적 질문에 답을 해주며 행복하게 해주는지를 생각해보는 축제다.
윤 위원장은 어떤 일을 할 때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당위가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는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건축영화제의 당위성에 대해 고민했다. 몇 달 간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건축과 영화에 대한 책을 읽으며 공부해 영화제의 방향을 찾았다. "사람들이 건축을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영화를 통해 건축이 친숙해졌으면 했습니다. 물론 건축만큼 영화도 어렵지만요."
그는 건축이 모든 문화의 집적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건축이 사회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건축과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건축계에 몸 담고 있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 건축이라는 것, 그러니까 주(住)라는 건 아파트죠. 모든 건축이 아파트로 수렴하는 겁니다. 하지만 건축이 그런 건 아니거든요. 얼마나 큰 집에 살고, 어디에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죠. 우리 영화제의 영화들은 장인(匠人)의 예술일 수도 있고, 아주 간단한 건축물일 수도 있어요. 또 홈리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건축은 다양해요. 영화를 통해 건축의 다양성, 사회의 다양성을 알리고 싶습니다."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축사협회(회장 조충기)가 주최하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지난해 ‘세대공감의 건축’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영화 상영과 더불어 다채로운 이벤트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윤 위원장이 이를 위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은 '관객과의 만남'(GV)이다. 일반 영화제의 GV가 상영 후에 이뤄진다면, 서울건축영화제의 GV는 영화 상영 전 15~20분간 상영작에 대한 간단한 설명, 영화 속 건축과 건축사에 대한 간략한 해설을 곁들인다는 것이다. 상영 후에는 관객과 함께 영화와 건축에 대한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시간을 갖는다. 11개국 12개의 건축영화제가 있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갖춘 영화제는 서울건축영화제가 유일하다.
"제가 아는 교수, 건축사 등 업계 전문가들을 동원했어요. 건축학과 출신 영화감독도 데려왔고요. 처음에는 제가 부탁하니까 해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분들도 점차 재미를 느끼더라고요. 건축 전문가들이 언제 일반 관객과 대화를 나눠보겠어요. 전문가와 관객 양쪽 모두에게 시너지가 생기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윤 위원장은 서울건축영화제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고 있다. 당장에 예산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만, 당장 성과를 위해 탄탄한 뼈대를 만들지 못한 채 서두르기만 하는 건 건축사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큰 건물 하나 지으려면, 4~5년이 걸립니다. 추우면 작업 못하고, 비 와도 작업 못 하죠. 아무렇게나 할 수는 없는 거예요. 제가 건축사 일을 하면서 배운 건 인내심입니다. 영화제도 마찬가지죠. 장기적으로 보고 있어요."
그는 "아시아 건축이 중심이 된 건축영화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당장에 되는 일은 아닙니다. 아시아에는 건축영화, 건축다큐멘터리가 참 적어요.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 겁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아시아의 건축과 문화를 이야기하는 건축영화제를 만들고 싶습니다."
윤 위원장에게 영화인으로 불리는 느낌은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좋다"고 답했다.
"몇 해 전에 이용주 감독 결혼식에 갔는데, 수지씨가 왔어요. 식 끝나고 사진 찍는데, 영화인들 나오라고 하더라고요. 수지씨하고 같이 사진 찍고 싶어서 나가려고 했죠. 저도 영화인이기는 하잖아요.(웃음) 그런데 건축과 후배들이 절대 못 나가게 하더라고요.(웃음)"
제8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11월 17~22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건축_걷다'다.
[email protected]
"제가 아는 교수, 건축사 등 업계 전문가들을 동원했어요. 건축학과 출신 영화감독도 데려왔고요. 처음에는 제가 부탁하니까 해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분들도 점차 재미를 느끼더라고요. 건축 전문가들이 언제 일반 관객과 대화를 나눠보겠어요. 전문가와 관객 양쪽 모두에게 시너지가 생기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윤 위원장은 서울건축영화제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고 있다. 당장에 예산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만, 당장 성과를 위해 탄탄한 뼈대를 만들지 못한 채 서두르기만 하는 건 건축사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큰 건물 하나 지으려면, 4~5년이 걸립니다. 추우면 작업 못하고, 비 와도 작업 못 하죠. 아무렇게나 할 수는 없는 거예요. 제가 건축사 일을 하면서 배운 건 인내심입니다. 영화제도 마찬가지죠. 장기적으로 보고 있어요."
그는 "아시아 건축이 중심이 된 건축영화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당장에 되는 일은 아닙니다. 아시아에는 건축영화, 건축다큐멘터리가 참 적어요.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 겁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아시아의 건축과 문화를 이야기하는 건축영화제를 만들고 싶습니다."
윤 위원장에게 영화인으로 불리는 느낌은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좋다"고 답했다.
"몇 해 전에 이용주 감독 결혼식에 갔는데, 수지씨가 왔어요. 식 끝나고 사진 찍는데, 영화인들 나오라고 하더라고요. 수지씨하고 같이 사진 찍고 싶어서 나가려고 했죠. 저도 영화인이기는 하잖아요.(웃음) 그런데 건축과 후배들이 절대 못 나가게 하더라고요.(웃음)"
제8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11월 17~22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건축_걷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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