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받고 '모르쇠'…'불효자 방지법' 필요할까?

기사등록 2016/10/04 11:00:00

최종수정 2016/12/28 17:43:35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A씨는 지난해 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산을 물려받은 아들이 봉양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2003년 12월 서울 종로구의 단독주택을 아들에게 물려주면서 '같은 집에 살면서 부모님을 충실히 부양한다. 불이행 시 계약 해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계약 해제 시 (증여받은 것을) 원상회복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써뒀다. 이후 A씨는 단독주택과 함께 자신이 소유했던 회사 주식과 토지를 모두 아들에게 넘겼다.

 그러나 아들은 재산을 받자 부모를 홀대하기 시작했다. 식사 한번 같이 하기도 힘들었고,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제대로 돌보지도 않았다.

 급기야 아들은 어머니가 스스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가 되자 A씨 부부에게 고급 요양시설에 입원할 것을 권유했다. A씨가 아들의 제안을 거절한 이후 양측의 관계는 더 악화했다. A씨 부부는 아들에게 덜컥 재산을 넘겨준 사실을 후회했고, 결국 딸의 집으로 거처를 옮긴 뒤 아들을 상대로 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불효자' 맞설 법이 필요한 시대

 이처럼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고 '나 몰라라'하는 자식들이 늘고 있다. 자식에게 아낌없이 쏟아 준 부모는 정작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전통적 가치인 '효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런 일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이른바 '불효자 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효도'를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전통적인 가치인 '효' 의식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부모의 부양을 당연히 여겼지만,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늘어났다.

 1998년 통계청 사회 조사를 보면 10명 중 9명(89.9%)이 "노부모 부양책임은 자녀(가족)에게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매년 줄고 있다. 2014년 "노부모 부양 책임은 자녀(가족)에게 있다"는 국민은 10명 중 3.1명에 불과한 수준이다. "정부·사회·가족이 노부모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는 국민이 2006년 28.4%에서 2014년 51.3%로 크게 늘었다.

 현행법은 부모에 대한 범죄 행위와 부양 의무 위반 시에만 증여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게 돼 있다. 해제권 행사기간도 6개월에 불과하다. 문제는 부양의무 위반의 경우 부모가 부양을 조건으로 증여했다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점이다. 재산을 물려주면서 부모와 자식이 '계약서'라도 쓰지 않았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증여 절차가 이미 이행된 경우는 아예 반환을 청구할 수 없어 사실상 부모가 증여 재산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위 사례에서 나온 A씨의 판결은 어떻게 됐을까. 판결에서는 A씨가 승소해 물려준 재산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애초에 아들과 작성해 둔 계약서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민병두 의원 등 '불효자방지법' 발의, '찬반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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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15일 '불효자방지법'을 다시 발의했다. 민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부터 피해 노인들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는 토론회 등을 거쳐 같은 취지의 법안을 대표발의 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증여의 해제 사유에 학대와 부당한 대우를 추가했고, 이미 증여가 된 경우라도 증여를 해제할 원인을 알게 된 지 1년 안에 해제하면 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했다.

 민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현행법상 증여된 재산 환수가 쉽지 않은 문제점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도 증여해제권 행사 기간을 2년으로 늘리고 증여해제 또는 부양의무 청구를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같은 입법이 추진되는 배경에는 총체적인 사회문제가 깔려있다.

 우선 청년실업과 주거난으로 인해 사실상 부모 도움 없이 청년이 주거를 해결하기 불가능한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자식의 주거를 해결해준 부모는 노후자금이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여기에 핵가족화, 개인주의, 노인 인구 증가 등 사회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불효자'가 양산되고 있다.

 그러나 효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데다 오히려 법이 악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먼저 불효자방지법이 시행하면 부모와 자식 간 소송이 남발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낸 부양료 청구소송은 지난해 262건으로 10년 전인 2004년 135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또 애초에 부양할 재산이 별로 없는 노부모의 경우 문제가 오히려 심각해질 수 있다. 자녀가 재산과 부양의무 모두를 포기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노부모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자식이 부모를 학대하더라도 제대로 신고가 이뤄질  미지수다. 부모가 자녀를 전과자로 만드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녀의 범죄를 더 음성화할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민병두 의원은 "불효자 방지법이라는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가 필요할 정도로 자식 세대의 비정상적인 행위가 늘어나 심히 걱정스럽다"며 "불효자 방지법이 단순히 부양의무만 강조하는 법이 아닌, 가족의 참된 의미를 떠올리고 가족공동체를 복원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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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받고 '모르쇠'…'불효자 방지법'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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